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눈사람 만들기와 현대판 목민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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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눈사람 만들기와 현대판 목민의 필요성

경기일보 2025-12-09 19:18:3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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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눈 오는 날 눈을 뭉치거나 굴려 눈사람을 만들어 놓고 만족해하곤 했던 기억이 있다. 온 세상을 골고루 뒤덮은 눈을 굴려 만들어 놓은 눈사람이 바닥 어떤 눈보다도 가장 늦게 녹아내리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다.

 

위정자들은 애써 눈을 굴려 눈사람을 만들어 놓고 그 눈사람이 돌봐야 할 사람의 전부인 양, 녹지 않고 있는 사람의 기준인 양 그렇게 세상을 잘 못 보고 있는 건 아닌지, 유의해야 하는 시대가 아닌지 모른다. 오히려 전근대보다 더욱 더 가족돌봄과 지역돌봄이 구조적으로 느슨해진 요즘 광범위한 수동적인 국민들에 대한 국가의 살핌이 더 필요해진 것 아닌가. 위정자의 눈으로.

 

다산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의 목민이란 단어의 뜻은 백성을 기른다는 것으로 1818년 시대에나 쓸 수 있던 것이지 민주주의가 보편화된 현대에는 국민을 대하는 위정자의 자세로는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여겨 왔다. 현대 민주주의 속 국민은 정책의 수혜자와 위정자가 이론상 일치하기 때문이고 목민이란 단어가 주는 수동적이고 피동적인 존재로서 상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류의 비약적 발전을 이끌어 온 자본주의는 다수를 위한 공리적 관점에서 국가가 관여해 단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사회가 보수 및 유지돼 왔다. 그런데 그 국가권력을 그때그때 구성하는 민주주의는 위정자의 편의적 관점에서 정치적 후견주의가 강화됨에 따라 다수인 수동적 국민을 위한, 수동적 국민에 의한 국가의 구성과 운영 원리로 기능하는지에 대한 회의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국민을 위한’이란 민주 개념은 국가 기능 속에, 위정자의 가슴속에 있었을 것이다. 심지어 절대왕정에서도. 근대에 이르러 이에 더해 ‘국민에 의한’이란 민주개념이 보편화 된 것인데 최근 ‘국민의 의한’이 ‘국민을 위한’에 도움이 덜 되는 황당한 상황이 전 세계적으로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국민 전체의 후견주의가 진정한 민주주의의 모습인데 적극적이고 조직화된 일부 사회세력이 여론을 주도해 선거가 치러지고 이들이 위정자의 임기 내 행동을 적극 감독함으로써 위정자들은 그들을 과다 의식해 정책을 만들어 집행하고 이해관계를 그들 중심으로 조정하게 된다.

 

현대 민주주의가 이같이 왜곡되게 기능하더라도 각계각층의 국민을 각각 대변하는 정당이 활성화돼 있다면 다극화될 뿐 정책의 입안과 수혜 과정에서 소외되는 국민이 적었을 텐데 정치적 양극화가 보편화돼 있어 정책의 입안과 수혜 과정에서 소외되는 국민이 늘고 있다. 이는 오늘 하루의 뉴스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조직화되거나 적극적인 국민층만이 위정자들에게 정책적 쟁점을 만들어 어필하게 되고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국민층은 그들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도록 쟁점을 만들 수 없으며 위정자들은 쟁점 위주로 그들의 소임을 인식하고 매진한다. 이것이 요즘 정치 구조다.

 

역설적으로 ‘국민에 의한’ 민주주의가 위정자로 하여금 국민 상당수를 살피지 않게 해 진정한 민주주의 원리가 퇴색되게 만들고 있으므로 이제 1818년 목민의 개념을 통찰해 민주주의의 핵심은 ‘국민을 위한’이고 위정자의 제1의 의무가 ‘국민 모두를 위한’ 목민 의무임을 시급히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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