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와 삼성전자가 손잡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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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와 삼성전자가 손잡은 이유는?

이뉴스투데이 2025-12-08 08: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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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와 삼성전자는 지난달 14일 경남 사천 KAI 본사에서 ‘항공우주산업과 방위산업 적용을 위한 AI 및 RF용 국방 반도체 개발 및 생산’을 위한 상호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KAI]
KAI와 삼성전자는 지난달 14일 경남 사천 KAI 본사에서 ‘항공우주산업과 방위산업 적용을 위한 AI 및 RF용 국방 반도체 개발 및 생산’을 위한 상호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KAI]

[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군용기 제작사와 상용 반도체 제작사가 이례적인 협력에 나섰다. 지난달 14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삼성전자가 국방 AI 및 RF 반도체 개발·생산을 위해 체결한 상호협력 협약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전투기 성능 ‘엔진’에서 ‘AI’로 이동

8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들 두 기업의 협력은 우연이 아니라 무기체계의 패러다임 변화가 만든 필연이다. 과거 항공기 전투력을 엔진 출력, 속도, 무장, 항전장비 등이 결정했지만, 이제는 얼마나 방대한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처리하고 판단하는지가 전투력의 핵심이 되고 있다. 한 마디로 무기체계 기술의 중심이 ‘플랫폼’에서 ‘AI’로 이동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인공지능의 군사적 활용’ 제하의 보고서에서도 ‘AI 기술은 현대 전장에서 핵심 요소로 자리 잡으며, 정보·감시·정찰(ISR), 전투 시뮬레이션, 군사 물류 최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면서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국들이 AI를 기반으로 군사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실 AI 반도체는 현재 운용 중인 전투기에도 이미 사용되고 있다. F-35, 라팔, 유로파이터 타이푼 같은 최신 전투기들은 레이더·적외선·전자광학·데이터링크 등으로부터 들어온 방대한 정보를 기체 내부에서 분석한 뒤 조종사에게 위협 순위가 높은 표적을 선별해 보여준다. 조종사는 이를 통해 빠르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특히 앞으로는 긴박한 공중전 환경에서 방대한 정보를 외부 클라우드를 통해 분석하는 방식은 전파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분석 지연이 발생할 수 있고, 전자전 환경에서 전파가 교란될 위험도 있어 데이터를 외부로 보내지 않고 기체 내부에서 직접 분석하는 ‘에지(Edge) 컴퓨팅’이 필수적인 기술 요소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국방 AI 반도체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지난 9월 발표한 ‘전장에서의 기술 진화(Technological Evolution on the Battlefield)’ 보고서에서도 “현대 전장은 센서와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환경”이라며 “AI 반도체는 전투기의 상황 인식 능력과 의사결정 속도를 결정하는 핵심 인프라”라고 평가했다. 특히 보고서는 무인기와 유무인 복합체계(MUM-T) 환경에서 AI 연산을 담당하는 반도체가 부족할 경우, 고성능 센서를 탑재하더라도 전투 효율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KAI와 삼성은 RF(Radio Frequency) 반도체도 공동개발하기로 했다. 현재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RF 반도체는 AESA 레이더, 전자전, 통신체계의 핵심 요소로, 고출력·고주파 신호를 정밀하게 처리할 수 있어야 해 개발 난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양사가 국방 AI 반도체와 RF 반도체를 함께 개발하는 이유는 국방 AI 반도체가 전투기의 ‘두뇌’라면, RF 반도체는 전장을 감지하는 ‘감각기관’으로, 기능적으로는 별개지만 서로 연동하면서 전투력을 완성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방산 핵심 반도체, 기술 협력을 넘어 전략으로

문제는 국내에서 양산되는 AI 반도체와 RF 반도체는 대부분 스마트폰, 자동차 등에 사용되는 상용으로, 군용기에서 사용되는 요구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상용 반도체로는 많은 전력 소모와 심한 발열, 급격한 고도 변화나 강한 진동, 그리고 극한의 온도 등 전투기 특유의 가혹한 운용 환경을 견디지 못해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KAI는 군용기의 운용 요구조건을 충족하는 반도체가 필요하고, 삼성전자는 그러한 요구조건을 반영해 특화한 국방 반도체 제품군이 필요한 상황이다. KAI와 삼성전자가 방산용 반도체 개발을 위해 손을 잡은 배경도 여기에 있다. KAI 관계자도 “앞으로 군용기 전반에서 AI 반도체 활용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삼성전자와 협력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방 반도체 수요 증가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새로운 성장 기회다. 시장조사업체인 ‘모도 인터내셔널(Mordor intelligence)’에 따르면, 항공우주·방위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올해 147억4000만달러(약 21조7000억원)로 평가되는 가운데 오는 2030년에는 210억2000만달러(약 31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생산량도 올해 397억9000만개에서 2030년에는 635억7000만개로 빠른 속도로 늘 것이라는 전망이다.

KAI는 이번 협력을 통해 AI 파일럿, 자율제어시스템(ACS), 유무인 복합운용(MUM-T), 차세대 무인기 등 주요 미래 플랫폼에 국방 AI 반도체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FA-50, 수리온 등 기존 항공기에 적용하면 전투 능력과 수출경쟁력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이번 협약을 국방·항공우주 분야로 파운드리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계기로 보고 있다.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사장은 “이번 협약은 국방 AI 반도체 국산화와 국내 반도체 생태계 강화의 중요한 계기”라며 “설계부터 공정, 양산까지 전 단계에서 통합 기술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우리나라는 그동안 국제 정세가 불안정해질 때마다 핵심 부품과 소재의 공급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를 안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양사가 국방 반도체 국산화에 나선 것은 단순한 기술 협력을 넘어, 핵심 무기체계의 안정적인 운용 기반을 확보하는 동시에 장기적인 자주국방 역량을 강화하고 향후 방산 AI 반도체 시장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구축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라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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