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받은 편지 60여 건 전시…"일상과 감정 생생하게 담아"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과거 한문이 쓰이던 시절의 사람들이 한글로 쓴 편지 60여 건이 서울역사박물관의 특별전을 통해 대중에 공개된다.
서울역사박물관은 기증유물특별전 '한글편지, 문안 아뢰옵고'를 이달 10일부터 내년 3월 2일까지 기획전시실 B에서 무료로 개최한다고 8일 밝혔다.
이번에 전시되는 한글 편지들은 서울역사박물관이 개관을 준비하던 때부터 여러 시민이 기증한 것들이다. 진성 이씨 종가, 광주 이씨 종가, 박한설 씨, 정해동 씨, 왕석산 씨 등이 기증한 고문서로, 다양한 관계의 안부 인사나 보고문 등이다.
서울역사박물관은 "한문 서신과 달리 한글 편지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널리 사용했다"며 "구어적 표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었기에 그들의 일상과 감정을 더욱 생생히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장 입구의 도입 영상과 '어머니의 방'은 순천부사로 떠난 아들 오준영을 그리워하며 편지를 쓰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연출한 공간이다. 서울에 살던 어머니가 아들을 멀리 보낸 뒤 느낀 간절한 마음이 담겼다.
옛 한글은 띄어쓰기가 없고 흘림체라 읽기 어렵지만, 박물관은 판독문과 현대어 번역문을 패널과 키오스크로 제공해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이야기 영상과 내레이션을 통해 한글 편지를 쉽고 흥미롭게 접하도록 했다.
전시는 3부로 구성된다. 1부 '편지를 쓰다'는 효(孝)와 예(禮)의 가치를 보여주는 가족 간의 한글 편지들을 전시하고, 2부 '편지를 읽다'는 정보와 내용을 전달하는 실용적 소통 수단으로서의 한글 편지들을 선보이며, 3부 '편지를 보관하다'는 기증유물을 보관하는 수장고의 활동을 조명한다.
전시 공간 한쪽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도록 직접 편지를 쓰는 체험 기회도 마련했다. 전시실에 마련된 옛날 우체통에 편지를 넣으면 실제 우편으로 배달된다.
최병구 서울역사박물관 관장은 "옛사람들이 정성스럽게 쓴 글에는 사랑과 그리움, 배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 여러분께서도 서로의 안부를 전하고 따뜻한 인사를 나누는 정서를 온전히 느껴 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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