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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크린을 장악한 영화 속 패션 무드들
| 핑크·70s·미니멀, 영화가 만든 트렌드
| 패션계까지 흔든 세 편의 결정적 장면
영화 '바비'가 남긴 대체 불가능한 핑크 무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가 재현한 70s 실루엣의 매력 그리고 '아이 엠 러브'가 보여준 절제된 이탈리안 미니멀리즘까지. 서로 다른 장르와 서사를 지녔지만 각 영화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잊히지 않는 패션 트렌드를 남겼습니다. 스크린 속 스타일이 어떻게 하나의 아이코닉 무드로 자리 잡았는지, 세 영화를 중심으로 다시 들여다 봤습니다.
바비
배우 마고 로비를 ‘인간 바비’로 만든 영화 '바비'는 완벽한 일상을 살아가던 바비가 현실 세계로 뛰어들며 겪는 변화를 그린 작품입니다. 제목처럼 영화 곳곳은 핑크로 가득 차고, 러닝 타임 내내 바비 특유의 밝고 생기 넘치는 무드가 이어집니다. 이 거대한 핑크 물결은 스크린 안에서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개봉 직후 ‘#Barbiecore’가 글로벌 트렌드로 떠오르며 패션계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죠. 발렌티노의 ‘Pink PP’ 컬렉션에 대한 관심이 다시 집중됐고, 베르사체와 발망을 비롯한 여러 패션하우스가 바비코어를 연상시키는 핑크 기반의 캡슐 컬렉션을 연달아 선보였습니다. 그렇기에 영화 '바비'는 2000년대 이후 존재감이 옅어졌던 핑크를 다시 트렌드 컬러로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쿠엔틴 타란티노가 연출한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 인 할리우드'는 1969년 LA를 배경으로 합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브래드 피트가 각각 왕년의 액션 스타와 그의 스턴트맨으로 등장하며, 두 인물의 일상을 따라가는 서사가 펼쳐지죠. 이 작품에서 특히 눈에 띄는 요소는 영화의 시대적 분위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70s 패션입니다. 슬림 핏 레더 재킷, 부츠컷 데님, 오픈칼라 셔츠, 스트라이프 티셔츠 등 레트로한 아이템들이 각 캐릭터들의 스타일을 완성합니다. 이 무드는 2022년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는 70년대 실루엣 트렌드와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습니다. 실제로 영화 속 아웃핏은 미우미우, 생 로랑 등 여러 패션하우스의 런웨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70s 리바이벌 흐름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레퍼런스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아이 엠 러브
영화 '아이 엠 러브'는 이탈리아 상류층 가문의 일상을 배경으로, 억눌린 감정 속에서 새로운 욕망을 깨달아가는 한 여인의 변화를 그렸습니다. 극중 틸다 스윈튼이 연기한 엠마는 영화 내내 의상과 색감, 실루엣으로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하는데요. 이 영화가 패션계에서 꾸준히 회자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영화 속 패션은 화려함보다 절제된 미니멀리즘이 중심을 이룹니다. 깔끔한 컷팅의 슬립 드레스, 선명한 직선 실루엣의 코트, 파스텔·뉴트럴 팔레트 중심의 컬러 조합은 이탈리안 미니멀리즘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특히 질 샌더(Jil Sander)가 참여한 덕분에 각각의 룩은 과장 없이도 고급스러운 ‘콰이어트 럭셔리’ 무드를 완성하죠. 이탤리언 미니멀리즘이나 올드 머니 룩이 주목받을 때면, 자연스레 이 영화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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