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백연식 기자] 지난 5일부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AGF(Anime X Game Festival)’에 국내 게임사들의 참여가 집중되면서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지난 달 열린 ‘지스타(G-STAR) 2025’에 국내 일부 주요 게임사가 참여를 하지 않았지만 AGF의 경우 거의 대부분 참가해서다.
AGF는 2018년 첫 개최 당시만 해도 애니메이션 중심의 서브컬처 행사로 출발했지만, 2023년 호요버스의 ‘원신’이 메인 스폰서로 참여하면서 게임 전시 비중이 크게 확대됐다. AGF는 이미 서비스 중인 게임의 팬층을 공략하는 ‘체험형 팬덤 페스티벌’이지만 팬 소비와 현장 매출을 같이 진행하는 ‘수익형 축제’라는 장점이 있다.
5일부터 7일까지 열리는 AGF 2025는 올해 6회째를 맞는다. 스마일게이트가 2년 연속 메인 스폰서를 맡았다. 그리프라인, 스튜디오비사이드, 갤럭시 스토어, 메가박스 등도 공식 스폰서로 합류했다. AGF는 애니플러스·대원미디어·디앤씨미디어가 공동 주최하며, 일본 소니뮤직 엔터테인먼트가 협력 파트너로 참여한다.
지난해 열렸던 AGF 2024는 조직위 집계 기준 7만2081명의 관람객을 동원하며 역대 최고 흥행을 기록했다. 올해는 일정이 하루 늘어난 3일간 진행되며, 작년보다 참가사가 늘어나 10만명 이상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일게이트는 대표 게임 ‘에픽세븐’과 신작 ‘미래시: 보이지 않는 미래’를 전면에 내세운다. 넥슨은 최근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마비노기 모바일’로 부스를 꾸몄다. 넷마블은 ‘페이트 그랜드 오더(페그오)’ 출시 8주년을 기념한 한정 패키지·굿즈 판매를 진행한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처음 AGF에 합류했다. 엔씨가 최초로 퍼블리싱하는 신작 게임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를 테마로 조성된 부스에서 체험 행사, 코스프레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NHN은 일본 시장 선출시 이후 기대감을 얻은 ‘어비스디아’를, 네오위즈는 온라인·모바일 RPG ‘브라운더스트2’를 중심으로 이용자들을 맞는다. 이 외에도 스튜디오비사이드, 클로버게임즈, 에이블게임즈 등 중소 개발사들도 자사 오리지널 IP 또는 신작을 들고 AGF에 참가한다.
게임사들이 AGF로 몰리는 이유는 행사 목적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스타가 신작을 공개하고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B2C 쇼케이스’라면 AGF는 이미 서비스 중인 게임의 팬층을 공략하는 ‘체험형 팬덤 페스티벌’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지난해 스마일게이트는 ‘러브랩’ 부스에서 세계관 체험존과 포토존을 운영했고, 넷마블은 ‘페이트·그랜드 오더’ 부스에서 일본 성우 이벤트를 진행했다. 시프트업은 ‘승리의 여신: 니케’ 부스에서 팬아트 전시와 굿즈 판매를 통해 수익화를 추진했다.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로 불리는 ‘지스타’의 경우 올해 전체 부스 규모는 3010개로, 지난해(3359개) 대비 10.4% 감소했다. 넥슨·카카오게임즈·스마일게이트·위메이드·펄어비스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불참하면서 ‘과거와 같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넥슨, 펄어비스, 카카오게임즈 등 주요 게임사들은 올해 지스타 대신 독일 ‘게임스컴’이나 일본 ‘도쿄게임쇼’ 등 해외 무대에 집중했다.
두 전시회의 경우 참가비에 차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부스 임차료는 비슷해보이지만 지스타는 대형 구조물 시공과 조명, 인력 운영비 등 부대 비용이 모두 개별 부담이다. 수억원대의 추가 지출이 발생한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AGF는 기본 부스 형태로도 전시가 가능하고, 현장 운영비 부담이 적어 중소 개발사나 굿즈 업체들에게 ‘효율적인 전시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AGF는 부스 내 굿즈 판매나 팬 이벤트를 통해 일부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팬층이 캐릭터 소비에 적극적인 만큼, 현장 판매만으로 수천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스타가 막대한 홍보비로 브랜드 노출에 초점을 맞춘 행사라면, AGF는 팬 소비와 현장 매출을 같이 진행하는 ‘수익형 축제’라는 얘기다. 행사 현장은 팬과 개발사가 직접 소통하는 장으로, IP의 충성도와 재구매율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AGF 현장에서는 인기 부스의 대기열이 2시간을 넘었고, 일부 팬은 개장 전날부터 줄을 서기도 했다.
그동안 게임업계에서 서브컬처 장르는 일부 이용자가 소비하는 틈새 시장으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글로벌 팬덤 문화·굿즈 소비·콘솔·일러스트 시장이 확장됐고 국내에서도 영향력이 커졌다. 호요버스, 하이퍼그리프, 요스타 등 글로벌 서브컬처 IP 보유 기업이 한국 시장을 주요 시장으로 보기 시작하면서 AGF 역시 성장하게 된 것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 전시회의 역할이 단순한 신작 출시 홍보 채널에서 이용자와 브랜드가 소통하는 장으로 넓어지고 있는 추세”라며 “AGF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좀더 효율적이고 수익화도 할 수 있는 AGF로 국내 게임사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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