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곳, 뾰족한 곳 - 꼭짓점을 오르는 방법
2017년 6월 29일 / 듄45 / 동트기 직전, 얼어 죽기 직전 출발하는 모래 산 등산
1.
정상에서 일출을 보려면 당연하게도 해가 뜨기 전 새벽에 올라야 한다.
그러나 깜깜한 밤부터 일찌감치 움직일 생각은 못 했지. 그렇게 밤새 덜덜 떨며 아침만 기다리다가 동트기 전이 가장 춥다는 것을 동트기 직전이 되어서야 알게 된다. 참을 수 있어, 참을 수 있어 하며 모로 누워 버티다가 입이 뺨으로 슬금슬금 기어갈 때쯤 '이러다 진짜 얼어 죽지!' 싶어서 정신을 번쩍 차리면 그제야 저 먼 곳이 밝아온다.
그렇지만 막상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면 너무 빨리 뜨거워진다. 헉헉대며 등산하지 않으려면 해 뜨기 전 어둠 속에서 이미 산에 오르고 있어야 한다. 가장 추울 때 몸을 움직여 나아가서, 일찌감치 도착해 여유롭게 앉아서 해 뜨길 기다리는 것이다.
2.
칼날 같은 능선. 그 능선을 따라 걷는다.
서늘한 계곡을 찾아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산의 양쪽 사면 앞뒤에서 부는 칼바람을 그대로 맞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밖으로 드러나는 능선의 윤곽이 바로 꼭짓점으로 직진하는 지름길이다.
3.
앞사람의 발자국을 꾹꾹 꼭꼭 밟아가며 나아간다. 한 발짝 한 발짝씩···
날카로운 능선 위를 걷다 잘못 디디면 물렁물렁한 모래가 푹 빠지면서 휘청한다.
그래서 앞 사람이 다져놓은 발바닥만 한 평평한 땅을 딛으며 걷는다.
내 뒤에도 반드시 내 발자국을 밟고 따라오는 사람이 있다.
내일이라도 내 발자국을 밟고 따라오는 사람이 있다.
내 옆, 앞, 뒤에 보이진 않아도 우리는 같이 오르는 것이다.
4.
그리고 내려올 때는 온 힘을 다해서 재밌게 내려온다.
얇게 벼른 선을 아슬아슬하게 밟고 올랐다면
내려갈 때는 모래 산의 넓은 사면을 내 몸으로 최대한 접촉하며 누리며 내려온다.
여성경제신문 윤마디 일러스트레이터 madimadi-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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