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MBC
[스포츠동아|이수진 기자]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에 15년째 따로 살고 있는 이른바 ‘각집 부부’가 등장해 충격적인 사연을 공개했다.
8일 방송에서는 광양·통영·여수를 오가며 사실상 별거 생활을 이어온 부부의 갈등이 드러났다. 두 사람은 결혼 후 첫눈에 반해 시작한 사랑과는 달리 대화를 제대로 나누지 못할 만큼 관계가 틀어져 있었고, 현재는 딸을 통해서만 소통할 정도로 감정이 멀어진 상태였다.
아내는 남편의 과거 음주 문제를 갈등의 핵심으로 지목했다. 그는 “결혼 생활 내내 안정감이 없었다. 술 취해 새벽에 들어오고, 천장에 라면을 던질 만큼 통제가 안 됐다. 공포 속에 살았다”고 고백했다. 반면 남편은 “아내가 나를 악마화한다”며 자신도 폭언과 무시에 깊은 상처를 받았다고 맞섰다. 특히 아내가 처형 앞에서 화냈던 일을 “마음의 문을 닫은 결정적 사건”으로 꼽았지만, 아내는 이를 기억하지 못해 갈등이 더욱 깊어졌다.
대화는 다시 다툼으로 흐르기 일쑤였고, 남편은 “아내는 송곳 같은 사람”이라며 자신이 겪어온 상처를 털어놨다. 이에 아내는 “당신이 강한 줄만 알았다. 몰라줘서 미안하다”고 말하며 처음으로 진심 어린 사과를 전했다. 남편은 그 말에 참아왔던 서러움을 한꺼번에 쏟아내듯 눈물을 터트렸다.
하지만 더욱 충격적인 고백은 뒤에 이어졌다. 남편은 소뇌가 퇴행하는 희귀 질환인 ‘소뇌 위축증’을 앓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말하고 걸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가장 괴롭다. 삶이 무너져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절망감을 토로했다. 아내가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손을 내밀었지만, 남편은 그 손길을 쉽게 잡지 못했다. 그는 간병도 아내나 딸이 아닌 여동생에게 부탁했고, 그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된 아내는 더욱 서운함을 드러냈다.
오은영 박사는 남편에게 우울증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우울함은 병의 진행을 더 빠르게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간병 문제는 가족과 충분히 논의해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아내에게는 상대의 감정을 부정하지 않는 대화 방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내는 “이제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고, 남편 역시 “과거에 가족을 뒤로한 채 정신없이 살았던 게 상처였다니 미안하다. 아직 손을 잡을 순 없지만 마주 앉아 식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며 관계 회복의 가능성을 보였다.
다음 방송에서는 서로에게 같은 공포와 분노를 느낀다는 ‘미러 부부’의 사연이 소개된다.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은 연말 편성 조정으로 인해 12월 한 달간 오후 9시에 방송된다.
이수진 기자 sujinl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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