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나 제미나이와 같은 대형언어모델(LLM) 기반 인공지능(AI) 챗봇과의 짧은 대화만으로도 유권자들이 지지 후보나 지지 정당을 바꿀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데이비드 랜드 미국 코넬대 정보 과학·마케팅·경영 커뮤니케이션 교수팀은 최근 4개국에서 진행한 실험을 통해 LLM으로 구동되는 챗봇이 정치적 설득에 매우 효과적이며, 유권자들의 선호도를 10%p 이상 변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사이언스'에 두 편의 논문으로 공개됐다. 연구팀은 2024년 미국 대선, 2025년 캐나다와 폴란드 대선 전에 일부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특정 후보자의 정책에 초점을 맞춘 AI 챗봇과 대화하도록 했다.
연구진은 AI 챗봇에게 대선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태도를 변화시키도록 지시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을 무작위로 배정했고, 챗봇과 대화를 주고받도록 한 이후 의견과 투표 의향의 변화를 측정했다.
미국 대선 두 달 전 모집된 2300명이 넘는 미국인들은 당시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후보 가운데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지 미리 밝히고 챗봇과 대화를 시작했다. 그 결과 지지도 100점 만점 기준으로 해리스 후보를 지지하는 AI 모델은 트럼프 지지 유권자들의 지지를 해리스 쪽으로 3.9점 이동시켰다.
2016년과 2020년 선거 기간 동안 시험된 기존 광고 효과보다 약 4배 더 크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AI 모델은 해리스 지지 유권자들을 트럼프 쪽으로 1.51점 이동시켰다. 캐나다인 1530명, 폴란드인 2118명을 대상으로 한 유사한 실험에서는 설득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AI 챗봇은 유권자들의 태도와 지지 성향을 10%포인트를 전향시키는 사례도 나왔다. 랜드 교수는 "이것은 저에게 충격적일 정도로 큰 효과였다. 특히 대선 정치의 맥락에서 더욱 그렇다"라고 밝혔다. 챗봇은 다양한 설득 전략을 사용했으며, 정중한 태도로 증거를 제시하는 대화가 일반적이었다.
단 AI 챗봇이 팩트를 제시하지 않도록 차단했을 때 챗봇의 설득력이 현저히 떨어지기도 했다. AI 챗봇이 유권자를 설득하는 데 있어, 팩트를 기반으로 답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실험을 마치고 AI 챗봇이 제시한 팩트의 정확성을 검증했다.
인간 전문가를 통해 검증한 결과, 대체적으로 AI 모델의 주장은 대부분 정확했지만, 세 국가 모두 우파 후보를 지지하는 AI 챗봇이 더 부정확한 주장을 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 공동 저자인 고든 페니쿡 코넬대 교수는 "우파 성향의 소셜 미디어 사용자가 좌파 성향의 사용자보다 더 부정확한 정보를 공유한다는, 기존 연구결과와 일치한다"라고 했다.
랜드 교수팀은 영국 AI 보안 연구소 연구원들과 협력해 챗봇의 설득력을 높이는 요인도 조사했다. 영국인 약 7만 7000명이 700개 이상의 정치 문제에 대해 AI 챗봇과 소통한 결과, AI 모델 규모가 클수록 설득력이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랜드 교수는 "설득력이 가장 최적화된 모델은 반대 성향 유권자의 의견을 최대 25%포인트나 전향시켰다"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챗봇이 점점 더 많은 사실적 주장을 제공하도록 강요받다 보면 결국 정확한 정보가 고갈돼 허위 정보를 조작하기 시작할 것이라고도 진단했다.
랜드 교수는 "AI 챗봇이 정치 캠페인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의심의 여지가 거의 없다"라며 "지금의 과제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사람들이 AI의 설득을 인식하고 저항하도록 돕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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