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2025년 여름, 태평양을 가로지른 쓰나미가 위성 관측을 통해 처음 고해상도로 확인됐다. 이 자료는 쓰나미가 대양 위에서 형태를 바꾸는 과정을 이해하는 기초 자료로 평가된다.
아이슬란드 대학교 연구팀과 NASA·CNES 관측진은 이번 쓰나미의 상세 데이터를 분석해 국제학술지 'The Seismic Record'에 보고됐다.
◆ 거대 지진과 SWOT 위성이 맞물린 '한 순간'
2025년 7월 30일, 러시아 캄차카반도 인근에서 규모 8.8의 강진이 발생하며 일본을 비롯한 태평양 전역으로 거대한 쓰나미가 전파됐다. 이때 상공을 지나던 지구관측 위성 SWOT(Surface Water and Ocean Topography)이 우연히 영향을 받는 해역을 지나면서, 지금까지 확인된 적 없는 쓰나미의 세밀한 파형을 포착했다.
SWOT은 2022년 NASA와 CNES가 공동 개발한 표층수 관측 위성이다. 레이더 펄스를 지표면에 쏘아 두 개의 안테나로 반사 신호를 동시에 수신하며, 폭 약 120km에 달하는 해역을 한 번에 관측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그동안 외해(open ocean)에서 쓰나미를 파악하는 데 가장 널리 쓰인 장비는 해저 압력과 온도를 기록하는 부표형 시스템인 DART(Deep-ocean Assessment and Reporting of Tsunamis)였다. 그러나 설치 지점이 제한적이고 단일 지점의 시계열 정보만 제공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SWOT은 넓은 해역을 한 번에 훑어 쓰나미의 공간적 변화까지 포착할 수 있어, 기존 관측 방식과 전혀 다른 정보를 제공한다.
◆ 쓰나미, 대양 가로지르며 '분산'
기존 이론은 대양을 통과하는 장주기 쓰나미가 형태를 거의 잃지 않는 비분산성(non-dispersive) 파동이라고 설명해왔다. 파장이 매우 길기 때문에 각 파동이 서로 흩어지지 않고 일정한 형태를 유지한 채 이동한다는 개념이다.
그러나 SWOT이 기록한 실제 쓰나미 파형은 단일 파동과 달랐다. 파동은 수백 km에 걸쳐 퍼지며 흩어지고, 복잡한 에너지 그물망을 형성했다. 기존 장비로는 사실상 관측이 불가능한 영역이다.
연구팀은 분산 효과를 포함한 수치 모델을 실행해 SWOT 관측 자료와 비교했다. 그 결과, 비분산성 쓰나미를 가정한 기존 모델보다 분산을 고려한 모델이 실제 파형과 훨씬 잘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발견은 쓰나미가 대양을 이동하는 동안 파동 에너지가 일정하지 않고 분산되며, 해안으로 다가가면서 다시 재구성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아이슬란드 대학교 물리해양학자 안헬 루이스-앙글로(Angel Ruiz-Angulo) 부교수는 "SWOT 데이터는 마치 새로운 안경을 쓴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기존 위성들은 쓰나미를 가로지르는 가느다란 선 한 줄 정도만 포착할 수 있었지만, SWOT은 최대 120km 폭을 관측해 전례 없는 고해상도 해수면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이번 결과는 기존 쓰나미 모델에 빠진 부분이 있음을 보여준다. 관측된 과잉 분산 에너지를 정량화하며, 지금까지 고려되지 않았던 물리적 과정이 있는지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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