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10m 이상 굴착공사 중 공공 하수관로 심한 파손 발생
(서울=연합뉴스) 정수연 기자 = 서울 하수관로 냄새를 줄이기 위해 설치한 악취 저감장치가 일부 지점에서는 대부분 고장 나 있고 퇴직 공무원들로 구성된 모니터링단은 이를 제대로 보고하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 10m 이상 굴착공사를 벌이는 한 공사장 주변에서는 공공 하수관로 파손, 내려앉음 등 심각한 지반 침하 위험이 발생했다.
7일 서울시가 지난 4월 22일부터 5월 23일까지 물순환안전국과 송파·영등포·종로구를 상대로 감사를 벌여 발표한 결과를 보면, 종로구는 악취 민원이 다수 발생하는 한 지역에 스프레이식 악취 저감장치 16대를 설치했다.
악취 원인인 황화수소가 물에 녹는 성질을 이용해 하수관로 내부에 물과 약품을 뿌려 냄새를 줄이는 장치다.
서울시 감사위원회 조사 결과 장치 16대 가운데 12대가 태양광 패널 파손, 배터리 방전, 배관 누수 등으로 작동하고 있지 않았다.
장치 고장으로 주변부가 악취 최대 등급인 5등급(하수관로 내 공기 중 황화수도 농도 10ppm 초과)까지 치솟기도 했다.
서울시는 퇴직 공무원 12명을 활용해 '하수 악취 모니터링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은 종로구 해당 지역 악취 저감장치 5대를 모니터링한 뒤 1대를 제외하고는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종로구는 악취 저감장치가 고장 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설물 정상 작동 여부를 알리지 않았다.
송파구에 설치된 일부 악취 저감장치 역시 2023년부터 고장 나 있었지만, 모니터링단은 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고 보고했다.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다.
서울시가 영등포구를 상대로 감사를 벌인 결과 지하 10m 이상 굴착공사를 벌이는 한 공사장 주변에서 공공 하수관로 접합부 파손, 관로 상단 파손·내려앉음, 관로 상단에 다른 관로가 통과하는 문제, 노후화로 인한 콘크리트 부식 등 구조적인 결함이 발생했다.
하지만 영등포구는 공공 하수관로 이상 유무를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하수관로 상태가 양호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종로구는 고장이 난 스프레이식 악취 저감 장치가 방치돼 악취가 증가하지 않도록 보수 예산을 마련하고 점검 주기를 확대하고, 서울시는 악취 저감 장치 작동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등포구는 해당 노후 하수관로 유지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지반침하를 예방하기 위해 지하 10m 이상 굴착 공사장을 대상으로 하수관로 이상 유무를 확인하라"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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