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투데이 이정근기자] 메르세데스-벤츠의 E-클래스는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수입차 중 하나일 것이다. 가격대도 6천만 원대부터 시작하고 최상위 고성능 모델은 1억 원을 훌쩍 넘기지만 다양한 필요조건을 원하는 사람들의 요구에 웬만하면 다 맞출 수 있는 것이 E-클래스다.
대부분의 상품들이 그러하듯 세그먼트의 가장 위에 있는 모델은 상위 세그먼트의 기본형 모델과 숫자상으로 비슷해지는 경향이 있기에 흔히 말하는 '그돈씨'나 '차라리 그것을 사지' 또는 '왜 그런 선택을 했나' 등의 묘한 뉘앙스를 풀풀 풍기는 질문을 받게 된다.
메르세데스-벤츠 E450 4MATIC(이하 E450) 역시 AMG를 제외한 평범한 세단에서는 가장 고가의 모델이다. 당연히 E-클래스보다는 상위 모델인 S-클래스에서 볼 수 있는 옵션들이 가득하다.
판매량도 2025년 11월 기준 1,074대로 월 100여 대가 꾸준히 고객을 만나고 있다. 물론 가장 많이 판매되는 E200이나 E300에 비하면 판매 대수는 쿤 의미가 없어 보이지만, E450은 분명 스스로 왜 E-클래스의 정점에 서 있어야 하는지 스스로 증명하고 있고, 그 가치를 아는 사람에게 기꺼이 키를 내어준다. 그리고 완벽에 가까운 만족감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뿐이다.
'삼각별'이 원하던 존재감, 눈과 손이 닿는 곳에서 드러난다
외관상으로 E450은 다른 트림과 크게 다른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분명 E-클래스의 모든 것을 가진만큼 기본형 모델과 다른 점들이 있다.
작은 '삼각별'로 가득한 라디에이터 그릴 대신 '익스클루시브' 트림 고유의 웅장함을 주는 느낌의 클래식한 디자인의 그릴과 가까이서 보면 다양한 기능을 해낼 것 같은 디지털 헤드라이트는 야간에 존재감이 드러난다.
직렬 6기통 3.0L 엔진을 품고 있는 보닛은 한껏 부풀어 오른 듯한 '파워돔'을 자랑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은근히 드러낸다. 여기에 20인치 AMG 멀티스포크 휠은 고급스러운 느낌과 동시에 스포티함도 갖췄다.
그리고 보닛 위에 은은하게 빛나는 '메르세데스=벤츠' 로고는 밖에서도 확실한 자부심을 갖게 하기 충분하고, 운전석에 앉아 있을 때에도 시야에서 단 한순간도 사라지지 않고 벤츠와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만든다.
처음 등장했을 때 왜 저기에 벤츠 로고를 넣어서 차를 못생기게 만드냐는 일부의 비아냥과 비난을 들었던 뒷모습, 특히 테일램프는 출시한 지 2년쯤 지나면서 벤츠 디자이너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멀리서, 저~멀리서 봐도 벤츠라는 것을 알게 만드는 중요한 포인트가 되었다.
이후 등장할 벤츠의 신차들이 '삼각별'을 어떻게 얼마나 더 많이 넣을지 모르지만, 벤츠 디자이너의 의도는 1000% 성공했음이 분명하다.
벤츠의 '삼각별'은 실내에서도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느라 바쁘다. 하늘의 별을 보면 목이 아플 수 있지만 차 안에 떠 있는 별은 멈춰 있는 순간에 마음의 평온을 줄 수도 있다.
MBUX 슈퍼스크린이 탑재된 덕분에 동반자는 별도의 스크린 조작을 하지 않을 경우 빛나고 움직이고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는 삼각별의 조용한 움직임에 시선을 사로잡힌다.
S-클래스에서 볼 수 있는 MBUX 슈퍼스크린 덕분에 운전자는 운전에 집중할 수 있고, 옆자리에 있는 소중한 사람은 이동하는 동안에도 개인의 취향에 따라 여러 즐길 거리를 소소하게 누릴 수 있다. 단, 이동 중에 운전자는 절대 옆에서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 수 없다. '프라이버시 기능'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의도하고 차별화하지 않는다, 다만 확실한 차이는 존재
E450은 이전 시승했던 E200과 비교해 보면 같은 E-클래스에 있지만 차별화된 디자인과 일부 사양으로 인해 무게감은 크게 다르다.
외관에서는 더 커진 휠, 클래식한 그릴과 범퍼 디자인, 보닛에 당당히 솟아있는 '삼각별' 로고만으로도 E-클래스보다는 S-클래스의 느낌이 더 든다(물론, S-클래스와 많은 부분이 비슷한 느낌이 되어버린 탓도 있다).
실내로 들어가면 '조용한 럭셔리'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화려한 느낌이다. MBUX 슈퍼스크린이 주는 압도적인 비주얼도 한몫을 하고, 24시간 주변에서 빛나는 앰비언트라이트도 큰 역할을 한다.
