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노의 뉴스 피처링] 이재명은 정원오를 왜 띄웠나…서울시장 구도 흔드는 한 줄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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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뉴스 피처링] 이재명은 정원오를 왜 띄웠나…서울시장 구도 흔드는 한 줄의 힘

투데이신문 2025-12-09 09:42:1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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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오늘의 주요 이슈를 사실-맥락-관점의 세 축으로 풀어드립니다. 음악에서 ‘피처링’은 협업과 도움을 뜻하고, 저널리즘의 Feature는 단순 속보가 아닌 깊이 있는 맥락과 스토리를 다룹니다. 〈뉴스 피처링〉은 이 두 가지 의미를 담아 뉴스의 본질과 함의를 알기 쉽게 풀어내 여러분의 뉴스 생활을 입체적으로 피처링 해드리겠습니다.

지난 2022년 11월 30일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성동구청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귀엣말을 듣고 있다. 두 사람의 정치적 인연은 지방자치단체장이라는 공통점으로 더 긴밀해졌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2022년 11월 30일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성동구청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귀엣말을 듣고 있다. 두 사람의 정치적 인연은 지방자치단체장이라는 공통점으로 더 긴밀해졌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어제(8일)는 하루 종일 이재명 대통령이 내년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는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에 대한 공개 칭찬이 화제가 됐습니다. 이 대통령은 어제 자신의 SNS에 성동구가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구정 만족도 조사에서 92.9%의 긍정 평가를 받았다는 내용의 언론 기사를 게재하며 “정원오 구청장이 일을 잘하기는 잘하나 보다. 저의 성남시장 만족도가 꽤 높았는데, 저는 명함도 못 내밀듯”이라고 적었습니다.

이에 정 구청장은 대통령의 게시글을 재공유하며 “원조 ‘일잘러’로부터 이런 칭찬을 받다니 감개무량할 따름이다. 더욱 정진하겠다”고 화답했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리틀 이재명’ ‘제2의 이재명’으로 불리는 데 대해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이 던지고 ‘일개’ 구청장이 받은 이 ‘핑퐁 러브게임’에 대해 정치권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이 정원오 구청장을 서울시장 감으로 콕 찍었다’는 ‘명심’(明心) 논란으로 하루종일 들썩였습니다.

특히 여권의 서울시장 후보군들인 박홍근 박주민 전현희 의원 등은 힘이 쭉 빠질 수밖에 없는 멘트입니다. 대통령실은 공식적으로 “지방선거와는 관련 없는 메시지”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현상적으로 드러나는 정치적 파장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지난 2023년 11월 27일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익표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지방재정 파탄 해결'을 위한 민주당 지방정부 긴급 대책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주 수석부의장, 서삼석 예결위원장, 이개호 정책위의장, 박정현 최고위원, 홍익표 원내대표, 이재명 대표, 김관영 전북지사, 양승조·정원오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 공동위원장.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2023년 11월 27일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익표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지방재정 파탄 해결'을 위한 민주당 지방정부 긴급 대책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주 수석부의장, 서삼석 예결위원장, 이개호 정책위의장, 박정현 최고위원, 홍익표 원내대표, 이재명 대표, 김관영 전북지사, 양승조·정원오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 공동위원장. [사진제공=뉴시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내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특정 인물을 노골적으로 띄우는 선거 개입 신호탄이다. 또 사실상 여당의 서울시장 후보를 겨냥한 명심오더이자 대통령발 사전 선거운동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대통령의 선거개입까지 직접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겠지만 이 대통령이 자신의 SNS에 직접 특정인물을 공개 칭찬하는 것은 분명히 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합니다.

몇 가지 해석을 해봅니다. 먼저 이 대통령은 자신이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시절을 가끔 언급할 때 ‘일 잘 한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는 평가에 대해 가장 기분이 업 된다고 합니다. 폭주하는 민원을 지방자치단체장이 직접 몸으로 때우며 해결을 하면서 대중적 인지도와 지지도도 올라갔습니다.

그런 자신의 경험 때문에 전국 지자체장 가운데 행정 만족도에서 90%가 넘는 지도자가 나왔으니 당연히 내밀한 감정이입이 이뤄질 수밖에 없습니다. 동종업계 사람들만이 느끼는 일종의 ‘동지의식’입니다.

