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의학역사문화원은 지난 5일 제일제당홀에서 '제중원 14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고 8일 밝혔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이 행사에서 한국 의료체계가 형성되고 발전해 온 과정을 주요 제도 변화 중심으로 조명했다. 의료자원의 지역 불균형, 의료인 관리 체계 확립, 지방 의료 모델 구축, 전공의 제도 정착, 무의촌 해소 노력 등 다양한 발표가 이어지며 한국 의료의 흐름을 폭넓게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심포지엄에서는 김상태 서울대병원 의학역사문화원 교수가 의학교육기관 6곳의 졸업생 수, 일본 유학 출신 의사와 의사시험 합격자 수, 관공립병원과 선교병원의 분포 양상 및 경쟁, 개원의(개인병원)와 공의의 의료활동 등을 분석하며, 의료공급의 양상과 특징을 설명하고 논의를 시작했다.
이어 김진혁 전임연구원은 미군정기 의료자원의 지역 편중 문제를 발표하며, 의사 수의 절대적 부족과 경성 중심의 의료기관 집중, 해방 직후 일본인 의사의 귀환으로 인한 불균형의 심화를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가 이후 한국 의료정책 논의의 중요한 배경이 됐다고 강조했다.
박지영 전북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는 해방 이후 의료인 관리 체계가 재편되는 과정과 1951년 국민의료법 제정에 관해 소개했다. 박 교수는 정부의 의료인력 확충 의도와 의료계의 전문성·자격 관리 강화 요구가 충돌하는 가운데, 국민의료법이 양측의 상반된 견해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제도적 성과였음을 강조했다.
강재구 경희대 사학과 박사는 WHO가 1960년대 충청남도에서 추진한 모범보건도 조성 사업을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강 박사는 보건소·보건지소·도립병원을 연계한 지방 의료체계가 예방 중심 보건사업과 의료인력 훈련을 기반으로 구축됐고, 이 모델이 이후 전국으로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원주영 가톨릭의대 인문사회의학과 강사는 전공의 제도의 도입과 변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원 강사는 1950년대 혼합적 형태로 출발한 전문의 제도가 1960년대 자격시험 도입과 1971년 수련의 파업을 거치며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고, 이후 전문과목이 1952년 10개에서 1996년 26개로 확대될 만큼 체계가 정비되며 한국 의료의 전문화가 본격화됐다고 설명했다.
가톨릭의대 인문사회의학과 박승만 교수는 1960~1980년대 보건사회부 사회보장심의위원회가 추진한 무의촌 해소 계획에 대해 발표했다. 박 교수는 보건소·보건지소 확충과 도립병원 기능 강화 등이 추진됐으나 재정 및 정책 환경의 제약으로 완전한 실현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문진수 서울대병원 공공부원장은 의료 접근성 향상, 필수의료 제공, 지역 간 격차 완화를 위한 서울대병원의 공공의료 활동과 역할을 설명하고, 의료기술 변화와 인구구조 변화 등 새로운 환경 속에서 공공의료 체계를 강화해 나가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주성 원장은 "제중원에서 출발한 140년 한국 의료의 흐름을 되짚으며 의료공급 체계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역사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번 논의가 향후 의료정책 방향을 모색하는 데 의미 있는 기반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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