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회 SFDF 수상자 제이든 초의 조성민 디자이너
제21회 SFDF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이번 수상이 디자이너 조성민과 브랜드 제이든 초에게 각각 어떤 의미인가요?
감사합니다. 이번 수상은 저에게 ‘이제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한다’는 신호처럼 느껴졌어요. 학생 시절부터 꿈꿔왔던 자리라 단순한 성취감 이상의 감정이 컸고, 동시에 다음 단계로 성장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더 생겼죠. 브랜드 입장에서는 그동안 해오던 실험과 시도들이 하나의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확신을 준 순간이었습니다. 팀과 친구, 소비자들의 믿음이 만들어낸 결과라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어요.
SFDF 심사에서 ‘완성도’와 ‘독창성’ 항목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어요. 심사위원들이 어떤 부분을 특히 인상 깊게 봤다고 느꼈나요?
제이든 초의 컬렉션을 이미지가 아닌 실물로 평가받는 단계가 있었어요.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뿐만 아니라 옷의 내부 구조는 물론 완성도까지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이 좋게 평가된 것 같아요.
비이커 청담점에서 진행된 '제이든 초' 전시
서울디자인위크와 이번 SFDF 전시를 통해 제이든 초의 세계를 ‘공간’으로 풀어내셨어요. 각각의 전시에서 어떤 점에 가장 중점을 두셨나요?
두 전시 모두 ‘과정’과 ‘감정’을 어떻게 공간 안에서 느끼게 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어요. 서울디자인위크에서는 그동안의 소재 연구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면, 비이커 청담에서는 꽃 패턴을 흑백으로 재해석해 브랜드가 가진 구조적인 언어를 더 선명하게 전달하고자 했어요. 색을 덜어냈을 때 드러나는 형태와 감정의 흐름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비이커 청담점에서 진행된 '제이든 초' 전시
제이든 초 하면 ‘꽃’을 빼놓을 수 없죠. 꽃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계신지, 또 그동안의 작업 중 기억에 남는 표현 방식도 함께 얘기해 주세요.
저에게 꽃은 늘 절대적인 존재예요. 순간의 아름다움과 감정의 모습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대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꽃은 언제나 컬렉션의 시작점이 되죠. 형태와 색, 여백을 통해 추상적인 감정을 시각적으로 번역할 수 있는 매개체라고 보고 있어요. 처음 컬렉션에서는 꽃을 통해 ‘행복한 순간’을 담고 싶었고, 이후에는 자수나 자카드 등 다양한 방식으로 꽃의 구조를 탐구해 왔어요. 그중에서도 핸드 컷아웃 누비는 매 시즌마다 발전시키고 싶은 디테일이에요. 단순히 장식을 더하는 게 아니라, 잘라내고 비워내는 과정으로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가는 작업이라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제이든 초 2025 컬렉션 'ENCORE'
제이든 초 2025 컬렉션 'ENCORE'
옷도 옷이지만 제이든 초의 액세서리도 오브제처럼 대담한 작품을 보는 듯해요. 어떤 기준으로 소재를 고르고, 디자인할 때 어떤 철학을 갖고 계시나요?
액세서리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컬렉션의 한 조각처럼 느껴지길 바라요. 작지만 하나의 독립된 세계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전체 착장의 감정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소재 역시 마찬가지예요. 옷에 사용하기 어려운 금속, 돌, 나뭇가지 같은 재료들을 액세서리에 활용하기도 하죠. 최근에는 태국의 꽃 공방과 협업해 알루미늄 판을 손으로 성형한 데이지 모양의 부토니에를 만들었어요. 새로운 소재에 대한 탐구 역시 브랜드의 성격을 보여주는 부분이에요.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고, 그것이 실제 컬렉션으로 이어지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특정 분야에 국한되기보다는, 오랜 시간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계를 구축해온 사람들에게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그들의 고민과 선택을 글이나 이미지로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더라고요. 아주 작은 사진 한 장이라도 깊이가 느껴진다면 저에게는 큰 영감이 됩니다. 작업으로 옮길 때는 색 조합부터 시작해요. 어울리는 색, 어울리지 않는 색을 동시에 시도하면서 컬렉션의 큰 골격을 만들고, 그에 맞는 소재를 찾아갑니다.
제이든 초 2025 컬렉션 'ENCORE'
제이든 초 2025 컬렉션 'ENCORE'
제이든 초는 천연 염색과 전통 방식을 기반으로 한 이른바 ‘손맛’, 그리고 한국식 쿠튀리에의 정신을 잇는 브랜드로도 많이 이야기됩니다. 21년에 론칭한 ‘엄버 포스트파스트’ 라인 역시 스토어 공간부터 원단, 기법 등 여전히 쿠튀르적 감각이 배어 있어요. 이렇게 공임과 손길이 많이 드는 방식을 고수하며 이어나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장인적인 방식은 단순히 전통을 계승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시간이 주는 감정과 손의 모습을 그대로 옷 안에 담을 수 있다고 믿어요. 물론 공임이 많이 들지만, 결국 옷을 입는 순간 사람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전해 주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고요. 이는 브랜드의 철학과도 이어지는 지점이죠.
레디 투 웨어이든 커스텀 메이드이든 제이든 초라는 이름으로 나가는 순간만큼 절대 타협하지 않는 기준이 하나 있다면 무엇인가요?
입는 순간 느껴지는 감정이에요. 색의 미묘한 조합, 촉감, 절개 하나까지 모두 긍정적인 기분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옷이 기분을 바꾸는 힘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이 부분만큼은 타협하지 않으려고 해요.
제이든 초 2024 S/S 컬렉션 'Stars Of Thorns'
제이든 초 2024 S/S 컬렉션 'Stars Of Thorns'
제이든 초 2024 S/S 컬렉션 'Stars Of Thorns'
지금까지의 작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창경궁에서 제이든 초의 시그니처 원단인 핸드 컷아웃 누비를 걸었던 순간이에요. 창경궁이라는 서울의 중요한 장소가 가진 상징성이 굉장히 크게 다가왔어요. 빈양문에 원단이 걸리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궁의 장식이 천 위에 비치고 공간 속으로 스며들던 장면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해요. 앞으로의 작업에도 많은 영향을 줄 순간이었습니다.
21회 SFDF 수상자 제이든 초의 조성민 디자이너
디자이너 조성민 개인에게 ‘행복, 낭만, 여유’는 어떤 순간인가요?
친한 친구와 좋은 공간에서 맛있는 걸 먹으며 이야기를 나눌 때요. 그 시간이 가장 편안하고, 또 저를 다시 충전시켜 줍니다.
제이든 초라는 브랜드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길 바라나요?
입는 사람의 기분을 바꿔주는 브랜드였으면 좋겠어요. 서울이 가진 미묘한 감성과 ‘행복, 낭만, 여유’라는 감정을 세련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전달하는 브랜드,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자신만의 세계를 이어가는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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