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금남로에 속속 등장…"고객 추가 유인 효과 낮아"
"규모 있는 특화거리·사무실 임차 지원으로 사람 채워야"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공실률이 심각한 광주 원도심 상권에 인형뽑기방과 가챠숍(캡슐 장난감 뽑기 가게) 등 무인점포가 급증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권의 특색이 약화하는 것은 물론 무인점포 특성상 주변 가게로까지 고객을 유인하거나 확산하는 효과가 낮아 상권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광주 동구 금남로 2가와 3가를 중심으로 수십 개의 무인점포가 입점해있다.
반경 150m 안에 인형뽑기방과 가챠숍만 10개가 넘는 구간도 있으며 인생네컷·코인노래방·과자점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많다.
코인노래방은 주로 건물 지하나 2층에 자리 잡고 있으며 다른 무인점포들은 옷 가게·저가형 화장품 로드샵·디저트 가게 등이 빠져나간 1층을 채웠다.
장기간 '임대' 현수막이 붙어있는 것보다는 낫다는 시각도 있지만, 상권 전체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는 의견이 많다.
상인들은 무인점포 이용 고객의 체류 시간이 짧고 동종이나 다른 업종에 대한 추가 소비로 이어지는 효과도 낮다고 전했다.
유행에 따라 입점과 폐점 주기가 짧아 고객 재방문율이 높지 않고 금방 공실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은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실제 금남로·충장로 상권의 공실률도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정보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금남로·충장로의 일반 상가 4곳 중 1곳이 비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건물에 여러 소유자가 있는 집합상가 공실 비율은 24.5%(전국 평균 10.5%), 3층 이상이나 연면적 330㎡를 초과하는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6.4%(전국 13.%)였다.
소규모 상가 공실률도 15.0%로 전국 평균(8%)의 두 배에 가까웠다.
오피스(사무실) 공실률은 41.0%(전국 8.9%)로 울산 신정동(48.8%)과 함께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이대로 무인점포 확산을 방치할 경우 상권과 고용에 모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돼 지자체와 상인들이 조속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도심 정주 인구가 줄어들고 지역이 다른 상권이 여럿 생기면서 과거보다 이용 인구가 분산된 점을 고려해 특색을 살리거나 유동 인구를 늘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태진 광주청년센터장은 "그동안 특화 거리, 행사 등이 단발성이거나 너무 작아 이용객의 발길을 오래 붙들지 못했다"며 "충장축제를 접목한 특화 거리를 대규모로 상시 운영하거나 반려견 친화 식당·카페 등이 몰린 반려견 거리 조성 등을 고민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역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상권은 결국 사람이 채워져야 돈을 쓰는 구조"라며 "스타트업들이 자리 잡으면서 활기를 회복한 동명동 사례 등을 참고해 벤처·청년기업 유인을 위해 민관이 임대료 지원·창업 지원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양질의 가게가 여럿 있으면 고객들이 그 거리에 몰려 경쟁 매장이나 다른 업종에도 낙수효과를 낼 수 있다"며 "유동 인구나 고용 유지에 도움이 되는 업장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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