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정치권 관련 법정 진술에 대해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다"고 입장을 냈다. 윤 전 본부장이 국민의힘 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인에게 금전을 제공하거나 접촉했다는 정황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특검은 해당 진술이 특검법이 정한 범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특검은 진술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내사 사건번호를 부여해 사건 기록으로 남긴 뒤, 관련 내용을 관계 기관에 넘기겠다는 방침이다.
오정희 특별검사보는 8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은 인적·물적·시간적 요소를 모두 고려했을 때 특검법상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인 참여와 진술거부권 고지 절차를 거쳐 진술을 청취했고 서명·날인을 받아 기록화했으나, 특검이 직접 수사를 이어갈 권한은 없다"며 "사건은 적절한 수사기관으로 이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 8월 특검 조사 과정에서 여야 모두에 접근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일 본인 재판에서도 장관급 인사를 포함한 접촉 사실을 반복적으로 언급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국민의힘 관련 의혹만 집중하고 민주당 관련 부분은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는데, 특검은 이러한 외부 해석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오 특검보는 "진술이 특정 정당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고, 어느 한쪽을 의도적으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시각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수사 범위 판단은 법령 해석과 판례가 정한 기준에 따르는 문제로, 내부적으로도 이견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특검은 또 "인지된 모든 사건이 자동으로 특검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오 특검보는 "특검법은 수사 대상을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으며 그 범위는 김건희 여사, 윤석열 전 대통령,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건진법사 전성배씨 등과 관련된 의혹에 제한된다"고 말했다. "여야 정치자금 관련 진술이 특검법 16호가 규정한 '1~15호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특검은 "인적·물적·시간적 관련성이 없어 해당 규정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특검은 이기훈 전 삼부토건 부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코스닥 상장사 회장 이모씨에 대해 지난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도 밝혔다. 이씨는 은신처 제공, 차량 이동 지원, 통신 수단 마련 등을 통해 이 전 부회장이 검찰의 구속영장심사를 앞두고 잠적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오 특검보는 "이씨의 과거 밀항 시도 전력과 최근 3차 밀항 준비 정황 등을 고려해 도주 우려가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며 "오늘 오전부터 영장실질심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피를 도운 사람들의 죄상을 철저히 밝히고 엄중히 처벌하겠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했다.
특검은 지난 9월 이 전 부회장을 검거한 이후 도피 조력자 전반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앞서 웰바이오텍 전 대표 구세현씨를 자본시장법 위반과 범인도피·증거은닉 혐의로 구속 기소한 데 이어, 이번 영장 청구는 이 전 부회장 도주 경위에 대한 추가 책임 규명 절차로 보인다. 삼부토건과 웰바이오텍의 주가조작 의혹을 주도한 인물로 지목된 이 전 부회장은 지난 7월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앞두고 잠적했다가 55일 만에 목포에서 붙잡혀 구속됐고, 특검 수사에 따라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특검은 이날 주가조작 공범으로 지목된 이준수씨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할 계획이다. 이씨는 1·2차 작전 시기에 모두 관여한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특검 출범 이후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첫 번째 기소가 이뤄지게 됐다. 특검은 지난달 이씨를 체포해 구속한 뒤 여러 차례 조사를 진행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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