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가 만 12세 이전에 스마트폰 사용을 시작할 경우 우울증과 비만, 수면 부족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소아과학회(AAP) 학술지 '소아과학(Pediatrics)'은 1일 미국 아동·청소년 약 1만5000명을 분석한 '뇌 인지 발달 연구(ABCD Study)'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스마트폰을 이른 나이에 사용할수록 정신·신체 건강 지표가 나빠지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12세 이전에 스마트폰을 소유한 아동의 경우 사용 시작 시점이 빠를수록 비만과 수면 장애 위험이 뚜렷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아동이 스마트폰을 갖게 된 중위 연령은 11세였다.
12세까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던 아동이라도 이후 1년 이내 스마트폰을 소유하게 된 경우 정신 건강 문제와 수면 장애를 겪을 위험이 높아지는 경향도 확인됐다.
논문 주저자 란 바질레이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청소년기는 작은 환경 변화도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매우 민감한 시기"라며 "12세 아동과 16세 청소년의 발달 단계 차이는 42세와 46세 성인의 차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한국 아동의 미디어 이용 실태는 이미 '과다'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2023 어린이 미디어 이용 조사'에 따르면 국내 3~4세 아동의 하루 평균 미디어 이용 시간은 184.4분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하루 1시간 이내' 기준의 3배를 넘었다. 3~9세 아동 전체의 하루 평균 이용 시간 역시 185.9분에 달했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기기는 스마트폰(77.6%)이었으며, 3~9세 아동의 75.3%는 유튜브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 하루 평균 이용 시간은 83분에 달했다.
보호자가 스마트폰 사용을 허용한 이유로는 '아이의 스트레스 해소, 기분전환을 위해서'(50.8%)가 가장 많았고, '아이가 할 일을 다 하거나 말을 잘 들었을 때 보상으로'(38.5%), '새로운 정보를 얻고 학습하는 데 도움이 돼서'(23.0%) 등이 뒤를 이었다.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상황은 '어린이집·유치원·학교 하원, 하교 직후'가 39.9%로 가장 많았으며, '공공장소(식당·병원·종교시설 등)'가 27.4%, '이동 중'이 25.0%로 뒤를 이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아동의 '적정한' 미디어 이용 시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신체적 활동, 또래 놀이, 부모와 대면 상호작용 등에 필요한 시간을 우선으로 고려하고 이러한 활동에 미디어를 활용하는 것과 기분 전환이나 휴식으로 미디어를 이용하는 것을 구분해 적정한 미디어 이용 시간을 판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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