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배리어프리, 예술에 문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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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배리어프리, 예술에 문턱은 없다

경기일보 2025-12-08 20:11: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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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늘 우리 삶에 위로와 용기를 건네 왔다. 그러나 그것을 향한 문턱이 누구에게나 넘기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는 점에 대해 우리는 충분히 질문해 왔는가. 누구나 함께 예술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외면한 채 우리는 연주와 관람이 가능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공연장과 정책, 예술 환경을 조성해 왔다. 예술의 가치는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할 때 비로소 확장된다. 그럼에도 접근성과 포용성은 오랫동안 부차적인 요소로 취급돼 왔다. 장벽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도 존재한다. 예술의 장벽은 물리적인 구조가 아니라 인식의 높이에서 만들어진다.

 

장애예술은 오랜 시간 ‘복지 지원’의 프레임 속에 갇혀 있었다. 관련 공연과 축제, 창작 지원 사업은 종종 ‘감동’과 ‘희생’의 서사가 덧씌워진 홍보용 이벤트로 소비됐고 장애예술인은 예술의 독립적 주체가 아닌 ‘도와야 할 사람들’로 인식됐다. 예술에의 접근성을 고려하는 것은 선택 또는 선의의 영역에 머물렀으며 그 결과 장애예술 생태계는 ‘창작—제작—유통—향유’로 이어지는 순환적 프로세스를 구축하지 못했다. 장애예술이 단발성 사업과 예산의 변동에 종속돼 예술로 존재해야 할 것들이 행정적 소모성 이벤트로 전락하는 현실, 바로 그것이 우리가 마주한 가장 높은 장벽이었다.

 

최근 열린 ‘제1회 경기 배리어프리 페스티벌’은 이러한 오래된 구조에 질문을 던진 축제였다. 장애예술인의 무대를 ‘특별한 행사’로 분리하지 않고 예술을 둘러싼 환경과 경험의 방식을 다시 설계했다. 공연장에는 수어 통역과 실시간 자막, 점자 프로그램북, 휠체어 접근 동선은 물론이고 감각 과민 관객을 위한 릴렉스존과 촉각 기반 터치 투어까지 마련됐다. 접근성은 친절과 배려의 차원이 아니라 예술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출발점이며 공연 인프라 설계의 기초다. ‘배리어프리’는 특별함이 아닌 ‘예술의 기본 조건’임을 선언하는 축제의 장이었다.

 

공연의 마지막 날, 그 메시지는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전국 최초의 인재양성형 장애인 오케스트라인 ‘경기 리베라오케스트라’와 가수 ‘예린(그룹 ‘여자친구’ 출신)’이 함께 신곡을 작업했다. 필자는 이 작업의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그들과 함께 창작의 호흡을 맞췄다. 12월 중순 정식 발매를 앞둔 창작곡 ‘나의 하늘을 담아’는 이번 페스티벌 무대에서 처음으로 관객과 만났다. 공공 축제가 완성된 작품만을 소비하는 장소가 아니라 새로운 창작이 태어나는 실험의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화려한 무대 장치나 규모가 만든 감동이 아닌 서로의 세계가 연결되는 경험이 만들어 낸 울림이었다. 예술은 누군가를 감동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힘 속에서 존재 이유가 탄생한다. 그리고 그 연결의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예술을 대하는 사회의 태도이며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건강한 미래다.

 

배리어프리는 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장치나 복지의 언어가 아니다. 누군가에게 문턱을 낮추는 일이 곧 세상을 여는 일이라는 믿음이며 작은 실천이 예술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는 확신이다. 예술이 각자에게 닿는 방식은 모두 다르다. 그렇기에 예술은 더 넓고, 더 깊고, 더 섬세하게 설계돼야 한다.

 

예술의 문을 조금만 더 열면 무대는 훨씬 넓어진다. 작은 변화가 길을 만들고 그 길은 결국 더 많은 사람에게 예술의 순간을 허락한다. 예술은 모두의 것이다. 단순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 진실을 잊지 않는다면 장벽 없는 예술을 향한 길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장애예술’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필요 없는 사회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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