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그랑프리의 ‘롱 런’ 프로그램은 팀들이 중점적으로 수행하는 핵심적인 데이터 수집 절차를 뜻한다.
금요일과 토요일 보통 12~18랩 정도의 연속 스틴트(F1 레이스 전략의 가장 기본 단위로 타이어를 교체하기 전까지 한 종류의 타이어로 연속해서 달리는 구간)로 구성되며 실전 레이스 리듬에 맞춘 타이어 열화(Degradation), 연료 소모, 공력 밸런스 변화를 실제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목적이다.
롱 런의 1차 목표는 레이스 페이스 검증이다. 미디엄·하드 컴파운드를 중심으로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스틴트 초반 대비 후반의 랩타임 드롭을 수치화한다. 드롭이 작을수록 타이어 관리 능력과 세팅 일관성이 높다는 의미다.
두 번째는 연료 감소에 따른 밸런스 변화 파악이다. 스틴트가 진행되며 연료가 30kg 이상 줄면 머신의 하중 분포가 바뀌고 코너링 밸런스가 미세하게 이동한다. 팀은 FP2 롱 런 데이터를 기준으로 FP3와 예선 직전 최종 공력·기계 세팅을 조정한다.
세 번째는 전략 알고리즘 보정이다. 시뮬레이터가 산출한 이론 전략을 트랙 온도, 데그 곡선, 트래픽 영향 등 실제 값으로 교정해 1·2스톱 여부와 각 스틴트 길이를 확정한다. 사실상 FP2 후반은 팀 간 ‘가상의 레이스’가 진행되는 시간이다.
서킷별로 롱 런 데이터의 해석 방식은 크게 달라진다. 고속 코너 비중이 높은 스파-프랑코르샹은 공력 패키지의 효율과 하이로드 타이어 데그가 민감하다. 롱 런에서의 평균 페이스보다 페이스(랩 간 변동폭)이 더 중요하다. 상·하향 구간에서의 다운포스 안정성 확인이 핵심이다.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서킷은 전통적으로 ‘데그 테스트 서킷’으로 불린다. 3섹터의 연속 코너가 미드스티어 열화를 가속시키기 때문에 팀은 롱 런에서 하드 컴파운드의 스틴트 길이, 그리고 미디엄의 10랩 이후 성능 저하 패턴을 최우선 평가 항목으로 본다.
낮은 그립 서킷인 실버스톤은 타이어 스크럽(타이어 표면이 덜 손상 됨)이 적어 스틴트 초반 랩타임이 빠르게 형성되지만 고속 코너의 에너지 로딩으로 8랩 이후 데그가 급격히 증가한다. 롱 런에서는 스테이블(페이스가 흔들리지 않고 일정하게 유지 됨)한 프론트 엔드 유지 여부가 레이스 페이스의 절대 조건이 된다.
반면 야스 마리나처럼 브레이킹 구간이 반복되는 서킷에서는 리어 타이어 온도 관리와 트랙션 밸런스가 변수로 작용한다. 롱 런에서 후반부 리어 슬라이드가 커지면 팀은 즉시 토우·캠버·디퍼런셜 설정을 조정한다. 야스 마리나는 트래픽 영향도 커 ‘클린 랩 확보 여부’가 데이터 신뢰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결국 롱 런 프로그램은 단순한 연속 주행이 아니라, 일요일 레이스 페이스를 가장 정확하게 예측하는 실전 데이터다. 서킷 특성에 따라 해석의 비중은 달라지지만, 롱 런을 통해 얻는 타이어·연료·밸런스 데이터가 정확할수록 팀의 레이스 전략 완성도는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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