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부 기밀 보고서…"강대국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능력 쇠퇴"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미군이 대만을 침공하는 중국군과 충돌할 경우 우려스러운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자체 평가한 사실이 확인됐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미 국방부가 미국의 군사력에 대해 종합 검토한 내용을 담은 '오버매치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전투기와 군함, 위성 등 미국의 전략 자산에 대한 중국의 공격 능력과 함께 미군의 공급망 병목 등 다양한 문제점이 나열된 이 기밀 보고서는 국방부 내 싱크탱크 격인 총괄평가국(ONA)이 정기적으로 작성한다.
가장 최근 완성된 오버매치 브리핑은 지난해 말 백악관에 보고됐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2021년의 경우 오버매치 브리핑을 보고받은 조 바이든 행정부 고위 국가안보 관리는 미군이 보유한 모든 비장의 카드에 대해 중국이 넘칠 정도로 충분한 대비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와는 별개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지난해 말 유튜브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워게임을 언급하면서 "미국이 매번 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만을 둘러싼 충돌에서 미군이 밀릴 것이라는 오버매치 브리핑의 분석은 미군 전체의 문제점을 드러낸다는 것이 NYT의 지적이다.
주요 강대국과의 장기전에서 승리할 수 있는 미국의 능력이 수십년간 쇠퇴했다는 점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은 비싼 무기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상황에서 적대국들은 저렴하면서도 기술적으로 앞선 무기를 배치하고 있다.
이 같은 미군의 문제점을 상징하는 전략자산은 2022년 처음 배치된 제럴드 R. 포드 항공모함이다.
첨단 원자로와 전자기식 사출 시스템을 장착한 포드 항모의 건조 가격은 130억 달러(약 19조1천억 원)에 달한다.
미 해군은 향후 수십년간 포드급 항공모함을 추가로 9척 건조할 계획이다.
그러나 오버매치 브리핑에 따르면 포드급 항공모함은 새로운 형태의 공격에 치명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의 워게임에서 포드급 항공모함이 여러 차례 격침될 정도였다.
중국은 음속의 5배 속도로 비행하는 극초음속 미사일 600기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중국뿐 아니라 다른 적대국들도 미국 항공모함을 격침할 능력이 있을 정도로 탐지가 어려운 디젤-전기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포드급 항공모함은 베네수엘라와 같은 약소국과의 전쟁에 사용된다면 효과적이겠지만, 중국처럼 다양한 무기를 운용하는 강대국을 상대로 한다면 효과가 의문시된다는 것이다.
미군의 또 다른 문제점은 값비싼 첨단 무기를 빠르게 대량 생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올해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12일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전체 비축량 중 4분의 1을 소모했다.
중국과의 전쟁을 가정할 경우 미국의 무기 재고에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중국은 미국 군사기지의 전력망과 통신 시스템, 수도 공급 등을 제어하는 컴퓨터 네트워크에 악성코드를 심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태평양 지역에서 위기가 발생할 경우 악성코드가 미군의 작전 수행 능력을 위협하고, 민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사이버 보안 당국은 중국이 심어놓은 악성코드를 제거하는데 고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자체 평가에 대해 NYT는 논설실 명의의 사설을 통해 "국제 질서와 자유세계의 안보를 뒷받침하기 위해선 여전히 미국의 군사력이 필요하다"면서 미군의 변혁을 주문했다.
특히 NYT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026년 국방비를 1조 달러(약 1천470조 원)으로 증액하려는 방침에 대해 "우리의 강점을 강화하기보다는 약점을 확대하는 데 낭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방비를 증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래식 무기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것보다는 현명한 투자를 해나가야 한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군을 재건하는 동안 전쟁을 억지하기 위해 적대국과의 외교도 병행해야 한다.
또한 중국을 상대로 균형과 억제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유럽과 일본, 캐나다 등 전 세계 동맹의 자원과 군사적 기여가 필요하다는 것이 NYT의 주문이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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