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조선사도 실패한 美 함정 건조...마스가 실행 K-조선에 ‘타산지석’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유럽 최대 조선사도 실패한 美 함정 건조...마스가 실행 K-조선에 ‘타산지석’

한스경제 2025-12-08 06:30:00 신고

3줄요약
컨스털레이션급 호위함 이미지./핀칸티에리 마린그룹 홈페이지 캡처
컨스털레이션급 호위함 이미지./핀칸티에리 마린그룹 홈페이지 캡처

|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는 물론 HJ중공업을 비롯한 중형조선사까지 국내 조선업계는 미국 조선소의 건조능력 확대를 포함한 '마스가(MASGA)' 프로젝트의 청사진을 구체화하는 작업으로 분주하다.

미국 국적 선박의 자국 건조를 명시한 존스법(상선)과 반스-톨레프슨법(함정)의 개정 가능성과 함께 미 해군이 군수지원함 외에도 전투함의 유지·보수·정비(MRO)를 한국에 맡길 확률까지 제기되는 상황을 감안한 조치로 해석된다.

위 가능성이 현실로 나타나 K-조선이 미국 현지에서 함정을 건조한다면 마스가는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상선과 달리 미국 조선소에서 미 해군 함정을 만드는 것은 상당한 리스크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 해군은 이탈리아 크루즈선·방산 전문 조선사 핀칸티에리가 인수한 미국 내 조선소에서 건조될 예정인 ‘컨스털레이션급’ 신형 호위함 4척의 발주를 취소했다. 당초 미 해군은 지난 2020년 핀칸티에리에 컨스털레이션급 호위함 건조 사업을 맡겼으나 이미 건조 단계에 들어간 2척만 계속 진행하고 나머지 4척은 취소한 것이다.

미 해군의 광범위하고도 잦은 설계 변경으로 수년간 건조가 지연된 것이 발주 취소의 1차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동안 수 차례 지목돼 온 숙련공 부족, 낮은 생산효율 등 미국 조선소의 문제점도 한몫 했다는 분석이다.

컨스털레이션급 호위함은 노후화로 퇴역한 ‘올리버 헤자드 페리급’ 호위함의 대체 전력이었다.

미 해군은 선체 균열과 기관 고장, 탑재 무장 개발 중단 등을 겪은 연안전투함(LCS)의 문제를 반영해 기존 설계를 최대한 활용해 리스크를 줄이면서 저렴하고 준수한 성능의 신형 호위함을 대량 도입할 계획이었다.

미국과 유럽 방산업체들이 경쟁을 벌여 핀칸티에리가 제안한 6600톤급 ‘카를로 베르가미니’ 호위함이 최종 선정됐다. 유럽에서 이미 기술적 검증이 이뤄졌고 가격도 비싸지 않으며 성능개량이 쉽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후 핀칸티에리가 지난 2009년 인수한 위스콘신주 마리네트에 위치한 핀칸티에리 마리네트 마린(Fincantieri Marinette Marine)에서 컨스털레이션급 호위함의 건조가 시작됐다.

건조 착수 당시만 해도 미 해군은 기존 호위함 설계를 기반으로 납기 단축을 원했으나 결과는 3년 이상 지연이란 참담한 현실로 돌아왔다. 컨스털레이션급 호위함의 1번함이 될 ‘USS 컨스텔레이션’호는 2026년 진수할 계획이었으나 반복되는 공정 지연으로 2029년 후반으로 늦춰졌다.

현재까지 건조 비용은 20억달러(약 2조9000억원)에 달한다. 당초 예상했던 건조비 11억달러(약 1조6200억원) 수준을 두 배 가까이 넘어선 수치다.

컨스털레이션급 호위함이 겪은 이러한 문제는 군함 설계·건조 과정에서 미 해군과 현지 조선업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미국 회계감사원(GAO)의 2024∼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 해군과 핀칸티에리가 인수한 조선소는 기능 설계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건조를 시작했다. 선체 외형 등에 대한 설계는 마쳤지만 추진 체계와 제어 시스템은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건조를 강행했다는 설명이다.

핵심 설계도가 완성되지 않았는데도 조선소는 블록 단위 건조를 강행했다. 작업 순서가 뒤바뀌고 주요 구조물 재작업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미 해군의 지속적인 설계 변경과 추가 요구로 작업 중단과 재조정이 되풀이됐다. 여기에 미국산 무기와 전자전 시스템을 추가하면서 안전 및 운용 기준도 강화돼 설계는 한층 복잡해졌다.

계속된 설계 수정은 작업 계획과 인력 배치에 악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원형인 이탈리아 카를로 베르가미니 호위함과는 공통성이 80%에서 15%까지 하락했다. 기존 함정 설계를 최대한 활용해 리스크를 낮춘다는 당초 목적은 물 건너갔다.

건조를 맡은 핀칸티에리 마리네트 마린 조선소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초 기준으로 이 조선소는 숙련공 수백명이 부족한 상태다. 특히 용접공 등 핵심 직종에서의 인력난은 더욱 문제가 심각했다. 부족한 인력 공백을 메꾸기 위해 신규 채용한 직원들의 훈련에 또다시 시간이 소요되면서 설계 변경에 대한 대응이 지연되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올해 3월 미 의회 보고서는 ‘노동력 부족’을 일정 지연 원인의 핵심으로 지목한 바 있다.

이 중 숙련공 부족은 고질적인 문제로 핀칸티에리도 피해 갈 수 없었다. 이들 숙련공의 급여는 패스트푸드점 노동자보다 약간 높은 수준에 불과해 인력 유치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나마 남아 있는 숙련공의 평균 연령은 55세로 상당수가 은퇴를 앞두고 있다. 세대교체가 시급하지만 청년층의 기피 현상은 계속되고 있으며 이는 신규 함정 건조 및 유지보수 적체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유럽 최대 조선업체로서 세계적 명성을 지닌 이탈리아 핀칸티에리가 맡았던 컨스털레이션 호위함 건조 프로젝트는 이처럼 ‘중도하차’라는 불명예만 남겼다. 이는 마스가를 추진하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한국 조선의 세계 일류 선박 건조 기술과 사업관리 능력을 적용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핀칸티에리도 이 점을 알고 있었지만 결과는 실패했다는 데 있다.

핀칸티에리는 미국 내 조선소 인수 직후 첨단 용접 장비와 3D 설계 시스템, 자동화된 생산 라인을 도입한 바 있다. 2022년에는 첨단 모듈 조립 시스템과 크레인 설비를 증설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선진 공정 관리 기술과 건조 경험을 갖춰도 함정의 설계·기술 측면에서 미 해군이 노출한 미숙한 사업관리와 미국 조선업의 구조적 문제점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국내 조선업계가 모든 리스크를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 사례로서 입증된 셈이다.

업계 전문가는 “미 해군과 현지 조선업계의 구조적 문제는 단기간 내 해결이 어렵고 국내 조선업계나 한국 정부가 노력한다고 해도 풀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마스가를 통한 사업 확대도 중요하지만 핀칸티에리도 피하지 못한 구조적 리스크를 회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조선업계에서 미 해군 함정 건조 사업과 조선소 투자 등에 있어 핀칸티에리를 타산지석 삼아 보다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