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웅을 향한 '비난'만으로는 어떤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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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웅을 향한 '비난'만으로는 어떤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프레시안 2025-12-08 21:00:5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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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디스패치>가 배우 조진웅의 고등학생 시절 범죄 사실을 보도해 전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이 같은 폭로는 소년법의 취지 자체를 무력화하는 또 다른 폭력이다. 특히 신상털기, 조리돌림, 그리고 그로 인한 광범위한 낙인 효과가 매우 강력한 한국 사회에서 이 같은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는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갈 수 있다.

특히 최초 보도 이후, 실명 또는 익명으로 새로운 피해자들이 계속해서 앞으로 나서고 있다. 앞으로 또 어떤 폭로전이 펼쳐질 지 모르는 일이다. 더욱 나쁜 일이 벌어질까 무섭다. 이제 우리는 작금의 사태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비록 시작이 잘못됐다고 하더라도, 이후의 흐름을 바꾸는 것은 결국 우리에게 달려있다. 우선, 가해자로 지목된 배우 조진웅, 그리고 그를 대리하는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의 대처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그들의 대처는 안타깝게도 문제 해결과 피해 회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자신들에게는 배우를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하더라도, 동시에 피해자들의 치유와 회복을 함께 고려할 수는 없었을까. 당시 가해자들도 어렸지만, 피해자들도 어린 나이였던 것은 마찬가지다.

조진웅의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의 입장문은 대단히 실망스러웠다. 사회적 비난에 대응해 "위기 관리"를 하고 있을 뿐, 실제로 지금까지 어떻게 "반성하는 삶"을 살아왔는지, "피해자들의 일상 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면서 살아왔는지"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피해자들의 치유에 무관심하며, 가해자들의 방어 논리를 우선적으로 중심에 놓고 있음을 의미한다. 소속사의 입장문은 피해자들의 치유와 회복을 또다시 지연시키는 효과를 낳았으리라 생각한다.

특히 다음과 같은 문장들은 완전히 불필요하다.

"다만 이는 일부 확인된 사실에 기반한 것으로 30년도 더 지난 시점에 경위를 완전히 파악하기에는 어렵고, 관련 법적 절차 또한 이미 종결된 상태라 한계가 있습니다. 단 성폭행 관련한 행위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본인이 가해자인데 경위 파악이 어렵다는 말로 상황을 회피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오히려 소년법 뒤에 숨어 잘못을 가리고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범죄의 내용을 밝히라는 뜻이 아니라, "확인할 수 없어서 잘 모르겠다"는 말을 반복하는 것은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가해와 같다는 뜻이다.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알 수 없다는 말을 하는 대신에, 그저 잘못했다고 말하면 될 일이다. 만약 조진웅이 진심으로 괴로워했고 뉘우치면서 살아왔다면, 은퇴를 선언하면서 마지막까지 회피하는 메시지를 남기지는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

조진웅 본인의 사과문도 안타깝게 읽히는 것은 마찬가지다.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가 단 한 줄도 없다. 아무리 가해자들은 쉽게 잊는다고들 하지만, 심지어 대국민 사과문을 쓰는 그 순간에도 오직 팬들만 생각나고, 피해자들 생각은 나지 않던가? 대체 어떻게 "저를 믿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실망을 드린 점"을 사과하는 것이 첫 문장이자 유일한 사과의 표현이 될 수 있을까. 이 외에는 사과의 표현이 담겨있지 않다. 피해자들의 상처에 대해 현재의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리는 알 길이 없다.

▲조진웅 배우 ⓒ 연합뉴스

미성년자 시절에 저지른 잘못으로 평생 벌을 받아야 한다거나, 끝까지 낙인을 찍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어린 시절에 잘못했더라도 진심으로 속죄하고, 자신의 잘못을 올곧게 인정하고 사과하며, 피해자 또는 우리 사회의 치유를 위해 자신의 몫을 다했다면 그의 과거가 주홍글씨가 되어 따라다녀서는 안 된다.

그러나 연예인으로서 성공했고(즉, 자본주의의 기준으로 성공했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사람이 됐다고 해서, 그가 자신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다했다는 뜻은 아니다. 즉 사회적 성공과 자기 잘못에 대한 책임은 별개의 문제다. 동시에 사회적 성공과 그의 윤리적 자질 역시 별개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저 "잘 자라서" 성공한 사람이 됐으니 그가 죗값을 치렀다고 말할 수는 없으며, 그가 현재 어떤 인성과 윤리 의식을 갖고 있는지도 알 길이 없다. 바꿔말하면, 소년원 출신으로 사회적으로 성공하지도 못했고, 번듯한 직업을 갖지도 못했고, 유명한 사람이 되지 못했다고 해서 그가 자신의 잘못에 무책임하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더 훌륭한 사람일 수 있다.

