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1위 OTT 플랫폼 넷플릭스와 미국 엔터 사업의 역사를 함께한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파라마운트)가 진흙탕 싸움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파라마운트는 8일(현지시간)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이하 WBD)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 개시를 선언했다. WBD의 모든 발행 주식을 주당 30달러에 매입하는 전액 현금 공개매수에 착수했다고 밝힌 것. 이는 지난 4일 WBD 이사회에 제출했던 제안과 동일한 조건으로, 케이블 네트워크를 포함한 전체 규모의 WBD를 대상으로 한다.
목적은 분명하다. 넷플릭스의 WBD 인수건과 관련 우려의 목소리를 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등에 업고 이번 거래에 균열을 일으키고자 한 것.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넷플릭스는 이미 매우 큰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고, WBD를 인수할 시 그 점유율은 더욱 커질 거다. 이에 난 이 거래에 관여하려 한다"라고 반독점법 위반에 대한 우려를 표한 바 있는데, 파라마운트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엘리슨은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오라클 창업자 겸 CEO 래리 엘리슨의 아들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파라마운트 측은 "자사의 현금 제안안은 (WBD의) 부채 승계를 포함해 779억 달러·기업가치 1,084억 달러 규모에 육박한다. 반면 넷플릭스의 제안은 변동 가능성이 있는 복잡한 구조로, 주당 인수 가격인 27.75달러 중 현금은 23.25달러, 주식은 4.5달러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향후 넷플릭스 주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또 당사는 자사 거래가 12개월 내 종결될 수 있는 반면, 넷플릭스의 거래는 12~18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의 전략적·재무적 제안은 넷플릭스 거래 대비 확실히 우월하며, 불확실한 가치와 복잡한 규제 승인 절차에 WBD 주주들을 노출시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데이비드 엘리슨 CEO 역시 투자자들과의 통화에서 "우리 제안은 모든 면에서 넷플릭스보다 우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현재 앞서고 있는 건 넷플릭스 쪽이다. WBD 인수전에 참여한 3사(넷플릭스, 파라마운트, 컴캐스트) 중 최종 합의에 성공한 게 넷플릭스이기 때문. 넷플릭스는 이미 WBD의 영화·TV 스튜디오와 HBO·HBO Max 사업 부문을 720억 달러(한화 약 105조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파라마운트가 이번 적대적 M&A를 통해 얼마나 많은 지분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승부의 향방이 갈릴 예정이다.
그렇다면 양사는 무엇을 위해 WBD 인수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붓고 있을까. 우선 넷플릭스의 경우 우위 선점에 의의가 있다. 이미 OTT 시장을 장악 중에 있는데, HBO Max까지 품게 된다면 미국 시장 점유율을 30%까지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 두 번째는 강력한 IP 확보. 이미 '하우스 오브 카드' '오징어 게임' '기묘한 이야기' 등 막강한 IP를 보유하고 있지만, WBD를 손에 쥐게 된다면 '해리포터' 'DC' '왕좌의 게임' '매트릭스' '반지의 제왕' 등 영화 업계에서 역사적인 업적을 지닌 콘텐츠들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WBD 스튜디오 사업을 등에 업고 할리우드 콘텐츠 생태계 장악도 가능해진다.
파라마운트도 WBD 확보가 절실하다. 파라마운트는 자회사 CBS가 운영 중인 OTT 플랫폼 '파라마운트+'를 보유하고 있지만 경쟁력이 높진 않은 상태. 주요 IP도 2021년 론칭한 '옐로우재킷'이 유일할 정도다. 하나 WBD의 풍부한 IP와 '화이트 로투스'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유포리아' 등으로 유명한 HBO Max를 손에 쥔다면 넷플릭스·디즈니+ 등과 맞붙을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
파라마운트는 넷플릭스·컴캐스트와 달리 케이블 네트워크 부문에 대한 욕심도 드러낸 바 있는데, 만약 WBD를 인수하게 된다면 TV 부문에서의 우위도 차지할 수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레거시 미디어들 역시 위기에 놓인 상태. 대부분의 유저가 스트리밍 서비스로 눈길을 돌리며 이용자 수가 급속도로 낮아지고 있다. 이는 CBS, 니켈로디언, MTV 등의 채널을 보유한 파라마운트의 입장에선 더욱 치명적일 수밖에. 이에 파라마운트는 HBO, CNN, TBS, TNT 등을 소유한 WBD를 인수하며 유지·보수 비용을 낮추고 콘텐츠 라이선싱 및 유통 협상력을 강화, 전반적인 사업 안정성을 높일 계획이다.
한편 넷플릭스는 이번 인수 계약에서 규제 당국의 불허 등으로 거래가 결렬될 경우 WBD 측에 58억 달러(약 8조6,000억 원)의 위약금을 지불해야 한다. 이는 전체 인수 금액의 약 8%에 달하는 수준으로, 통상적인 인수 불발 위약금 비율인 1~3%에 비해 크게 높다. WBD를 차지하기 위한 인수전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이번 거래에 대한 넷플릭스의 강력한 자신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iMBC연예 김종은 | 사진출처 넷플릭스, 파라마운트, 워너브라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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