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1천건 이상 결항…새 안전규정 따른 운항 일정 마련 실패
전국 공항마다 아수라장…"'인디고를 타도하라' 구호에 폭동 현장 방불"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인도 최대 항공사인 저비용항공사(LCC) 인디고 항공이 당국의 새 안전규정 따른 운항 일정 마련에 실패하면서 지난 5일 동안 항공편 수천 편의 운항을 취소했다.
이에 따라 인도 전국에서 수많은 승객의 발이 묶이면서 항공 운항이 극심한 혼란에 빠지고 각지 공항이 아수라장이 됐다.
6일(현지시간) 인디고 항공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이 회사 항공편 운항이 하루 수백 편씩 결항하는 심각한 운영 차질이 발생했다.
특히 전날에는 1천 건을 훌쩍 넘어 하루 전체 운항 건수의 절반 이상이 취소됐다.
이 회사는 전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사과문에서 "지난 며칠 동안 많은 분이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깊이 사과드리고 이해한다"면서 "이 문제가 하룻밤 사이에 해결될 수는 없겠지만, 그동안 여러분을 돕고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운항을 정상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피터 엘버스 인디고 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상황 개선을 위해 전날 시스템과 운항 일정을 리부팅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날부터 운항 취소 건수가 1천 건 미만으로 줄어들고 오는 10∼15일께는 운항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회사 측은 결항한 항공편 요금을 전액 환불하고 오는 15일까지 모든 예약 취소 수수료를 면제하며, 승객들을 위해 전국에서 수천 개의 호텔 객실을 제공하기로 했다
인디고는 매일 약 2천300편의 항공편을 운항하며 인도 국내 항공선의 약 65%를 차지하고 있다.
앞서 인도 당국은 조종사·승무원의 휴식 시간을 늘리고 야간 비행시간을 제한하는 새 안전 규정을 지난 7월 1단계, 11월 2단계로 나눠 시행했다.
이에 에어인디아 등 다른 항공사들은 바뀐 규정에 맞춰 정상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인디고 항공은 자신들이 2단계 규정에 맞춰 운항 일정을 짜는 과정에서 잘못된 판단과 계획 부족으로 인해 운항 차질을 초래했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인도 민간항공국(DGCA)이 전했다.
인디고 측은 새 규정이 조종사·승무원 인력 운용에 미치는 영향이 자신들의 예상을 넘어섰다면서 DGCA에 운항 정상화를 위해 새 규정 적용을 일시 유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DGCA는 전날 인디고에 대해 해당 규정 적용을 내년 2월 10일까지 보류하겠다고 발표하고 이번 운항 차질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당국은 새 안전 규정을 작년 1월 발표해 항공사들이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줬지만, 평소 매우 효율적인 자원 관리로 잘 알려진 인디고 항공은 새 규정에 따른 운항 계획 변경 필요성을 과소평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한편 전날 전국 주요 공항에서는 졸지에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수많은 승객이 "인디고를 타도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인디고 측에 격렬하게 항의했다.
델리 공항을 이용한 인도 자산운용사 '에퀴러스 웰스'의 찬찰 아가르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블룸버그 통신에 "델리 공항이 마치 폭동 현장 같았다. 엄청난 구호가 울리는 가운데 복도에 욕설이 난무했다"고 말했다.
그는 "바닥에 책상다리하고 앉아 있는 사람들, 밤새 예약이 취소돼 조는 사람들, 직원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사이먼 웡 인도주재 싱가포르 대사도 X에서 인디고 결항으로 인해 부하 직원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했다면서 "나도 다른 승객 수만 명과 함께 인디고에 의해 발이 묶였다. 할 말을 잃었다"고 밝혔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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