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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더불어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을 둘러싸고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대한 위헌 논란이 거세지는 가운데 2시간 넘는 정책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재논의하기로 했습니다.
애초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일사천리로 밀어붙일 기세였지만 여론의 역풍 우려와 당내의 ‘이견’ 때문에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민들의 ‘3권 분립’에 대한 보수적 인식과 사법부의 집단 저항 우려 등이 불거져 나오면서 내란재판부 전선은 더욱 불확실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내란 단죄라는 정치적 명분과 사법개혁 드라이브를 유지하겠다는 2개의 의제를 동시에 관철하는 과정에서 사법부와의 정면충돌로 사법개혁 전선을 지나치게 넓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사법개혁 자체가 물 건너 갈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여권의 혼란은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입니다.
민주당은 8일 국회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법 왜곡죄 신설을 포함한 사법개혁 법안을 놓고 비공개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당론 확정을 시도했지만 찬반이 팽팽히 맞서면서 “조만간 다시 논의한다”는 수준에서 마무리했습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할지 최종적으로 결정하지 않았다”며 “전문가 자문과 각계각층의 의견을 더 수렴한 뒤 다음 의원총회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문제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은 헌법재판소장과 법무부 장관, 판사회의 추천을 받는 추천위원회가 특정 사건을 전담할 판사를 추리는 구조를 담고 있어 “행정부와 헌재가 사실상 재판 배당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위헌 소지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습니다.
이런 법조계 일각의 지적 때문에 대통령실도 “위헌 소지를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신중히 검토하자”는 입장을 밝히며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민주당이 추천규정의 ‘미세조정’ 방안을 찾지 못하고 결론을 미룬 것은 단순한 ‘자구 수정’보다 “재판부 구성에 외부 입김이 작용하는 것”이라는 우려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여권 내부에서도 적지 않게 작동하고 있음을 방증한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정청래 대표가 “국민적 공감대를 더 넓히고 위헌 소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은 보완하고, 수정할 부분은 과감히 수정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도 이와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언급입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 또한 “연내 처리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구체적 설계와 일정은 ‘재논의’로 넘긴 대목은 여권의 전격 처리 결정에 대한 고민과 혼란을 엿보게 합니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어떤 점을 걱정하는 것일까요.
먼저 일부 국민들의 3권 분립에 대한 보수적 시각입니다. 보수, 진보 진영논리를 떠나 여전히 국민 다수는 보수적 ‘헌정 감수성’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검찰 고위직을 지낸 한 변호사는 이에 대해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3권 분립의 균형을 흔드는 데 대한 국민들의 본능적 경계심같은 것이 이번 논란에서 분명히 작용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조심스러움과 주저함이 작동하는 것이다. 주변에 이 이슈를 물어보면 민주당의 내란 단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1948년 이후 지금까지 유지해온 3권 분립의 헌법정신 근간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심리적 방어선도 여전히 강하게 형성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민주당이 과감하게 지르지 못하는 것도 여론의 온도를 체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는 사법부의 집단 저항에 따른 사법개혁 전선의 확대 가능성입니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법 왜곡죄 신설을 묶은 민주당발 사법개혁 패키지는 이미 법원 안팎의 거센 반발을 불러온 바 있습니다.
전국 법원장들은 이례적인 회의를 통해 “내란전담재판부는 특정 사건에 대한 맞춤형 재판부를 만드는 것으로 보일 수 있고 법 왜곡죄 역시 판결 내용에 대한 정치권의 사후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우려를 잇달아 제기하며 사법권 독립 침해와 위헌 가능성을 강하게 경고해왔습니다. 법관 대표회의에서도 관련 안건이 본격 논의되면 헌법소원 제기, 위헌법률심판 제청, 집단 의견 표명 등 조직적인 ‘되치기’ 수단이 가동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법 왜곡죄는 판·검사 등 법조인이 ‘부당한 목적’으로 법리를 왜곡하거나 사실관계를 현저히 오판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해 법조계에선 “재판 내용 자체를 처벌 대상으로 올려놓은 것”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습니다.
내란전담재판부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거나 법 왜곡죄가 향후 다가올 중요 선거 국면에서 정치적 시비에 휘말려 ‘사법부 길들이기’ 논란을 키울 경우 사법개혁 전체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계산도 여권이 무시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여전히 여권 강경파들은 “내란 협조 의심을 받는 사법부 인사를 걸러내고 내란 범죄를 신속하게 단죄하자는 취지”라고 강조하지만 사법부와의 정면충돌이 장기화하면 내란 수사·재판 자체가 지연되고 정치적 공방만 확대될 수 있다는 현실론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민주당 지도부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의 연내 처리는 고수하되 추천위원 구성과 권한, 사건 배당 방식 등에서 위헌 논란을 최소화하는 ‘헌법 안전장치’를 다시 짜겠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선 이번 의총 결론 보류를 두고 “내란 단죄라는 강한 명분과 사법부의 집단 저항, 그리고 여권 내부에 여전히 남아 있는 3권 분립에 대한 보수적 시각이 서로 맞물리면서 민주당의 사법개혁 드라이브가 예상보다 험로를 만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법 왜곡죄 개정안이 향후 어떤 수정안을 거쳐 본회의 문턱을 넘게 될지에 따라 사법개혁의 향배는 물론 여권과 사법부 간 권력 지형도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내란 단죄 명분과 3권 분립 수호의 2가지 정치적 가치가 강하게 충돌하는 지점에서 이재명과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는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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