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부동산 편중의 그늘, 이제는 자산 구조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서울의 아파트 숲 [사진=연합뉴스]

한국 가계의 자산 구조가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부동산 집중의 가계 자산을 금융자산으로 안분해야 하는 시점이다. 

8일 한국경제인협회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 자산 중 비금융자산, 즉 부동산 비중은 64.5%로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높았다. 미국(32%), 일본(36.4%), 영국(51.6%)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한국 가계는 여전히 ‘부동산 중심적 사고’에 갇혀 있으며, 이는 개인의 재무 안정성뿐 아니라 국가의 미래 지속가능성까지 위협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부동산 쏠림이 부의 수도권 집중, 지방소멸, 불평등 심화, 저출산·고령화 등 한국 사회의 핵심 난제를 악화시키는 ‘뿌리 깊은 구조적 요인’이라는 점이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은 젊은 세대를 서울·경기·인천으로 몰리게 만들고, 지방 광역시와 중소도시는 인구 이탈을 감당하지 못한 채 쇠퇴하고 있다.

주거·교육·일자리가 수도권에만 몰려 있고, 자산의 대부분을 부동산에 의존하는 한국의 현실에서 “수도권의 집 한 채”는 곧 “경제적 생존권”으로 인식된다.

그 결과는 명확하다. 수도권은 과밀로 비효율이 심화되고, 지방은 인구가 줄어들며 지방소멸의 가속 페달이 밟히고 있다. 부동산 시장 왜곡이 공간 구조의 불균형을 고착화시키는 셈이다.

부동산 편중은 자산소득의 폭발적 증가와 근로소득의 상대적 정체를 가져온다. 자산 가격이 뛰면 자산을 가진 계층의 부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지만, 근로소득자는 부동산 가격 상승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이는 곧 세대 간·계층 간 격차로 이어지고, 불로소득 중심의 자산 증가 구조는 사회 구성원에게 “노력보다 부동산이 능력”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준다. 이런 환경에서는 청년의 미래 전망은 더욱 어두워지고, 사회 이동성은 극도로 낮아진다.

부동산 문제는 인구 위기에도 직결된다. 높은 집값은 혼인·출산의 지연을 유발하고, 주거비 부담은 양육을 포기하거나 축소하게 만든다. 고령층은 노후 소득의 상당 부분을 부동산에 묶어두며 현금 흐름이 부족해 소비가 위축되고, 국가 전체의 경제 활력마저 떨어진다.

결국 부동산 문제는 한국의 저출산·고령화라는 초대형 리스크를 부추기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한경협 보고서는 금융소득 과세체계 개편, 장기투자 유도, 금융교육 확대 등 금융투자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금융투자가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그에 앞서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안정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집값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가계가 금융시장에 관심을 돌릴 이유도 없고, 여유도 없다. 부동산이 곧 생존 수단이자 ‘유일한 안전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현실에서는 정책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부동산 문제는 더 이상 ‘집값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경제 활력, 지역 균형, 세대 격차, 인구 지속성을 동시에 위협하는 총체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부동산 안정과 자산 구조 전환을 ‘국가 생존 전략’의 차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부동산 중심 자산 구조의 고리를 끊지 않는다면, 한국 사회는 더 깊은 불균형과 더 낮은 성장, 더 심각한 인구 위기로 향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