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가격에 ‘소유’ 아닌 ‘재테크’된 명품

서울 한 백화점 내 루이비통 매장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명품이 더 이상 ‘사치 소비’에 머물지 않고 가치, 투자 수단으로 인식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주요 브랜드의 가격 인상이 반복되는 추세에 중고 거래까지 활성화되면서 구매 자체가 자산화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샤넬·루이비통·반클리프 아펠·티파니·불가리 등 주요 럭셔리 브랜드들이 올해에만 두세 차례 가격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셀린느는 지난 12일 ‘룰루 백’ 라인과 벨트 등 주요 액세서리 가격을 약 5% 인상했으며, 루이비통도 7일 일부 제품을 중심으로 3~4%가량 가격을 올렸다. 샤넬 역시 지난 4일 국내에서 클래식 라인인 ‘25 핸드백’ 가격을 평균 9.3% 인상했다.

이른바 ‘에·루·샤’ 3사가 거둔 지난해 국내 시장 매출은 약 4조6000억원(샤넬 1조8446억원, 루이비통 1조7484억원, 에르메스 9643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올해는 가격 인상 효과가 겹치며 실적이 더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가방부터 주얼리까지 인기 라인을 중심으로 연쇄적으로 인상이 단행됐으며, 금값·환율·물류비 등 복합 요인이 이어지면서 내년에도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존재한다.

반면 소비자 저항은 예년보다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희소성이 강화된 품목을 중심으로 중고 시장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구매 자체가 ‘재테크’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고 시장의 성장도 명품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 내성을 강화한 배경으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경기 둔화 속에서도 명품 중고 거래는 꾸준히 늘고 있으며, 특정 모델의 경우 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소비자들은 ‘언제든 되팔 수 있다’는 확신을 기반으로 구매 결정을 내리며, 브랜드들의 인상이 오히려 자산 가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일부 소비자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기준까지 적용해 재판매 수요가 높은 모델을 선호하는 경향도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명품 소비가 단순한 과시·취향 소비를 넘어 ‘가치 보전 장치’로 재설정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변동성이 큰 주식·코인 등 투자 자산 대비 리스크가 낮고, 수요 기반이 견고하다는 점에서 명품이 안전자산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금값 급등이나 환율 변동 같은 외부 요인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저항성 약화’ 역시 이러한 인식 전환과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가격 인상이 장기화될 경우 수요가 특정 인기 모델로 더욱 쏠리며 시장 내부의 불균형이 심화될 가능성을 지적한다. 희소성을 유지하기 위한 브랜드의 공급 축소 전략이 재판매 시장 가격을 자극하고, 이 흐름이 다시 소비자 구매를 부추기는 구조가 굳어질 경우 장기적으로는 왜곡된 가격 형성이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결국 명품 소비가 ‘프리미엄 경험’보다 ‘가치 보전’에 집중되는 현상이 강화되면서 브랜드 본연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산업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에 있어 일종의 ‘작은 사치’라고도 볼 수 있으며 명품 업계가 지속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이유는 그만큼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지속되며 이 같은 업계의 마케팅 기법으로 명품 시장 성장세는 약화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