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Ripple)사가 발행하는 암호화폐(가상화폐·코인) 엑스알피(XRP)가 9일(한국 시각) 오후 3시 기준 전일 대비 1.32% 하락한 2.05달러대에서 거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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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전체 암호화폐 시장의 평균 낙폭 1.22%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대형 투자자(이른바 '고래')의 매도세와 주요 중앙은행의 정책 방향 불확실성, 그리고 기술적 저항선 돌파 실패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온체인 데이터에 따르면 보유량이 100만~1000만 XRP에 이르는 투자자들이 지난 11월 중순 이후 5억 1000만 개의 XRP, 약 20억 달러 상당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이들이 보유한 물량은 6억 7800만 개에서 6억 2700만 개로 감소했다. 이러한 매도세는 기관투자자 중심의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입 약 10억 달러마저 상쇄하며 XRP의 매수세를 억누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고래들의 이익 실현이 당분간 가격 상승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거시경제 요인 또한 XRP 약세를 강화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이번 주 기준 금리 결정을 앞두고 있다. 시장은 약 89.6%의 확률로 0.25%포인트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 오스틴 힐튼(Austin Hilton)은 금리 인하가 무산될 경우 전체 가상자산 시장에 매도 압력이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XRP를 비롯한 주요 코인은 위험자산과의 상관성이 높아 연준의 결정이 예상보다 매파적일 경우 하락 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변화 역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이프러스 디마닌코르(Cypress Demanincor) CYPRX 슈피리어 트레이딩 최고경영자(CEO)는 엔화 캐리트레이드(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다른 상품에 투자하는 것) 청산이 전 세계 유동성을 급격히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디마닌코르는 BOJ가 오는 14일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하며 일본 금리 상승이 이어질 경우 비트코인(Bitcoin, BTC)을 비롯한 가상자산 전반이 추가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암호화폐 시장의 하락은 XRP 내부 요인보다 글로벌 매크로 환경에 기인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XRP는 2달러 지지선을 방어했으나, 2.11달러 저항선 돌파에는 실패했다. 지표상 MACD와 RSI 모두 매도세를 가리키고 있다.
기술적 분석가 알리 마르티네즈(Ali Martinez)는 "2.11달러를 명확히 상향 돌파하지 못하면 반등세는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사이프러스 디마닌코르는 XRP가 1.90달러 아래로 떨어질 경우 추가 매수 기회를 검토할 계획이라 밝혔다. 주요 지지선으로는 1.56달러, 강력한 매도 구간으로는 2.33달러를 제시했다. 상향 돌파 시 목표가는 2.63달러로 봤다.
이처럼 XRP의 단기 하락은 리플사의 긍정적 뉴스인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상장 승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투자자 매도 ▲연준의 정책 불확실성 ▲일본 금리 변수 등 복합적인 외부 요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2024년 8월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 신호를 보냈을 때도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단 하루 만에 6000억 달러 규모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XRP 하락세 역시 그때와 유사한 국제금융 환경 속에서 거시적 위험회피 심리가 다시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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