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RTE
」피나르테는 핀란드 ‘래그 러그’의 선구자로 꼽히는 에이야 라신마키(Eija Rasinm?ki)가 설립하고, 그의 딸인 앤 라신마키(Anne Rasinma¨ki)가 이어받은 러그 전문 가족 기업이다. 래그 러그는 낡은 천 조각이나 헌 옷을 재활용해 만든 러그로, 라신마키는 여기에 핀란드 특유의 감성을 입혀 인도의 장인들과 협업해 제품을 선보인다. 올해 40주년을 맞아 공개한 기념 컬렉션은 피나르테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레드 · 오렌지 · 베이지 톤의 업사이클 코튼으로 제작한 ‘아폴로(Apollo)’는 따뜻하고 생동감 넘치며, 스트라이프 패턴이 돋보이는 울 러그 ‘오리온(Orion)’은 내구성이 뛰어나다. 핸드 터프팅 기법으로 1990년대의 첫 울 러그 컬렉션을 재해석한 ‘콜럼버스(Columbus)’는 발끝에서 느껴지는 포근함이 인상적이다.
HAKOLA
」노르딕 디자인 특유의 뉴트럴 컬러 일색에서 대담한 컬러 플레이를 펼치며 선입견을 유쾌하게 깨부숴온 하콜라. 1906년 초에 론칭한 가구 및 텍스타일 브랜드로, 핀란드 중서부 유르바(Jurva)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헬싱키에 3층 규모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덴마크 텍스타일 브랜드 크바드랏과 협업 제품을 내놓는가 하면, 로컬 디자이너인 한나 아노넨(Hanna Anonen)과 칵테일 샹들리에를 디자인하는 등 꾸준히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펼치는 중이다. 모든 가구는 주문 제작이 가능하며, 특히 소파의 경우 커버 선택의 폭이 넓다. 베스트셀러는 둥근 헤드보드로 안정감을 주는 ‘네스트(Nest)’ 시리즈. 올가을엔 체스 패턴의 텍스타일 시리즈를 선보였다.
MADE BY CHOICE
」‘메이드 바이 초이스’의 이름 속 ‘초이스(Choice)’는 가구를 함께 만드는 협업자들의 선택을 의미한다. 창의성과 사회적 연결, 협업을 기반으로 한 컬렉션은 핀란드 남서부 할리코(Halikko)에서 40여 명의 장인과 엔지니어가 정교한 목공 기술과 현대 디자인을 결합해 완성한다. 뉴욕의 스나키텍처가 디자인한 ‘리에크사(Lieksa)’ 체어와 직각 평면과 소용돌이 모양의 합판 다리를 결합한 ‘콜호(Kolho)’ 체어가 대표적이다. 특히 리에크사 체어는 한 장의 합판을 구부려 제작하는 방식에서 전통 핀란드 장인 정신을, 불규칙하게 조각된 등받이와 다리에서는 북유럽 디자인의 자유로운 개성을 느낄 수 있다.
LOKAL GALLERY
」로칼 갤러리는 시대를 초월하는 미학과 장인 정신, 자연과의 조화를 지향하며 지속 가능한 예술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주력해 왔다. 예술과 공예의 경계에서 작업하는 신진 로컬 아티스트를 지원하며, 2012년 설립 이후 이런 철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2년마다 열리는 영 아티스트 전시 〈블룸 Bloom〉은 이런 철학의 연장선이라고 보면 된다. 올해엔 여덟 번째 에디션이 개최됐는데, 헬싱키의 로컬 예술가와 장인들의 작품을 보고 싶다면 혹은 북유럽 공예 트렌드를 갤러리 규모로 느끼고 싶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다.
