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레이더] 디지털·회계·서민금융… ‘금융 질서’ 전면 재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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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레이더] 디지털·회계·서민금융… ‘금융 질서’ 전면 재정립

뉴스로드 2025-12-06 15:16:4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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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최지훈 기자]
[사진=최지훈 기자]

국회 정무위원회 입법예고에는 금융접근성, 자본시장 규율, 디지털자산 시장질서, 개인정보 보호 강화가 한꺼번에 쌓여 있다. 은행권 출연률을 높여 서민금융 재원을 확대하는 안, 채무조정 동의 기준을 ‘총액→원금’으로 바꾸는 안, 외부감사 대상을 유한책임회사까지 확장하는 외감법 개정안, 글로벌 수준으로 제재를 강화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두 건, 디지털자산 시장 전담법안까지 모두 정무위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 금융·산업·소비자 보호라는 서로 다른 신호가 묶이면서, “시장 규율을 어디까지 확장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다시 등장한다.

우선 김남근 의원안은 서민금융 진흥 재원을 늘리기 위한 구조다. 현재 은행권은 대출금 월중 평균액의 0.06%만을 공통 출연하는데, 개정안은 이를 최소 0.2%~0.3%로 올린다. 은행의 예대마진과 이익 규모 대비 “기여가 낮다”는 지적, 그리고 정부의 비정기 출연 요구가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린다는 문제의식이 배경이다. 개정안은 “은행은 신용위험을 지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며, ESG· 사회적 책임 관점에서 제도를 설계했다.

구조만 보면, 시장에서 얻은 이익 일부를 사회적 안전망 구축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다만 출연률 인상은 곧바로 금리나 수수료 구조와 연결되기 때문에, 실제 부담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한 논의는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기관의 비용이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될 가능성과, 서민금융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재원 확보라는 두 논리가 충돌하지 않는 설계가 필요하다.

이인영 의원안은 개인채무자 회생 절차에서 나타나는 불균형을 손보는 내용이다. 현재 채무조정안 확정은 “무담보·담보채권 총액 기준 과반”인데, 개정안은 이를 채권 원금 기준 과반으로 바꾼다. 현행 구조는 연체이자가 많이 붙은 고금리·장기연체 채권이 전체 채권금액을 밀어 올려 특정 채권자가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하는 사례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있다.

개정안은 위험을 감수한 실제 원금 기준으로 영향력을 재조정해, 회생 취지에 맞는 구조를 만들자는 방향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합리적 손실 공유”라는 금융의 원칙을 강조한 셈이다. 다만 기준 변경은 채권회수 산업 전체에 적용되기 때문에, 회수전략·채권 매각가격과 같은 실무 변화가 뒤따른다. 보호가 필요한 채무자를 돕는 취지와, 시장에서의 유동성 공급이 균형을 맞출 수 있는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김상훈 의원안은 최근 감사를 회피하기 위해 법인 형태를 바꾸는 사례에 대한 대응이다. 유한책임회사가 외부감사 의무를 피하는 방식이 늘어, 투자자·채권자에게 신뢰할 수 있는 회계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개정안은 유한책임회사도 외부감사 대상에 포함시킨다. 다만 “희토류·전략물자·특화선도기업”은 제외해 공급망 전략 기업의 부담을 줄였다. 핵심은 법인형태에 따른 회계투명성의 차이를 없애겠다는 시그널이다. 상장되지 않더라도 일정규모 기업은 감사를 받는 것이 원칙이라는 방향으로, IFRS 환경에서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이 변화는 비상장 영역의 회계정보 품질을 끌어올릴 수 있는 대신, 벤처투자·조직변경 전략에 영향을 준다. 감사비용 부담과 ‘효율성’ 문제도 함께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박상혁 의원안 '디지털자산의 시장 및 산업에 관한 법률'은 가상자산을 독립된 시장으로 인정하는 첫 기본법 성격을 가진다. 디지털자산의 정의, 사업자 요건, 불공정거래, 이용자 보호, 발행·유통 절차를 포괄하며, 별도 감독 체계를 마련하는 구조다.

금융투자사들이 모여있는 여의도 전경 [사진=최지훈 기자]
금융투자사들이 모여있는 여의도 전경 [사진=최지훈 기자]

세제나 전자금융보다는 자본시장 법체계에 가까운 구조를 취한 것으로 읽힌다. 디지털자산 시장을 규제의 바깥이 아니라 “금융 인프라의 일부”로 놓겠다는 방향성이다. 다만 시장가격 변동성이 높고, 발행 주체가 분산된 환경에서 책임과 규제 범위를 어떻게 나눌지, 감독기관을 단일화할지, 자본시장법과 충돌하는 구간을 어떻게 조정할지 등 세부 설계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김승원 의원안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된 현실을 반영한다. 과징금 상한을 ‘매출액 3% → 4%’, 정액 상한을 20억 → 30억으로 높인다. EU·영국의 GDPR 수준을 참고했으며, 국내 제재가 억지력이 약하다는 평가도 반영됐다.

권향엽 의원안은 유출 가능성 있는 정보주체까지 개별 통지 의무를 확대한다. KISA·보호위 조사 과정에서 당사자는 알지만, 잠재적 피해자는 “모르는 상태에서 2차 피해를 당한다”는 문제의식이다.

두 법안은 방향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정보주체 보호 강화에 서 있다. 단순히 유출 신고를 넘어, “유출이 의심되는 순간부터 알려야 한다”는 쪽으로 설계가 이동한다. 이 변화는 기업의 내부통제·로그관리·사고대응 비용을 높이지만, 반대로 보면 개인정보 유출 리스크를 전사적 영역으로 끌어올린다는 의미도 있다.

상임위 안건을 나열하면 각기 다른 쟁점처럼 보이지만, 공통된 질문은 명확하다. 금융 질서를 시장 자율에 맡길지, 제도적 보호 범위를 확대할지다. 서민금융 출연률 인상은 금융회사 이익의 사회적 환원이라는 논리와 비용 전가 우려가 동시에 존재한다. 채무조정 기준 변경은 개인 회생의 실효성을 높이는 대신, 구조조정 시장의 가격결정 구조를 바꿀 수 있다.

외감법 적용대상 확장은 회계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이지만, 비상장기업의 부담과 성장경로에 영향을 준다. 개인정보보호법 강화는 소비자 안전을 확보하지만, 과징금 상향과 통지 의무 확대는 기업 리스크 관리에 새로운 기준이 된다.

디지털자산 기본법은 제도권 편입이라는 큰 방향을 제시했지만, 금융시장의 위험관리와 혁신투자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작업이 남아 있다. 법안은 단순한 규제 강화가 아니라, “한국 금융이 어떤 균형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논쟁이다.

정무위가 이번 회기에서 정리할 법안은, 금융안전망·시장기율·소비자 보호의 기준이 2025년 이후 금융 환경을 정의할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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