그런 개인적 공감 때문에 ‘생각없이’ 정 구청장을 한번 칭찬하며 격려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24년 11월 30일 민주당 대표 시절에도 “수도권에서 막 진짜 잘하는 단체장들 많다. 정원오 구청장 이런 사람들…진짜 잘한다, 내가 봐도. 나도 한때 뭐 성남시장 할 때 잘했단 소리 듣긴 했는데 그때보다 더 잘하는 거 같다”라고 언급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대통령의 ‘정원오 사랑’은 이처럼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전부터 시민단체 일을 하며 정치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지만 그런 ‘운동가’에 머물지 않고 지방자치단체장을 하며 행정을 정치인의 본질적인 경쟁력을 키웠습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4일 광주 남구 노대동 빛고을 노인건강타운을 방문해 어르신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광주·전남사진기자단]
김민석 국무총리가 4일 광주 남구 노대동 빛고을 노인건강타운을 방문해 어르신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광주·전남사진기자단]

그렇기에 정치인의 자질 중 행정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체득한 지도자입니다. 이런 평소의 소신 때문에 정원오 구청장을 공개 칭찬하면서 관가나 여당에 ‘정원오를 좀 본 받으라’는 메시지를 던지려고도 했을 것입니다. 이 대통령의 개인적 선호와 정치권에 던지는 일종의 ‘지도자 덕목’인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 대통령의 정 구청장 언급은 더불어민주당의 서울시장 중진 후보군들에게도 ‘분발하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현재 3선의 박홍근 박주민 전현희 의원 등은 정책 등에서 강점이 있는 주자이긴 하지만 행정능력을 검증받은 적은 없습니다. 여기에다 대중적 인지도나 지지도도 그리 높지 않아서 민주당의 고민이 깊은 지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정원오’라는 메기 한 마리를 당내에 투척하면서 서울시장 후보 경쟁은 그야말로 치열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김민석 국무총리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본인이나 당내에서는 김 총리가 당대표로 진출해 곧바로 대권 도전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서울시장 자리는 김 총리에게 뿌리칠 수 없는 강력한 유혹이긴 합니다. 김 총리가 과거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거에 나섰다가 패퇴한 ‘트라우마’가 있기는 하지만 자신의 약점이자 이 대통령의 강점인 ‘행정능력’을 제대로 검증받고 싶은 유혹이 클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이 대통령의 정 구청장 언급은 김 총리에게도 정치적 자극이 될 만한 요소입니다. 김 총리는 이 대통령 언급 후 한 라디오 방송에서 “대통령께서 그야말로 개인적으로 본 부분에 대한 아주 그냥 개인적 소회를 자연스럽게 올리는 것이 확대 해석되는 것 아닌가 싶다”며 밑자락을 깔았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에 입장하며 오세훈 서울시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에 입장하며 오세훈 서울시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가벼운 사안으로 언급 자체를 안 할 수도 있었지만 확대 해석 경계를 주문한 것은 신경이 쓰이는 대목으로 읽힙니다. 특히 4선 의원에 국무총리까지 지내고 있는 자신이 3선의 구청장과 정치적 비교가 되는 것 자체가 넌센스에 가깝지만 이 대통령이 정 구청장 웨이트를 단박에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올려놓음으로써 그동안 김 총리가 가졌던 경륜 프리미엄은 사실상 사라져버렸습니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내년 지방선거가 이재명 정부의 사활이 걸린 정체절명의 ‘중간평가’입니다. 압승은 아니더라도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서울시장이라는 상징적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합니다.

이런 고민이 있는데 기존의 민주당 후보군들을 보면 사실 한숨이 좀 나오지 않았을까요. 정원오 구청장은 이런 점에서 이 대통령의 고민과 번민을 해결해줄 바로 적임자입니다. ‘리틀 이재명’이라는 간결하고도 직설적인 별칭과 참신성, 행정능력 면에서 강점이 있다면 구청장 3선 출신이라도 충분히 서울시장 후보로도 경쟁력이 있다는 정치적 계산을 했을 법합니다.

이 대통령이 이쯤 던져놓으면 이제부터 ‘정원오의 시간’입니다. 현직 대통령이 직접 멍석을 깔아줬다면 이는 일생일대의 기회입니다. 정원오 구청장은 지난 10월 성동구청 명의로 한국리서치에 자신의 구정 만족도 여론조사를 의뢰했습니다. 의례적인 구정 홍보 전략일 수 있지만 자신의 강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그것을 서울시장 후보 도전의 키로 삼을 것임을 알 수 있게 합니다.

이제 민주당 후보군들과 당원들의 ‘진성 검증’이 정원오 구청장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타도어와 부정여론도 많이 나올 것입니다. 그들의 집중 견제를 어떻게 돌파할지가 주요 변수입니다.

높이 올라간다는 것은 그만큼 여러 사람의 시야에 잘 띄는 타깃이 됨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정원오 구청장으로서는 밑져야 본전인 꽃놀이패입니다. 이제부터 정 구청장이 어떻게 서울시장 후보에 접근하는지 이전보다는 더 도수가 높은 현미경으로 그의 행보를 예의주시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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