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에서 14명인 대법관 수를 2028년까지 26명으로 증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대법관을 6년간 4명을 늘리고 하급심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8일 법원행정처가 사전 공개한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 방향과 과제' 공청회 자료집을 보면 김도형 수원지법·수원가정법원 안산지원 부장판사(사법연수원 33기)는 대법관 증원 관련 발제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통계와 대법원 심리 과정을 보면 "현행 상고제도의 문제가 대법관 수의 증원으로 곧바로 해결되는 성격의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김 부장판사 주장의 요지다.
대법원장과 재판에 관여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하면 지난해 대법관 한 명이 선거사건을 제외하고 접수하는 본안 사건은 3568건(총 4만2815건)이다. 대법관 1명이 하루당 9.8건의 사건을 접수 받아 심리하는 꼴이다.
다만 기간을 넓히면 이는 2014년~2018년 수준(대법관 1인당 평균 3477.6건·전체 평균 4만1730.6건)과 유사해 최근 상황이 이례적인 '폭증'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사건당 평균 처리 일수도 전반적으로 최근 10년간 가장 짧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한 예로 민사본안·가사·행정·특허소송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외 판결 사건의 평균 처리일수는 지난해 약 7.5개월로 나타났다.
대법원은 상고심 폭증에 대응하고자 심리불속행 기각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판결문에 별다른 이유를 기재하지 않고 있어 사법불신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있다.
김 부장판사는 이에 대해서도 "모든 사건을 신건조 재판연구관이 하급심 판결 및 상고이유를 검토·요약·조사한 보고서를 제출하고 대법관이 이를 기초로 심리불속행 기각 여부를 소부 합의를 통해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고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사건에도 정식으로 그 이유를 모두 기재하고 선고기일을 당사자들에게 통지하며 소법정에서 직접 선고해야 한다면 중요한 상고이유가 있는 사건에 대해 집중 심리와 숙의를 거치기 어려워진다"며 "심리불속행 기각 제도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심리와 숙의가 부족하다는 움직이지 않는(不動) 근거가 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대법관 업무 과중 문제가 과제로 꼽혔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해결하려면 근본적 원인인 "대법원이 너무 많은 사건을 다루는 구조"를 해결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부장판사는 대법원이 상고 사건을 선별해 심리 여부를 결정하는 상고심사제, 사실심인 하급심(1·2심)의 권한 강화와 충실화가 먼저 논의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대법관이 너무 많이 늘어나면 전원합의체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하면 현재 13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가 만일 25명으로 늘어나게 되면 숙의가 어려워지거나 기일이 과도하게 늘어질 수 있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그는 "기존 심리 방식을 유지하면서도 심리불속행 기각 제도의 유의미한 개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1개의 소부 증가, 즉 4인의 대법관을 몇 년에 걸쳐 증원하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사료된다"고 제안했다.
이는 지난 2023년 1월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이 국회에 입법의견으로 제안한 내용과 유사하다. 당시 대법원은 상고심사제를 도입하고 심리불속행 기각제를 폐지하되, 대법관을 6년에 걸쳐 4명을 늘리자고 제안했다.
김 부장판사는 여당의 사법개혁안이 그대로 추진될 경우 "사법부가 정치권에 예속될 가능성이 있다"고도 내다봤다. 그는 "개정안 시행 당시 대통령이 증원되는 대법관 뿐만 아니라 기존 대법관의 후임을 한꺼번에 임명하게 된다"며 "대법관의 과반수 또는 절대다수를 일시에 임명함에 따른 정치적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법원행정처와 법률신문은 오는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 간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청심홀에서 이번 공청회를 개최한다. 김 부장판사 등의 발제문과 대법관 증원안에 대한 토론자 발표는 이틀차인 10일 오후 이뤄진다.
마지막 날인 오는 11일 오전 10시에는 대법관을 지낸 김선수 사법연수원 석좌교수를 좌장으로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 ▲박은정 전 국민권익위원장 ▲조재연 전 대법관 ▲심석태 전 SBS 보도본부장 ▲차병직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법률신문 편집인)이 종합 토론에 나선다.
Copyright ⓒ 모두서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