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효성그룹의 핵심 계열사 HS효성첨단소재가 실리콘 음극재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소액주주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룹 총수로 올라선 조현상 부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공들여 온 이차전지 소재 투자에 대해 전망은 밝지만 당장 돈 먹는 하마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HS효성첨단소재는 9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유미코아(umicore)에 512억8860만원(3000만 유로)을 무이자로 대여하기로 결정했다. 거래일자는 2025년 12월 10일, 만기는 2026년 5월 31일로 대여 목적은 '실리콘 음극재 사업 검토'로 명시됐다. 이번 대여금은 유미코아 자회사 EMM(Extra Mile Materials BV)의 보통주로 전환하거나 만기 이후 원금을 상환받을 수 있는 조건이다. 대여 이율은 0%로 무이자다.
HS효성첨단소재는 이미 2024년 12월에도 유미코아 측에 3000만 유로를 대여한 바 있다. 이번 3000만 유로 대여까지 합산하면 금전대여 총잔액은 965억9100만원에 이른다. 자기자본(약 1조1573억원) 대비 비중은 4.43%다. 단일 사업 검토 목적으로 집행되는 무이자 대여 규모로서는 적지 않은 수준이다.
이는 조현상 부회장이 실리콘 음극재 사업을 미래먹거리로 삼고 벨기에 전지 소재 기업 유미코아(Umicore)와의 합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금전대여 계약에 따른 것이다. 유미코아 음극재 자회사 Extra Mile Materials(이하 EMM)를 인수·합작하는 데 투입되는 '선행 투자금' 성격이다.
앞서 HS효성첨단소재는 EMM의 사채를 448억원 규모로 사들여 대여금 형태로 보유했다가 이를 자본 출자로 전환해 EMM 지분을 80%까지 확보하기로 한 바 있다. 나머지 20%는 유미코아가 실리콘 탄소복합 음극재 사업부를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보유한다. 합작법인에 투입되는 HS효성첨단소재 자금은 총 1억2000만 유로(약 2000억원)에 달한다.
HS효성첨단소재 입장에서는 대여 이후 출자전환 구조를 통해 단계적으로 지분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계약 조건 이행 여부에 따라 일부를 출자전환하고 일부는 캐시콜(Cash call) 방식으로 나눠 출자하는 구조를 택해 위험을 분산하겠다는 설명이다.
실리콘 음극재는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의 '차세대 소재'로 불린다. 기존 흑연 음극재에 비해 에너지 밀도와 용량을 크게 높일 수 있어, 같은 크기 배터리로 더 멀리 가고 더 빨리 충전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이다. 이론적으로는 흑연 대비 5~6배의 에너지 저장 능력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작 현재 시장은 전체 음극재의 1% 안팎에 머물러 있다. 국내에서는 대주전자재료가 가장 먼저 양산에 나섰지만, 전방 수요 부진과 전기차 판매 둔화로 기대만큼의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고, SK그룹은 그룹14와의 합작사 지분을 매각하며 한 발 물러섰다. 한솔케미칼 역시 고객사 확보에 난항을 겪는 등 선행 업체들마저 고전하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조현상 부회장의 통 큰 베팅을 두고 소액주주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HS효성첨단소재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가 그룹 전체 재정악화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가 그것이다.
실제 2021년까지만 해도 12%였던 HS효성첨단소재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5% 수준으로 떨어졌고 순이익과 ROE도 3년 연속 하락했다. 주가 역시 2021년 80만원대에서 최근 20만원 안팎으로 내려앉으며 시가총액도 3조원 넘게 증발했다. 9일 HS효성의 주가는 전일 대비 0.86% 하락한 19만5900원을 기록했다.
특히 HS효성첨단소재가 신사업으로 밀었던 탄소섬유 사업도 중국발 저가 공세에 밀려 5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주주들 사이에선 실리콘 음극재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걸 두고 '제 2의 탄소섬유'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HS효성첨단소재가 선택한 유미코아의 경우 양극재 분야에서는 글로벌 선두권 기업으로 꼽히지만 음극재에서는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크지 않은 곳이다. 심지어 최근 양극재 사업 성장세마저 둔화된 상황이라는 점에서 파트너 선택에 대한 의구심어린 목소리도 새어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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