그래서 더욱 중요한 것은 가해자들이 실제로 반성하고 속죄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 그리고 그들이 우리 사회의 피해 회복과 치유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 그래서 그들의 인식과 행동이 진실로 변화했음을 스스로 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소년원 송치 처분을 받아 6개월 머물렀다고 해서, 역시 그것으로 자신의 죄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마무리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그가 형사처벌을 통해 소위 "교정"됐다거나, "교화"됐다고 볼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가해자 개인을 비난하고자 하는 말이 아니다. "형을 살았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하는 것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성인이 돼 징역형을 살고 만기출소한 이후에도 재범하는 경우가 있고, 전자발찌를 채워도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있다. 형사 절차와 처벌로 사람을 바꿔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변혁정의론자들이 강조하듯이, 자신의 잘못으로부터 온전히 해방되는 길은 단 하나뿐이다. 자신의 잘못에 스스로 온전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피해자들의 아픔을 생각하며 그동안 무엇을 했고,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중요하다. 당사자들에게 무언가를 갚으라는 뜻이 아니다. 반드시 생존자 본인들이 아니더라도,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여러 노력에 동참할 수 있다. 하다못해 평생의 기부를 약속하는 것조차 대단히 작은 일이다.

처벌과 낙인은 사람을 진심으로 변화시키지 못한다. 그의 잘못은 왜 일어났으며, 그는 정확히 무엇을 반성해야 하고, 그의 행동과 인식은 어떻게 변화되어야 하며, 우리 사회의 치유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소년원에서는 미성년자 남성 성폭력 가해자들이 그들의 이성애자 남성으로서의 특권을 처절하게 깨달을 수 있도록 가르치는가? 왜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이 중단되지 않는지를 스스로 논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가? 여성을 성적 대상과 도구로 여기고, 그들에게 언어적·물리적 폭력을 가하는 행태의 기원이 무엇인지 깨우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묻는가? 그래서 가해자들은 생존자의 회복과 치유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게 되는가? 무슨 실천을 하는가? 혹은 그럴 "마음"이라도 갖도록 만드는가?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여기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먼저다. 그러나 인신공격과 낙인찍기가 난무하는 사회에서, 가해자는 솔직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 어렵다. 가해자도 자기 나름의 고통이 있을 수 있지만, 이런 사회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도 없다. 이제는 그도 취약한 자리에 놓이게 됐고, 익명의 대중들로부터 계속해서 상처를 입고 있다. 그는, 그리고 우리는 함께 어떤 책임 있는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가? 공격과 낙인찍기에 동참하는 이들도 무책임한 것은 마찬가지다. 이런 행태가 무슨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

지금부터라도 조진웅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회복을 위해 노력한다면, 과거의 잘못에도 불구하고 그가 "캔슬(cancel)"돼서는 안 된다. 은퇴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 오직 처벌과 낙인 외에 그 어떤 대안도 생각해내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당연히 반성도, 치유도, 가해자의 행동 변화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가해자들은 가짜 반성문을 쓰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원망하며,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커튼 뒤로 숨는다. 그러니까 위에서 언급한 입장문과 같은 사례가 끝없이 반복된다.

가해자들뿐 아니라 대중이, 그리고 우리 사회가 변할 때다. 우리 모두가 변해야 한다. 앞으로 계속 생겨날 피해자들을 생각해서라도 무차별적 공격은 멈춰야 한다. 집단적 폭력은 가해자를 변화시키지 못한다. 오히려 그 반대의 효과를 가져온다. 계속해서 잘못을 들춰내며 오직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우선은 그가 먼저 회복하고 스스로를 고쳐나갈 시간을 주자. 그 이후에 그는 분명히 우리 사회의 피해자들을 위해 많은 일들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전심으로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고, 피해 복구와 보상을 위해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하고, 더 나아가 변화한 모습을 보인다면 과거의 가해자들은 오히려 그 누구보다도 공동체를 살리기 위해 애쓰는 수호자가 될 수 있다. 자신이 남들보다 더 열심히 싸워야 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납득했기 때문이다."

예전에 필자가 <황해문화>에 기고했던 글에서 가져온 내용이다. 나는 지금도 이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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