NIKARI
」피스카스(Fiskars) 빌리지를 거점으로 전통 목공 기법을 적용해 하이엔드 목재 가구를 만드는 니카리는 공예적 미니멀리즘을 지향한다. 자연광에 반응하는 표면감, 장인의 손맛을 중요시하며 불필요한 가공이나 장식 없이 소재와 구조만으로 미학을 완성한다. 대표작으로 재스퍼 모리슨과 와타루 쿠마노(Wataru Kumano)가 핀란드의 겨울을 컨셉트로 디자인한 ‘디셈버’ 체어와 질서 · 비례 · 빛 · 반복 등 디자인 기본 요소에 대한 철학을 바탕으로 한 존 포슨(John Pawson)의 프레임 테이블 등이 있다. 올해는 덴마크 디자이너 세실리에 만즈(Cecilie Manz)의 다용도 가구 ‘타소(Taso)’를 출시하며 제품군을 확장했다.
ARTEK
」1935년 알바 알토와 아이노 알토가 설립한 아르텍은 올해 창립 90주년을 맞았다. 현대 디자인 역사의 풍파 속에서 핀란드의 자연에 대한 존중을 담은 디자인을 끈기 있게 이어온 이 브랜드는 오랜 친구인 마리메꼬와의 협업으로 그들만의 철학을 자축했다. 자작나무 시리즈의 스툴, 테이블, 벤치에 마리메꼬의 상징적 패턴인 ‘우니코(Unikko)’를 만든 마이야 이솔라(Maija Isola)의 ‘아르키흐티(Arkkitehti)’ 시리즈 패턴을 적용한 한정판 가구를 선보였다. 예술과 기술이 만나는, 이름 그대로 ‘아르텍’다운 프로젝트였다.
STUDIO KUKKAPURO
」올해 초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핀란드 디자인 거장 위르요 쿠카푸로(Yrjo¨ Kukkapuro). 그는 행동력과 실험성이 뛰어난 디자이너였다. 금속 와이어에 앉아 자신의 몸을 사용한 3차원 모델링으로 카루셀리(Karuselli) 라운지체어를 만들었고, 기능주의에 포스트모더니즘을 결합한 익스페리먼트(Experiment) 체어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한동안 단종됐던 이 의자는 지난해부터 헴(Hem)에서 재판매 중이다. 사후 그의 딸인 이다 쿠카푸로(Ida Kukkapuro)가 운영하는 스튜디오 쿠카푸로는 올해 덴마크 패션 브랜드 스티네 고야(Stine Goya)와 협업한 ‘모데르나(Moderna)’ 시리즈를 발표하며 다음 세대의 시작을 알렸다.
FINNISH DESIGN SHOP
」북유럽 최대의 온라인 편집 쇼핑 플랫폼인 피니시 디자인 숍은 올해 처음 컨벤션형 전시인 하비타레에 참가하면서 브랜드의 존재감을 강화했다. 핀란드 디자이너 안나 피르콜라(Anna Pirkola)가 디렉팅한 부스는 덴마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헤이(Hay)와 협업해 대표 제품인 ‘컬러 크레이트’와 가을 신상품을 활용한 웨스 앤더슨 식의 컬러 톤으로 꾸며졌다. 헬싱키 디자인 위크의 메인 전시가 열린 수오미탈로(Suomitalo) 빌딩 5층에서 헤이와의 협업으로 팝업 레스토랑을 운영해 레이(Rey) 체어에 앉아 새로운 테이블웨어 컬렉션인 ‘라 피투라(La Pittura)’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COVER STORY
」커버 스토리는 페인트와 컬러를 단순한 건축 재료가 아닌, 핵심 인테리어 요소로 바라보는 친환경 페인트 브랜드다. 플라스틱이 해양과 토양, 인간의 몸에 스며드는 현실을 인식하고 100% 플라스틱 프리 제품을 개발했다. 핀란드의 일조량과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엄선한 컬러 팔레트를 선보이며, 컬러 선택을 도와주는 샘플 시트 배송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번 헬싱키 디자인 위크에서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로라 세파넨(Laura Seppa¨nen)과 협업해 그린 톤의 ‘레온(Leon)’과 베이지 톤의 ‘샌디(Sandy)’를 새롭게 추가했다.
