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랜트 갬블 "구조는 단순하지만, 결과는 단순하지 않은 에어로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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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그랜트 갬블 "구조는 단순하지만, 결과는 단순하지 않은 에어로프레스"

프라임경제 2025-12-08 16:16:1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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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주말인 6일 서울 성수동 레이어스튜디오41. 전 세계 70여 개국을 거쳐 올라온 국가대표 브루어들이 차례로 무대에 섰다. 선수들 앞에 놓인 것은 거대한 커피 머신이 아닌, 플라스틱 실린더와 플런저로 구성된 비교적 단순한 구조의 한 도구였다. 이 작은 기구 하나가 '2025 월드 에어로프레스 챔피언십(World AeroPress Championship·WAC)'의 모든 경기 조건이 됐다.

대회가 한창 진행되던 현장에서 만난 WAC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그랜트 갬블(Grant Gamble)은 "에어로프레스(AeroPress)의 가장 큰 특징은 구조는 단순하지만, 결과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점"이라며 "전기나 대형 장비 없이도 물의 온도, 분쇄도, 붓는 속도, 누르는 압력 같은 아주 작은 차이로 완전히 다른 맛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미세한 차이를 사람이 직접 손으로 만들어낸다는 점이 WAC를 특별하게 만든다"며 "기술보다 선택과 감각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회"라고 설명했다.

WAC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그랜트 갬블. = 추민선 기자

갬블에 따르면 WAC의 출발 역시 이 도구의 성격과 맞닿아 있다. 그는 "2005년 이 기구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정해진 추출 방식이라는 것이 거의 없었다"며 "출시 후 몇 년 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친구 세 명이 '누가 이걸로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작은 대회를 연 것이 시작이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참가자는 세 명, 개최 국가는 한 곳뿐이었지만 이들은 대회 이름에 '월드(World)'라는 단어를 붙였다. 그는 "한 나라에서 열리는 스포츠 대회에 '월드'라는 이름을 붙이는 미국의 '월드 시리즈'를 패러디한 일종의 농담이었다"며 "그 장난 같은 시작이 지금의 WAC로 이어질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웃었다.

 현장의 풍경은 기존 커피 대회와는 확연히 달랐다. 모든 참가자가 같은 조건의 도구를 사용했지만, 물을 붓는 각도와 속도, 추출 시간, 눌러내리는 압력에 따라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났다. 누군가는 천천히, 또 누군가는 짧고 강하게 플런저를 눌렀고, 그 차이는 그대로 한 잔의 성격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갬블은 "WAC는 기술을 표준화하기보다, 같은 조건 안에서 얼마나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무대"라며 "이 도구의 구조 자체가 사람의 선택과 감각을 그대로 드러내도록 만들어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전문가뿐 아니라 집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던 사람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며 "실제로 과거 세계 챔피언 가운데에는 홈브루어 출신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WAC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그랜트 갬블. = 추민선 기자

한국의 커피 문화에 대해서도 갬블은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커피를 대하는 태도가 굉장히 진지하면서도 동시에 매우 창의적"이라며 "정해진 방식보다 각자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려는 에너지가 강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 그는 한국에 숨어 있는 잠재적 참가자들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했다. 갬블은 "커피 전문 바리스타가 아니어도 전혀 괜찮다"며 "집에서 커피를 내리는 홈브루어라도 이 대회에 충분히 도전할 수 있고, 실제로 홈브루어 출신 세계 챔피언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도구로 커피를 좋아해 내리고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꼭 도전해 보라"며 "다음 세계 챔피언이 바로 당신일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서울 성수의 한복판에서 펼쳐진 작은 커피 도구를 활용한 경쟁은, 지금도 이 대회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세계 무대'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한편, 작은 놀이로 출발한 대회는 해마다 규모를 키우며 세계적인 커피 행사로 성장했다. 올해 서울 대회에는 전 세계 70여 개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참가해 토너먼트 방식으로 우승자를 가렸다. 결승에서는 호주의 네모 팝(Némo Pop)이 정상에 올랐고, 스위스의 얀 아렌드(Jan Ahrend)와 인도의 다룬 바야스(Dharun Vyas)가 각각 2·3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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