대형 스크린에 모든 기능을 넣고 물리버튼은 가장 빠르게 선택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서 정해두었다.
손이 닿는 모든 곳은 부드럽고 미끄러질듯한 촉감을 선사한다. 과하게 누르지 않아도 거칠게 다루지 않아도 설정된 기능을 선택하고 제어할 수 있게 한다. 스티어링 휠의 버튼은 기능에 따라 누르거나 터치로 선택하고 제어할 수 있게 했는데 엄지손가락에 닿는 조작감이 훌륭하다.
익숙해지면 이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이 오히려 불편할 수도 있을듯하다. 중앙의 14.4인치 대형 디스플레이는 햅틱 피드백 기술이 적용되어 있어 지연 현상 없이 대부분의 기능을 직관적 이미지를 통해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중앙 디스플레이 하단에는 차량 제어와 관련된 기능과 오디오 제어 기능을 남겨 두었다. 드라이브 모드 선택을 하거나, 차량 기능을 설정하거나, 차량에 설치된 카메라 기능을 제어하는데 필요한 버튼을 좌측에 두었고, 우측에는 오디오 볼륨과 전원 버튼을 두었는데 왠지 동반석에 앉은 사람을 위한 기능으로 보인다. 운전자 팔이 어지간히 길지 않으면 조금 불편할 수 있다.
뒷좌석 공간은 성인이 앉아 장거리 여행을 하는데 크게 무리 없는 공간감을 갖추고 있다. 레그룸도 이전 세대보다 17mm 늘고, 뒷좌석 크기도 25mm 더 커졌다. 덕분에 앉았을 때 엉덩이를 시트 등받이에 맞춰 앉을 경우 허벅지 끝까지 시트에 딱 맞게 들어가서 상당히 편하다. 이 정도면 장거리 여행에도 다리가 불편할 일은 없을듯하다.
뒷좌석에 수많은 기능을 펼쳐놓지 않고 가장 중요한 공조장치 제어 패널을 가운데 두고 스마트 기기를 충전할 USB 포트도 준비해 두었다.
벤츠의 대표 하이엔드 오디오 '부메스터' 4D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도 화려한 트위터나 앰프 없이 가장 완벽한 사운드를 낼 수 있는 위치 있을 뿐이다. 돌비 애트모스 기능 덕분에 감미로운 음악에서 강렬한 비트의 음악까지 가장 깨끗하고 묵직하게 탑승자의 귓가에 전달해 준다.
기분 전환이 필요하다면 앰비언트라이트와 연동해 E450을 잠시 화끈한 클럽으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벤츠 E450에는 다른 모델과 마찬가지로 벤츠의 내비게이션이 탑재되어 있다. '티맵 오토'가 기본 탑재된 덕분에 티맵의 탁월한 길 찾기 능력을 100% 활용할 수 있고, 벤츠의 증강현실 기능은 중앙 스크린에서 스크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에서도 다양한 그래픽 형태로 안내해 주기 때문에 블루투스를 연결해 별도의 내비게이션을 쓰지 않아도 내비게이션으로 불편을 겪을 일은 전혀 없다.
E450에는 누구나 탐낼 옵션이 2가지 더 들어있지만 굳이 드러내지 않는다. 첫 번째는 에어 서스펜션이다. 보통 '에어서스'라고 부른다. 이 서스펜션이 탑재된 차량과 그렇지 않은 차량의 차이는 도로를 달리는 상태, 방지턱이나 노면이 고르지 못한 곳에서 두드러진다고 한다.
E450은 도로 주행 시 분명 부드럽다. 에어 스프링과 어댑티브 ADS+ 댐퍼로 무장한 덕분에 타이어를 통해 도로의 다양한 정보들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정도로 보면 운전자를 매우 둔감하게 만들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
마치 한없이 부드러운 실크로 만든 도로 위를 바람이 통과하듯 부드럽게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떠다니는 느낌이 들 정도로 에어서스펜션은 큰 역할을 한다. E-클래스를 구매하기 위해 방문한 전시장에서 E450을 시승한다면 E200, E300의 주행 질감과는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전 세대보다 더 길어진 E-클래스의 도우미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리어 액슬 스티어링'이다. 최대 4.5도 스티어링 조향각을 갖고 있는데, 회전반경을 극단적으로 줄여주는 덕분에 편도 3차로 이하의 도로에서 유턴을 하거나 일반적인 주차는 물론 좁은 주차장에서 어려운 각도와 공간에 주차할 때에도 '이거 되네?' 싶을 정도로 쉽게 좁은 공간에서도 민첩한 움직임을 보인다.
평소에는 부드럽고 스위트하다, 가끔은?
E450은 다른 E-클래스 모델과 달리 보닛 아래 3.0L 직렬 6기통 엔진(M256M)을 탑재하고 있다.
최고 출력은 381PS, 최대 토크는 51.8kg.m이다. 여기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더해 가속 시 17kW(약 23PS)의 출력을 추가로 얻을 수 있어 최대 약 400마력의 출력을 낸다.