PAIVI HELANDER
」아트 디렉터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인 파이비 헬란더는 헬싱키 디자인 위크 기간에 열리는 컨벤션형 전시 하비타레의 크리에이티브 리드로서 매해 컨셉트와 큐레이션을 총괄한다. 핀란드에서는 미술을, 미국에서는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으며, 독일과 핀란드 출판 업계의 디자인과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활동하다 2019년 헬싱키에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를 설립한 이후 다수의 핀란드 브랜드 아트 디렉팅을 맡아왔다. 2025년, 핀란드 그래픽 디자이너 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그래픽 디자이너’에도 이름을 올렸다. 헬싱키 기반의 디자인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그녀의 행보에 주목할 것. 비주얼 아이덴티티부터 아트 디렉션, 비주얼 스토리텔링, 컨셉트 디자인에 이르는 그녀의 작업은 특히 책이라는 매체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
MARIMEKKO
」마리메꼬의 투어 전시 〈Field of Flowers〉는 플로럴 패턴의 대명사로 불리는 브랜드가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선보이며 다음 시대를 조망한 프로젝트다. 오사카에서 시작해 방콕, 쿠알라룸푸르, 홍콩, 타이베이, 도쿄, 호치민을 거쳐 헬싱키 디자인 위크 기간에는 플래그십 스토어와 하비타레 전시장에서 펼쳐졌고, 이후 상하이와 시드니로 이어진다. 25개의 새로운 플로럴 패턴은 안티 케키(Antti Kekki), 마사루 스즈키(Masaru Suzuki), 에이야 베흐빌래이넨(Eija Vehvila¨inen), 아이노-마이야 메촐라(Aino-Maija Metsola), 에르야 히르비(Erja Hirvi) 등 다섯 명의 디자이너가 참여했다.
JKMM
」헬싱키의 ‘건축 & 디자인 뮤지엄(Museum of Architecture and Design)’은 새로운 시대를 준비 중이다. 핀란드 건축 박물관과 디자인 뮤지엄은 2024년 건축 & 디자인 뮤지엄으로 통합됐고, 이후 새로운 뮤지엄 건축을 위한 익명 설계 공모를 진행했다. 18개월의 과정을 거쳐 헬싱키 디자인 위크 기간 동안 최종 우승작이 발표됐는데, 헬싱키의 건축 회사 JKMM이 영예를 안았다. 1998년에 설립된 JKMM은 ‘아모스 렉스’를 설계했으며, 2027년 완공 예정인 핀란드 국립박물관 신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기도 하다. 헬싱키 항구 남쪽에 세워질 새로운 건축 & 디자인 뮤지엄은 2030년 개관 예정이다.
FINLANDIA HALL
」1971년 알바르 알토가 설계한 다목적 문화 공간 핀란디아 홀이 3년간의 레너베이션을 마치고 재개관해 핀란드 디자인 위크 관람자들과 조우했다. 공간의 용도 확장과 노후 시설 개선을 목표로 레스토랑 · 카페 · 숍을 새롭게 열고, 직원 숙소로 쓰이던 핀란디아 홀 내의 플랏은 누구나 투숙 가능한 호텔 겸 아파트로 탈바꿈시켰다. 알토의 디자인과 건축 철학을 되짚는 상설 전시장도 신설됐다. 건물 외벽은 유지 보수 때문에 유사한 질감의 복합 대리석 패널로 교체됐는데, 기존 외벽 장식재였던 이탈리아산 흰색 카라라 대리석은 하비타레 테마 전시관 바닥재로 재활용됐고, 일부는 숍에서 기념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AMOS REX
」헬싱키에서 가장 실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뮤지엄 아모스 렉스. 건물 뒤편 라시팔라치 광장의 독특한 건축은 뮤지엄 지하 공간에 빛을 끌어들이는 창 역할을 한다. 연례 커미션 시리즈의 첫 전시로 런던 기반의 디자이너 잉카 일로리(Yinka Ilori)가 이곳에 시민을 위한 놀이터를 꾸몄다. 스케이트보드 트레일, 농구 코트, 탁구대, 벤치를 설치해 건축과 디자인 사이에서 펼쳐진 몰입 경험을 가능케 한다. 약 4개월간 진행된 이 설치미술 전시의 제목은 〈투명한 행복 Transparent Happiness〉. 핀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1위에 8년 연속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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