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과 여성, 소수자의 눈으로 고정관념과 차별을 그린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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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과 여성, 소수자의 눈으로 고정관념과 차별을 그린 작품들

연합뉴스 2025-12-09 17:36: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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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원주민 작가 보이드, 서구 시선으로 표현한 원주민 문화를 '렌즈'로 뒤덮어

장파 개인전 '고어 데코'…화려한 색감·그로테스크한 모습으로 여성 신체 표현

대니얼 보이드 작 '무제(BCJCVET)' 대니얼 보이드 작 '무제(BCJCVET)'

[국제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여성과 원주민이라는 소수자적 위치에서 자신들을 향한 시선을 뒤집어 보고, 그 시각으로 고정관념을 다시 바라보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9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개막한 호주 출신 작가 대니얼 보이드(43)의 개인전 '피네간의 경야'(Finnegans Wake)에는 서구의 일방적 역사관에 저항하는 작가의 시선을 담은 신작 30여점이 출품됐다.

호주 케언스 출신의 원주민인 작가는 서구 중심의 시각으로 기록된 역사 속에서 지워진 원주민의 시선과 기억을 소환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그의 작품은 배경 화면 위에 작은 원형 점들로 가득 채운 것이 특징이다. 작가는 이 점이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라고 설명한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하나의 시선이 아닌 다양한 시선으로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 제목은 제임스 조이스의 동명 소설에서 따왔다. 꿈과 현실, 의식과 무의식 사이를 오가는 소설의 구성이 다양한 시선으로 역사와 세상을 탐색하는 작가의 철학과 상응한다는 데 착안했다.

대니얼 보이드 작 '무제(MBSWMTL)'(왼쪽)와 '무제(SPAYTOB)' 대니얼 보이드 작 '무제(MBSWMTL)'(왼쪽)와 '무제(SPAYTOB)'

[국제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에 소개된 작품들은 1958년 호주 정부가 제작한 '호주 아동용 그림 사회 교재' 시리즈의 하나인 '내해'(The Inland Sea)를 기반으로 한다.

이 시리즈는 어린이들이 호주 역사와 문화를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만든 만화책인데, 역사적 서사가 유럽계 정착민의 시각으로 호주 원주민을 묘사해 인종 차별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작가는 이 만화책을 수많은 '렌즈'로 덧입히고, 원주민을 희화화한 장면은 검은 표면으로 덮어 지웠다.

'무제(MDKTMOU)'는 호주 대륙에 도달했던 영국의 탐험가 '제임스 쿡'이 주인공이다. 쿡 선장은 호주 원주민 입장에서는 침략자지만 호주 곳곳에는 여전히 쿡 선장 동상이 세워져 있고, 그를 영웅으로 추앙하는 사람들이 있다.

작가는 "교육용 책에는 쿡 선장과 원주민들이 마치 서로를 사랑하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는 등 서로를 존경하는 관계로 묘사한다"며 비판했다.

대니얼 보이드 작 '무제(BCWYWFM)'(왼쪽)와 '무제(WSCIWBG)' 대니얼 보이드 작 '무제(BCWYWFM)'(왼쪽)와 '무제(WSCIWBG)'

[국제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무제(BCWYWFM)'와 '무제(WSCIWBG)'는 각각 '애버리지널 난센스 송'(Aboriginal Nonsense Song)과 '코로보리'(Corroboree)라는 제목의 노래 악보 위에 '렌즈'를 덧입힌 작품이다.

두 노래엔 모두 서구의 시선으로 호주 원주민의 문화를 비하하는 내용의 가사가 담겨 있다. 작가는 이런 서구의 시각을 비판하는 내용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작가는 "작업 전반에서 내가 속한 집단에 대한 오해를 담고 있다"며 "원주민이 유럽의 식민 유산과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지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가 대니얼 보이드 작가 대니얼 보이드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작가 대니얼 보이드가 9일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 '피네간의 경야'(Finnegans Wake)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5.12.9. laecorp@yna.co.kr

같은 날 같은 갤러리에서 시작한 장파(44) 개인전 '고어 데코'(Gore Deco)는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을 비판하는 전시다. 전시 제목과 같은 이름의 연작 회화를 비롯해 드로잉, 동판화, 실크스크린 벽화 등 45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그로테스크한 형태와 강렬한 색감으로 여성의 신체를 과감히 드러내며 남성 중심의 시각에 맞선다.

장파 개인전 '고어 데코'(Gore Deco) 전시 전경 장파 개인전 '고어 데코'(Gore Deco) 전시 전경

장파 작 '오, 도즈 브레스트스'(Oh, Those Breasts·왼쪽)와 '문신, 담배, 피어싱'.
[국제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년 작 '문신, 담배, 피어싱'은 여성의 성기를 입으로 형상화한 이미지가 담배를 물고 있고, 신체 곳곳에는 문신이 그려져 있다. 각종 피어싱이 화면을 꾸미고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인터넷에 떠도는 많은 여성 혐오 표현 중에 '문담피'라는 말이 있는데 문신이 있고 담배를 피우며 피어싱한 여자는 걸러야 한다는 의미"라며 "같은 의미로 성동낙(성형·동거·낙태)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런 혐오 표현을 이 시대를 사는 여성의 시선으로 조롱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장파 작 '고어 데코' 장파 작 '고어 데코'

장파 작 '고어 데코 - 디 오리진 오브 더 월드'(Gore Deco - The Origin of the World)
[국제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고어 데코 연작 '오, 도즈 브레스츠'(Oh, Those Breasts)은 이번 전시를 함축한 작품이다. 여성의 상반신을 그린 작품인데 가슴에는 두 개의 눈이 달려 있고, 성기에는 치아를 넣어 입처럼 표현했다.

가슴에 달린 눈은 여성의 신체를 향한 시선을 되돌려 주는 의미다. 입으로 표현한 성기는 남성의 언어로 규정되던 여성을, 여성의 언어로 다시 서술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작가는 "인터넷에서 여성 혐오적 표현이 급속히 퍼지던 시기에 대학을 다녔다"며 "페미니즘에서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던 것들 말하려다 보니 표현이 더 과감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시 전경 전시 전경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장파 개인전 '고어 데코'(Gore Deco) 전시 전경.
[국제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작가는 2006년 서울대학교 서양화과와 미학과를 졸업하고, 2017년 동대학원 서양화과를 석사 졸업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서울대학교 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그로테스크한 방식으로 여성의 신체를 표현하는 작가는 자기 작품이 아름답게 보이길 원하느냐는 질문에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 목표"라며 "나는 내 작업을 하면서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두 전시 모두 내년 2월 15일까지 열린다.

작가 장파 작가 장파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작가 장파가 9일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 '고어 데코'(Gore Deco)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5.12.9. laecorp@yna.co.kr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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