겨울이 다가오며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대표적인 해산물이 있다. 바로 방어다.
회 한 접시에 10만 원을 훌쩍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횟집 앞에는 방어를 맛보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그러나 최근 방어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겨울철이 제철인 방어는 과거에는 그리 주목받지 못하던 생선이었다. 부패가 빠르고 기름기가 많아 비린 맛이 강하다는 이유로 회보다는 젓갈이나 조림용으로 더 많이 소비됐다.
냉장 기술이 미비하던 시절에는 선도 유지가 어려워 시장에서도 외면받았던 생선이었다. 하지만 냉장과 냉동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지금, 방어는 신선한 상태로 공급이 가능해졌고 그 기름지고 부드러운 식감이 입소문을 타면서 겨울철 인기 생선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제주도는 국내 방어 어획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매년 방어 축제를 열 정도로 방어의 인기가 높다. 제주 방어는 강한 조류 속에서 자라 육질이 단단하고 씹는 맛이 뛰어나 횟집에서도 제주산 방어라는 점을 강조해 홍보하는 경우가 많다.
방어의 먹는 방식도 다양하다. 가장 인기 있는 방식은 단연 회다. 방어의 뱃살은 기름기가 풍부하고 부드러우며, 등살은 단단한 식감이 매력적이다.
기름진 맛을 중화시키기 위해 겨자 간장이나 초고추장에 곁들이기도 한다. 또한 방어 머리는 기름이 많고 쫄깃한 식감으로 구이로 즐기면 고소한 맛이 극대화된다. 무와 함께 조림으로 요리하면 깊고 진한 맛을 낼 수 있고, 얇게 썬 방어를 뜨거운 육수에 살짝 데쳐 먹는 방식도 담백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방어 가격은 그 인기를 반영하듯 급등하고 있다. 일반 횟감인 광어나 연어가 대자 기준 6만 원에서 7만 원 선이라면, 방어는 대자가 10만 원을 훌쩍 넘긴다.
서울 마포구의 유명 방어 전문 식당에서는 대자가 10만 9000원에 판매되고 있을 정도다. 이렇게 방어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어획량 감소다.
방어는 주로 제주도와 남해, 동해안 등지에서 잡히는데, 올해는 기후 변화로 인해 해수 온도가 예년보다 높게 유지되면서 방어의 이동 시기가 늦어졌다.
수온이 낮아지는 11월부터 방어는 남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지만, 올해는 따뜻한 바다로 인해 이동이 지연됐고 이로 인해 어장이 늦게 형성되면서 조업 기간이 짧아졌다.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수요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여기에 방어에 대한 관심과 소비 증가도 가격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집에서도 고급 해산물을 즐기려는 수요가 늘었고, SNS와 유튜브를 통한 ‘방어 먹방’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방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더욱 커졌다.
예전에는 그다지 인기 없던 생선이었지만, 이제는 겨울철 별미로 떠오르며 고급 횟감으로 인식되고 있다. 일본에서 방어는 성장하면서 이름이 바뀌는 ‘출세어’로 불리며 의미를 부여받는 생선으로 여겨지는데, 이러한 문화도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면서 방어에 대한 이미지가 더욱 고급화되었다.
한국에서도 방어는 크기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는데, 작은 크기는 ‘모치’, 중간 크기는 ‘잿방어’, 성어는 ‘방어’로 불린다.
특히 제주산 대방어의 마케팅과 방송 출연 등이 인기를 부추기며 예전보다 방어에 대한 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또한 일본으로 수출되던 방어 물량이 줄어들며 국내 소비에 더욱 집중하게 된 것도 가격 상승의 배경으로 볼 수 있다.
현재 방어가 가장 비싼 시점은 겨울이 시작되는 12월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방어의 맛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는 1월부터 2월 사이이며, 이 시기에 지방이 가장 많이 오르고 살이 차오른다.
제주 지역의 방어는 2월이 산란 직전이기 때문에 이 시기가 가장 맛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월 방어 가격이 가장 높은 이유는 소비자들의 계절 감각과 소비 패턴 때문이다.
육지에서 겨울이 시작되면서 계절 음식을 찾는 수요가 몰리지만, 실제로 바다의 계절은 육지보다 느리게 진행되기 때문에 아직 방어의 맛이 절정에 이르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최고치를 기록하게 된다. 이처럼 계절적인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매년 1월에서 2월 중순이 지나면서 방어 공급량이 늘어나고 맛이 절정에 이르기 때문에 이 시기가 방어를 가장 맛있고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시기라고 말한다.
하지만 방어의 가격이 연말에 특히 높게 책정되는 것은 계절적 요인뿐 아니라 시장의 기대 심리와 마케팅의 영향도 크다. 즉, 지금 방어 가격이 ‘미쳤다’고 느껴질 정도로 높은 이유는 단순히 맛 때문이 아니라, 수급 불균형과 수요 집중, 유통 마케팅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결국 방어는 단순한 겨울철 별미를 넘어, 계절과 소비 트렌드가 교차하는 대표적인 식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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