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층 꼭대기에 위치한 스피크이지 바 ‘레넌스’의 빈티지 레코드숍 콘셉트 입구.
세 번째 방콕. 과연 새로운 게 있을까? 수완나품 국제공항을 나오며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은 ‘로즈우드 방콕(Rosewood Bangkok)’에 도착하는 순간 수그러들었다. 짜오프라야 강을 중심으로 ‘동양의 베니스’라 불렸던 도시. 역사를 존중하듯 호텔 정문에 세워진 거대한 벽천은 도착과 동시에 확실한 리프레시가 돼주었다. 짙은 월넛 우드로 마감해 나무 향 그윽한 로비, 방으로 향하는 길목 곳곳 엄선한 로컬 아티스트의 오브제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마치 이번 방콕에서 만날 영감을 예고하듯 말이다. 로즈우드 방콕의 외관은 태국식 인사 ‘와이(Wai)’에서 영감을 받았다. 맞닿을 듯 마주 선 두 동 사이, 그 틈새에 자리한 수영장에 몸을 담그는 순간 도시의 소음은 멀어지고 눈앞의 야경만 선명해졌다. 잠깐의 여유를 누리고 돌아온 객실. 태국의 전통미와 현대 감각이 조화를 이룬 객실 창 너머로 방콕의 스카이라인을 보며 생각했다. ‘방콕을 이렇게 느긋하게 감각한 적이 언제였더라?’ 미처 다 알지 못했던 도시의 표정이 희미하게 그려지는 듯했다.
합장하는 손의 형태에서 영감을 받은 건축물 외관.
“아마 로컬과 이토록 긴밀하게 연결된 호텔은 없을 겁니다.” 첫날 저녁, 여섯 가지 태국 와인을 맛보며 지배인이 남긴 말은 이튿날 진행된 ‘송왓(Song Wat)’ 투어에서 증명됐다. 수운과 맞닿아 도매 · 유통의 중심지였던 송왓은 방콕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핫 플레이스다. 도매상 창고와 과거 부유한 상인들이 지은 독특한 건축물이 공존하는데, 이런 분위기에 매료된 젊은 크리에이터들이 골목 곳곳에 카페와 숍을 내면서 아래로부터의 도시 재생을 꾀하고 있다. 로즈우드 방콕은 이런 변화를 만들어낸 ‘메이드 인 송왓’ 커뮤니티와 협업해 반나절 투어를 운영한다. 미로 같은 골목을 누비며 숨은 사원과 전통 가게들을 마주하는 경험은 ‘특권’에 가까웠다. 이에 더해 호텔 내 ‘시크릿 가든’에서 채취한 식물을 활용한 태국 가정식 쿠킹 클래스, 방대한 아트 컬렉션을 품은 태국 전통 목조 주택 ‘짐 톰슨 하우스’ 투어까지. 단순한 액티비티라기보다 도시의 층위를 하나씩 열어보는 과정에 가까웠다.
건물 틈새 9층 공간에 마련된 수영장.
태국 전통 장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객실 내부.
여기에 로즈우드 방콕표 미식은 이 입체적 여정에 방점을 찍었다. 태국 4개 지역의 전통 요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라콘(Lakorn)’, 수천 장의 바이닐과 오리지널 칵테일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는 ‘레넌스(Lennon’s)’, 중국 현지 미식가들도 극찬한다는 베이징 덕이 있는 ‘난베이(Nan Bei)’. 이를 통해 방콕을 겹겹이 이룬 수많은 ‘결’을 맛봤고, 여행의 끝에 로즈우드 호텔이 강조해 온 ‘어 센스 오브 플레이스(A Sense of Place)’의 의미가 선명해졌다. 지역의 정체성을 가장 세련되고도 진정성 있게 담은 로즈우드의 다음 행보는 바로 한국. 2027년 서울 용산의 더파크사이드에 ‘로즈우드 서울’이 들어설 예정이다. 그들이 펼쳐낼 서울은 또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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