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를 끄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는 꼭 등장하는 캐릭터가 있다. 바로 '메기'다. 남녀 출연자들의 관계가 어느 정도 안정되거나 지루해질 무렵, 중간에 투입되어 새로운 긴장감을 불어넣는 출연자를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기존의 애정 전선에 균열을 내고 판을 뒤흔드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왜 하필 수많은 물고기 중 '메기'가 이런 '판을 바꾸는 존재'의 대명사가 되었을까. 지금부터 방송가와 식탁을 오가며 이목을 끄는 메기에 대해 알아본다.
긴 수염과 미끈한 피부 '민물의 포식자'
메기는 메기목 메기과에 속하는 민물고기로,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에 널리 분포하는 어종이다. 주로 유속이 느린 강이나 늪, 진흙이 많은 바닥에 서식한다. 환경 적응력이 매우 뛰어나 산소가 부족하거나 수질이 탁한 3급수에서도 거뜬히 생존할 만큼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한다.
외형은 머리가 납작하고 몸통은 길쭉한 원통형을 띤다. 몸에는 비늘이 없고 두꺼운 점액질로 덮여 있어 표면이 매끄럽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위아래 턱에 난 4개의 긴 수염이다. 시력이 좋지 않은 메기에게 이 수염은 어두운 물속에서 먹이나 장애물을 감지하는 감각 기관 역할을 한다. 전형적인 야행성 어종으로 낮에는 돌 틈이나 풀숲에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활발히 활동한다.
기력 보충과 부기 제거에 좋은 보양식
예로부터 메기는 지친 몸을 회복하는 보양식으로 통했다. 동의보감에는 메기를 두고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고 기록하고 있다. 메기의 따뜻한 성질은 배가 차거나 소화 기능이 약한 사람의 속을 편안하게 달래준다. 또한 소변을 시원하게 보게 해 몸속에 쌓인 불필요한 수분과 노폐물을 밖으로 내보내는 효과가 있어, 몸이 잘 붓는 사람에게 약용으로 쓰이기도 했다.
한의학적 효능뿐만 아니라 영양학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메기에는 양질의 단백질이 풍부해 기력 회복에 좋으면서도, 지방 함량은 낮아 체중 조절 시에도 부담 없이 섭취할 수 있다. 또한 칼슘과 철분 성분은 뼈를 튼튼하게 하고 빈혈 예방에 도움을 주며, 다량 함유된 비타민 B군은 피로 해소에 탁월하다. 덕분에 성장기 어린이나 기력이 쇠한 노인에게 부족한 영양을 채워주는 좋은 공급원이 된다.
정체된 판을 깨우는 메기 효과
연애 프로그램 속 '메기'가 출연진 사이의 묘한 긴장감을 높이는 역할을 하듯, 실제 생태계 속 메기 또한 닥치는 대로 먹이를 사냥하는 상위 포식자로서 물속 질서를 주도한다. 방송가에서 흔히 쓰이는 '메기남', '메기녀' 같은 신조어도 바로 이런 메기의 습성에서 착안한 경제·경영학 용어 '메기 효과'에서 유래했다.
이 용어는 과거 북유럽 어부들의 지혜에서 탄생했다. 당시 어부들은 청어를 먼 항구까지 싱싱하게 옮기기 위해 수조에 천적인 메기 한 마리를 함께 넣었다고 한다. 천적을 피해 끊임없이 도망쳐야 했던 청어들이 긴장을 늦추지 않은 덕분에 도착할 때까지 활력을 유지했다는 일화다. 즉, 정체된 조직에 강력한 경쟁자를 투입해 전체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드는 현상을 의미한다.
활발한 것이 싱싱, 완전히 익혀 먹어야 안전
좋은 메기를 고르려면 움직임을 잘 살펴야 한다. 수조 안에서 힘차게 헤엄치고 활동량이 많은 것이 싱싱하다. 피부 표면이 매끄럽고 윤기가 돌며, 몸에 상처가 없는 것을 고르는 편이 낫다.
섭취할 때도 주의해야 한다. 메기는 민물고기이므로 기생충 감염 우려가 있어 날로 먹기보다 탕이나 구이처럼 속까지 완전히 익혀 먹어야 안전하다. 또한 껍질의 끈적한 점액질은 흙냄새의 원인이 되므로, 조리 전 굵은소금이나 밀가루로 표면을 문질러 씻어내야 깔끔한 맛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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