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5일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영역의 난이도가 지나치게 높았다는 지적과 관련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사과한다. 영어 문항에 대한 출제와 검토 과정을 다시한번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영어영문학회 등 36개 학회가 모인 한국영어관련학술단체의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영어만 절대평가하는 불공정한 정책의 실패를 더는 외면할 수 없다. 이를 폐기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렇다면 이번 수능 영어가 어떻게 나왔길래 이 난리일까?
영어 34번 빈칸 추론 문항의 경우 올해 수능 영어 영역에서 오답률이 80%에 육박하며 최악의 난이도를 기록한 문항이었다.
이 문항은 법과 자유의 관계에 대한 칸트 법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지문 내용:The legal framework that Kant envisioned is a necessary condition for a system of maximal liberty for all. According to Kant, a state of law is required not because human beings are morally good, but precisely because they are often violent and conflictual by nature. The state must thus adopt a universal principle of right that all rational beings could freely choose to live under. Crucially, Kant argues that any law that prohibits a behavior that a reasonable person would not choose to do in the first place cannot be regarded as reasonably confining . If a law simply requires an individual to refrain from acts of aggression or theft, it is merely ensuring that everyone can exercise their freedom fully, without infringing on the freedom of others. Thus, the legal framework, far from limiting freedom, is actually what makes it possible.
빈칸 문장:Crucially, Kant argues that any law that prohibits a behavior that a reasonable person would not choose to do in the first place cannot be regarded as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문항
reasonably confining
a necessary infringement upon natural rights
understood as a restraint on their freedom (정답)
a guarantee of mutual security
a universally acceptable principle of justice
정답 및 논리적 해설
| 구분 | 내용 |
| 정답 | 3번. understood as a restraint on their freedom |
| 핵심 개념 | 칸트 법철학: 법은 자유를 제한하지 않고 오히려 보장한다. |
| 오답률 | 약 80%에 육박 |
A. 칸트 철학의 핵심 논리 파악
이 지문은 법(Legal Framework)이 개인의 최대 자유(maximal liberty)를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칸트의 역설적인 법철학을 다루고 있다.
인간관: 칸트는 인간이 본성적으로 폭력적이고 충돌하기 쉽기 때문에 법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는 홉스(Hobbes)적인 비관적 인간관의 영향을 반영힌다.
법의 목적: 따라서 법은 모든 이성적 존재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보편적인 권리 원칙(universal principle of right)을 담아야 한다.
법과 자유의 관계: 칸트에게 진정한 자유란 개인이 자신이 일반화할 수 있는 합리적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자율적 의지를 의미한다.
빈칸 추론의 결정적 근거
빈칸 문장은 '이성적인 사람(a reasonable person)이라면 애초에 하지 않을 행동(예: 살인, 폭력, 절도)을 법이 금지하는 것'은 무엇으로 간주될 수 없는지를 묻고 있다.
빈칸의 뒤 문장이 결정적인 근거를 제공한다:
"If a law simply requires an individual to refrain from acts of aggression or theft, it is merely ensuring that everyone can exercise their freedom fully, without infringing on the freedom of others." (법이 단순히 개인에게 침해 행위나 절도를 삼가도록 요구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모두가 자신의 자유를 온전히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일 뿐이다.)
결론적으로 지문은 법적 틀이 자유를 제한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자유를 가능하게 한다고 말한다. 즉, 이성적 인간이 자발적으로 하지 않을 비합리적인 행동을 금지하는 법은, 그 사람의 진정한 자유를 제약하는 것으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빈칸에는 '자유를 제한하는 행위'라는 개념 자체가 들어가는 것이 칸트의 논리를 가장 정확하게 반영한다.
오답 선택지 (1번)의 함정 분석
이 문항이 특히 어려웠던 이유는 1번 선택지와 3번 정답 간의 미묘한 논리적 차이 때문이다.
1번 선택지: reasonably confining (합리적으로 제한하는 것)
3번 선택지: understood as a restraint on their freedom (그들의 자유에 대한 제약으로 이해되는 것) (정답)
함정: 1번 선택지는 지문 속의 표현("cannot be regarded as reasonably confining")을 그대로 사용한 것처럼 보여 매우 매력적입니다. 그러나 지문의 문장을 정확히 해석하면, 'cannot be regarded as reasonably confining'는 '합리적인 제한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 이 해석은 '제한(confining)'이라는 개념 자체는 인정하되, 그것이 '합리적인지' 여부만을 부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정답의 우위성: 반면, 3번 선택지는 '자유에 대한 제약(restraint on their freedom)'이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며, 법이 인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일반적인 오해를 반박하는 칸트의 핵심 논지("법은 자유를 제한하지 않고 가능하게 함")를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수험생이 지문의 핵심 논리('법'은 '자유 제한'이 아니다)를 정확히 이해하고, 단순히 어휘의 유사성에 현혹되지 않고 철학적 뉘앙스의 차이까지 구별할 수 있어야만 정답을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34번 문항이 최악의 변별력을 확보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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