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현지시간) 태국과 캄보디아 간 또다시 유혈 충돌이 벌어져 최소 5명이 숨진 가운데, 양쪽 국경 지역 주민 수천 명이 피난길에 올랐다.
이번 사태는 지난 7월 양측이 휴전에 합의한 이후 발생한 가장 심각한 사건으로, 양국은 발생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고 있다.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는 태국은 "절대 폭력을 원치 않았으나" 자국의 "주권을 지키고자 필요한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으며, 훈센 전 캄보디아 총리는 태국 측 "침략자들"이 보복을 유발했다고 비난했다.
올해 5월 이후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현재까지 최소 40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서로를 대상으로 여행 제한 조치, 수입 금지 조치 등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8일, 태국군은 동남부 우본랏차타니에서 캄보디아 측이 먼저 발포하여 이에 대응하고자 분쟁 국경 지역을 따라 공중 폭격 등의 군사 작전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반면 캄보디아 국방부는 태국군이 먼저 캄보디아 프레아 비헤아르에서 공격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양측 당국자에 따르면 이날(8일) 교전으로 태국 군인 최소 1명과 캄보디아 민간인 4명이 사망했으며 부상자는 십여 명에 달한다.
한편 태국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식사카 퐁수완은 이번 충돌의 숨겨진 피해자는 바로 국경 지역에 사는 아이들이라고 했다. 퐁수완은 이곳 어린이들이 상대적으로 평화로운 지역에 사는 또래에 비해 "기회도 … 소중한 시간도 박탈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분쟁의 고통을 고스란히 떠안는 아이들
태국 교육부 장관은 지난 7일 이후 긴장이 새롭게 고조되면서 안전상의 이유로 전국 5개 주에 걸쳐 학교 거의 650곳에 휴교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한편 SNS에 공개된 영상 속 캄보디아 접경 지역 학교들은 자녀를 데려가려는 학부모들이 몰려들며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최근 몇 달 사이 이 지역 학생들의 학습이 중단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7월 아이들의 시험이 한창이던 때, 양국은 5일간 격렬한 교전을 벌였다.
그 여파로 퐁수완의 학교는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지만, 모든 학생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부는 집에 인터넷이 없었고, 학교에서 아이패드를 나눠주긴 했으나 모든 학생에게 전달되진 않았다.
캄보디아에서는 전직 기자인 메크 다라가 자신의 X 계정에 아이들이 혼란 속에 학교 밖으로 뛰쳐나오는 여러 영상을 공유하며 "도대체 아이들이 이러한 충격적인 환경을 몇 번이나 겪어야 하느냐"면서 "이 말도 안 되는 싸움에 아이들은 끔찍한 악몽을 겪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교복을 입은 채 지하 벙커에서 음식을 먹는 한 소년의 사진도 공유하며 "왜 이 소년과 가족들은 벙커에서 밥을 먹어야 하는가…?"라고 덧붙였다.
한편 퐁수완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마을에서 수시로 총성이 들리긴 하지만, 자신과 이웃들은 대피해야 할지 여전히 고민에 빠져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두려우냐고 묻는다면, 그렇다"면서" 그렇다면 우리가 떠나야 하나? 떠나면 더 안전해지는가? 아니면 남아 있어야 하는가"라고 했다.
다시 불붙은 100년의 분쟁
동남아시아 두 국가 간 100년 넘게 이어져 온 국경 분쟁은 올해 7월 24일 오전 캄보디아가 태국으로 로켓포를 발사하고 이어 태국이 공습을 벌이며 극적으로 고조됐다.
며칠 뒤 양국은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의 중재로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휴전"에 합의했다.
이어 10월, 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말레이시아에 모여 휴전 협정에 서명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 분쟁 종식이라는 역사적 성과를 이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명 불과 2주 뒤, 태국은 캄보디아 국경 근처에서 지뢰 폭발로 자국 군인 2명이 부상당했다며 협정을 더 이상 이행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휴전을 중재 공로로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한 캄보디아는 자신들은 계속 협정을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해왔다.
프랑스의 캄보디아 식민 통치 이후 양국의 국경이 설정된 이후, 양국은 800km에 달하는 육상 국경을 두고 한 세기 넘게 영유권 분쟁을 이어오고 있다.
추가 보도: 조나단 헤드, 코 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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