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이 시작되면 따끈한 국물 요리가 자연스럽게 식탁 중심에 오른다. 찌개와 국물이 당길 때 맛의 골격을 잡아주는 감칠맛 재료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데, 그중 하나가 ‘멸치’다. 국물을 우릴 때 기본적으로 넣는 재료라 한국 가정에서는 거의 매일 쓰인다.
하지만 멸치는 미국에서 전혀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에서 흔히 쓰는 재료지만, 미국 조사에서는 ‘가장 싫어하는 음식’ 1위에 올랐다. 문화권이 달라지면 같은 재료라도 평가가 크게 달라진다. 미국이 멸치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미국에서는 '멸치'가 익숙하지 않을까
미국에서 멸치가 낯선 이유는 접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멸치를 자연스럽게 경험한다. 다시마와 함께 끓인 육수, 달짝지근한 멸치볶음, 김치 속 은은하게 스며 있는 맛까지 일상 식탁 전반에서 멸치는 기본으로 쓰였다.
반면 미국에서는 멸치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 집에서 육수를 오래 끓이는 문화가 강하지 않고, 향이 두드러지는 생선을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 미국에서 멸치를 보게 되는 경우는 주로 피자 토핑이나 샐러드에 올려 먹는 앤초비 형태인데, 맛이 강하게 드러나는 방식이라 호불호가 쉽게 갈린다.
이러한 경험 차이는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7월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의 조사에서 미국인 56%가 멸치를 “싫어하거나 매우 싫어한다”라고 답했다. ‘가장 싫어하는 음식’ 문항에서는 36%가 멸치를 선택했다. 절반 이상이 거부감을 드러낸 결과다.
한국에서 '멸치' 소비가 높은 이유
2017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 1인당 연간 멸치 소비량은 약 4.2kg이다. 반찬으로 먹는 분량뿐 아니라 국물 요리에 사용하는 양까지 모두 포함한 수치다.
멸치는 손질이 쉽고 보관도 편한 재료다. 건조 형태라 습기만 조심하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고, 냉동해 두면 필요할 때마다 바로 꺼내 쓸 수 있다. 내장을 제거하는 과정도 어렵지 않아 가정에서 부담 없이 다루기 편하다.
또한 멸치는 뼈째 먹는 생선이라 칼슘이 풍부하고 단백질과 아미노산도 높게 들어 있다. 국물용으로 쓰면 빠르게 맛이 우러나 고기 없이도 깊은 맛을 낼 수 있다. 이런 점들이 멸치를 한국 식탁에서 빠지기 어려운 재료로 만들었다.
일상 식탁에서 자주 만드는 멸치 요리들
멸치는 크기에 따라 쓰임이 뚜렷하게 나뉜다. 큰 멸치는 국물용으로 사용하고, 중멸·소멸은 반찬에 맞춰 조리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익숙한 조리법은 볶음이다. 팬에 기름을 약간 두르고 중불에서 멸치를 먼저 볶아 비린 향을 날린 뒤, 간장·설탕·마늘을 넣어 졸이면 기본양념이 완성된다. 취향에 따라 고추나 깨, 올리고당을 더해 맛을 조절할 수 있다.
고추장을 넣어 만드는 방식도 있다. 멸치를 마른 팬에서 먼저 볶아 수분을 빼고, 고추장·설탕·다진 마늘을 섞은 양념과 함께 약한 불에서 볶으면 밥반찬으로 잘 맞는다. 매운맛을 원하면 청양고추를 더해 조절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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