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금융투자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여당이 추진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법안이 지난 2일 통과됐다. 이 법안에 따르면 배당성향 40% 이상(우수형) 또는 배당성향 25% 이상이면서 전년 대비 배당 증가율 10% 이상(노력형)을 충족하는 기업의 배당금은 앞으로 별도로 과세받을 수 있다.
분리과세 세율은 △배당소득 2000만원 초과~3억원 이하 20% △3억원 초과~50억원 이하 25% △50억원 초과 30%다. 기존에는 금융소득(배당·이자)을 합산해 2000만원을 넘으면 종합과세로 전환돼 최고 50%까지 세금을 내야 했던 점을 고려하면 세 부담이 크게 낮아지는 것이다. 내년에 받는 분기·중간·결산배당금부터 분리과세를 적용받을 수 있다. 내년 3~4월에 나오는 올해 4분기 배당 또한 대상이 된다.
중요한 점은 어떤 기업을 매수해야 분리과세 적용을 받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배당성향 40% 이상 상장사(254개), 배당성향 25% 이상이면서 전년 대비 배당 증가율이 10% 이상인 상장사(67개)를 합치면 총 321개다. 금융당국은 연말 배당액과 배당성향을 정확히 확인하려면 배당기준일을 2월 이후로 정한 기업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예상 가능한 고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이미 안정적인 이익을 바탕으로 배당을 꾸준히 늘려온 금융·통신 업종이 대표적 수혜군으로 꼽힌다. 증권가에서는 제도 시행 시 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높은 종목들을 잇따라 제시하고 있다.
KB증권은 배당성향 40% 이상인 기업 중 삼성화재·삼성생명·NH투자증권 등을 추천했다. 비금융권에서는 TKG휴켐스·엠앤씨솔루션·스카이라이프 등이 언급됐다. 이들 기업은 분리과세 조건을 충족하면서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이다.
메리츠증권은 금융지주 가운데 KB금융을 최선호주로 제시하며 올해 배당이 전년 대비 21%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선호주로는 신한지주를 추천하며 배당 증가율이 약 20%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2년 연속 배당을 늘렸고 실적과 밸류에이션 부담이 모두 양호한 종목으로 현대글로비스·한국금융지주·NH투자증권·코웨이·JB금융지주·대신증권 등을 꼽았다.
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도 분리과세 요건 충족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평가된다. 유안타증권은 KT와 LG유플러스는 올해 사업연도부터 SK텔레콤은 내년부터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유안타증권은 그중에서도 SK텔레콤을 최선호주로 꼽았다. 실적과 배당 정상화를 가정하면 배당수익률이 업종 내 가장 매력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제도 도입이 대규모 시중 유동성의 ‘머니무브’를 촉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 기준 연간 이자소득 2000만원 초과 납세자의 총 이자소득은 약 10조7000억원”이라며 “해당 예금 규모를 보수적으로 잡아도 200조원 이상이며 이는 국내 증시에 긍정적 수급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아주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