E450은 부드럽고 여유로우며 달리는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가장 완벽한 즐거움을 준다. 냉간 시동 시 엔진은 한없이 여유롭고 잔잔하게 깨어나고, 짧은 예열을 위해 기다릴 필요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안정을 찾는다.
숫자만 보면 강력한 381PS의 출력은 전혀 거칠지 않고 운전자의 의도에 따라 완급조절을 하기 때문에 가속 시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스티어링 휠은 부드럽게 제어할 수 있고, 스티어링의 조향에 따라 앞, 뒤 바퀴 모두 최단 코스를 읽어내듯 움직이며 운전자의 마음을 흡족하게 만든다.
에코, 컴포트 모드에서 주행할 경우 잔잔한 바다 위를 가르는 크루즈선 같은 느낌으로 도로 위를 떠다니듯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E450에 다이내믹한 캐릭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 모드, 또는 개인화 모드를 통해 설정을 할 경우 스포츠 세단과 같은 모습으로 순식간에 변한다. 그러나 한 가지 놓치지 않는 것은 여유로움이다.
주행 중 가장 많이 자주 만나게 되는 각양각색의 방지턱은 차를 서행하게 만들고 때에 따라서는 불필요한 충격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에어서스펜션이 있다면 그저 부드럽게 서행하며 통과하며 '지금 방지턱 넘어간 건가?' 생각할 수 있게도 하고, 가끔 속도를 낮추지 못해 '쿵' 하며 통과하는 순간에도 최대한 충격과 진동을 억제해 주며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 준다.
갑자기 엔도르핀이 나오게 되는 와인딩이 이어지는 도로도 E450의 스티어링 휠은 과격한 조향에도 흐트러지거나 급해지지 않고 여유롭게 운전자를 달래며 원하는 방향을 향하게 만들고 에어서스펜션은 노면의 거친 반응들을 실시간으로 제거하며 최선을 다해 안정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리어 액슬 스티어링은 고속에서 차선 변경이나 충돌시 긴급 회피 등 다이내믹한 조작 시 차량의 움직임을 간결하게 만들어 준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엔진은 평소 들을 수 없었던 벤츠 특유의 묵직하면서도 카랑카랑한 사운드를 보닛 앞에서 머플러까지 순식간에 흘려보내고 시트는 운전자의 몸을 더욱 감싸 쥔다.
고속 주행 중 급제동이나 갑자기 속도를 줄여야 할 경우 벤츠의 9G-TRONIC 자동변속기는 빠르게 변속해 엔진의 부담을 줄여주고 브레이크는 한 치의 오차 없이 일정한 제동력을 확보해 운전자를 안심시켜 준다. 다양한 주행 상황에서도 E450의 움직임은 한치의 흐트러짐이 보이지 않는 완벽한 프로의 모습이며, 시종일관 여유가 넘친다.
비즈니스 세단에 충실해, 너무 충실해! 한국에선 잘 안 쓸 거야
E450도 역시 최신 기술이 가득하다. 대형 디스플레이가 있다면 당연히 인터넷 브라우저를 쉽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고, 찾아보면 가능하게 해주는 앱이 있다. 'Vivaldi' 브라우저 덕분에 심심할 일이 없고, 인터넷을 5G로 연결해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게 됐다. 이것은 즐거움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회사일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수도 있는 것 아닌가?
E450에 불쑥 솟아올라 있는 카메라가 있다. 차 안에서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 줌 미팅을 하기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비즈니스 세단이라는 별명이 있는 E-클래스니 당연한 것일지도... 유럽에서는 이 기능 아주 잘 활용할 것 같지만, 한국에서 이 카메라가 일을 많이 하게 될지는 의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 E450 4MATIC은 E-클래스의 다양한 모델과는 확연하게 차별화를 한 모델이다. 2.0리터 대신 3.0리터 엔진을 장착하고, 에어서스펜션과 MBUX 슈퍼스크린, 리어 액슬 스티어링, 차별화된 디자인 포인트 등이 기본 모델인 E200이나 E300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오히려 S-클래스에 가까운 완성도와 사양을 한가득 품고 있기에 E450을 위해 지갑을 열 고객은 더욱 한정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E-클래스에서 완벽하고 부족함 없는 옵션과 주행 능력을 즐기고 싶은 사람은 분명 존재한다. 3.0리터 가솔린 엔진의 가장 이상적인 퍼포먼스를 즐기는 것은 S-클래스보다 오히려 E-클래스에서 더 즐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고객을 향해 모든 것을 준비한 메르세데스-벤츠의 E-클래스 라인업 중 E450은 가장 부담스럽지 않은 크기에 강력한 퍼포먼스와 한 체급 위의 자신만의 럭셔리와 충실한 옵션을 즐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 비즈니스 세단과 패밀리 세단 그리고 퍼포먼스까지 즐기고 싶은 이에게는 가장 완벽한 후보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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