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 뻥튀기 상장'의 비싼 대가?  NH투자증권 집단소송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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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두 뻥튀기 상장'의 비싼 대가?  NH투자증권 집단소송 위기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5-12-06 11:22: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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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구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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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파두 홈페이지 캡처
출처=파두 홈페이지 캡처

  한국의 자본시장은 지난달 7일 단 하나의 공시를 통해 깊은 성찰의 순간을 맞이하게 됐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장 초반 NH투자증권의 주권 매매 거래를 약 1시간 30분간 일시 정지했었다. 사유는 하루전날인 11월 6일 NH투자증권의 파두 기업공개(IPO) 과정중 증권신고서 허위 기재 및 주관사 주의의무 위반으로 법무법인 한누리(원고 조OO 외)가 서울남부지방법원에 1억원 손해배상 집단소송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단순히 개별 투자자와 증권사 간의 민사 분쟁을 넘어선다. 파두 사태로 불리는 이 논란은 한국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근간을 뒤흔들었으며, IPO 시장의 '문지기(Gatekeeper)' 역할을 수행해야 할 주관 증권사의 책임과 독립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법적, 제도적 해답은 이 소송의 결과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건 개요: 실적 괴리가 만든 분노의 집단소송

 반도체 팹리스 기업 파두는 2023년 8월 7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데이터센터용 SSD 컨트롤러 설계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상장 직후 실적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주가는 폭락했고 '뻥튀기 상장'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파두의 대표 주관사였던 NH투자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한누리는 NH투자증권이 상장 주관사로서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에 거짓 기재를 방지해야 할 주의 의무를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허위 기재에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소송의 청구 규모는 대표 당사자 기준으로 약 1억 원이지만 , 증권관련 집단소송의 특성상 소송이 허가될 경우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판결의 효력이 미쳐 피해 구제 규모는 막대하게 확대될 수 있다. 

 특히 이 소송은 앞서 제기된 공모주 청약자 대상 소송과 달리, 파두 상장일인 2023년 8월 7일부터 실적 악화 사실이 외부에 드러난 분기보고서 제출일 이전인 11월 8일까지 유통시장에서 파두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들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법리적 난이도가 높다. 

 법리적 딜레마: 자본시장법 제125조의 한계와 우회 전략

 이번 집단소송의 핵심 법적 쟁점은 증권시장에서의 매수자들이 주관사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는 점이었다. 한국 자본시장법(CMA) 제125조는 증권신고서의 거짓 기재 등으로 손해를 입은 '증권 취득자'에게 배상 책임을 지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는 일반적으로 유통시장에서 증권을 매수한 자는 제125조에서 정한 '증권 취득자'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해 왔다. 이는 '제125조가 공모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허위 공시에 의존하여 증권을 취득한 투자자를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춘 조항'이라는 법원의 해석에 따른 것이다. 

 이에따라 원고 측은 이 법리적 난관을 우회하기 위한 전략을 구사했다. 그 핵심은 자본시장법 제178조(부정거래)를 근거로 한 불법행위 책임의 추궁이다.  

 원고 측은 파두가 NH투자증권과 공모하여 매출 급감 사실을 숨기고 기업가치를 부풀려 상장한 행위가 증권시장에서의 사기적 거래 행위, 즉 부정거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제178조는 유통시장에서의 사기적 행위를 포괄적으로 규제하며, 제125조와 달리 청구권자의 자격에 엄격한 제한이 없다. 증권신고서의 허위 기재가 상장 이후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지속적인 부정거래행위'의 일환이었음을 입증하는 것이 이번 소송의 법리적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이다. 소송 허가 결정이 확정되어야만 소송이 비로소 제기된 것으로 간주되므로 , 소송 허가 단계 자체가 NH투자증권에게는 중대한 위협이다. 

 문지기의 방어: '상당한 주의'의 법적 무게

 NH투자증권은 소송 제기 사실에 대한 해명 공시에서 "파두 기업 실사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충실히 절차를 진행했으며, 불법적인 행위는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자본시장법 제125조가 정하는 주관사의 면책 요건인 '상당한 주의를 다했음'을 입증하겠다는 법적 방어 전략이었다.  

 그러나 법원이 인정하는 '상당한 주의'의 기준은 엄격하다. 대법원은 주관사가 '자신의 지위에 따라 합리적으로 기대되는 조사를 한 후 허위 기재 등이 없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믿었음'을 입증해야 면책을 인정했다. 과거 판례는 주관사가 법인 등기부 등본 확인 같은 간편한 절차로 알 수 있는 중요 사항을 누락한 경우 '상당한 주의'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로 파두의 경우 상장 직후 실적이 급전직하했다는 사실 자체가 주관사의 실사가 형식적이었거나 매출 급감의 위험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는 혐의를 강화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앞으로 검찰 조사 과정에서 본건 기업공개 당시 법령과 관행의 범위에서 업무를 수행한 당사의 입장을 성심껏 소명하겠다"고 말했지만 이 '관행'이 법적 기준을 충족했는지 여부는 법원의 엄격한 판단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규제 기관의 철퇴: 기소 의견 송치와 민사소송의 연계

 이 사건의 법적 리스크를 결정적으로 격상시킨 것은 규제 기관의 조치였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파두의 상장 주관사였던 NH투자증권 관련자를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등)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금감원은 NH투자증권이 파두와 공모하여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 때보다 더 큰 예상 매출액을 증권신고서에 기재하여 공모가를 산정한 혐의를 파악했다. 특사경의 '공모' 또는 '고의' 혐의에 대한 기소 의견 제시는 민사소송, 특히 제178조(부정거래)에 근거한 청구에서 원고 측이 주관사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데 강력한 간접 증거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NH투자증권이 주장하는 '상당한 주의' 면책 논리를 무력화하고, 민사소송의 허가 가능성을 높이는 결정적인 요소였다. 

 시장의 대책: '제2의 파두'를 막기 위한 제도 개혁

파두 사태로 인해 IPO 시장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되자, 금융당국은 '제2의 파두 사태'를 막기 위한 주관 업무 개선 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했다. 이 제도 개혁은 주관사의 책임성과 독립성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실적 공시의 강화였다. 앞으로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은 감사받은 최근 분기 다음 달부터 상장 직전 월까지의 잠정 매출액과 영업손익을 증권신고서의 투자위험요소 항목에 의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이 조치는 파두 사태에서 논란이 된 상장 직전 실적 급감 사실의 은폐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목적이었다. 

 또한 부실 실사에 대한 주관사의 법적 책임이 강화됐다. 금융당국은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을 통해 실사 항목, 방법, 검증 절차 등을 규정화하고, 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 부실 실사에 대해 과징금 부과 등 행정 제재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관사 역량과 책임성에 대한 시장 신뢰가 크게 하락함에 따라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상장이 무산될 경우 주관사가 일한 만큼의 대가(업무 수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계약 구조를 개선했다. 이는 주관사가 상장 실패 시 수수료를 전혀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무리한 상장 추진의 유혹에 빠지는 구조적 유인을 제거하기 위함이었다.  

다층적 리스크와 새로운 선례의 탄생

NH투자증권은 현재 재무적 리스크(잠재적 배상 규모), 규제/법적 리스크(특사경의 기소 의견 및 행정 제재), 그리고 평판 리스크(IPO 시장 신뢰도 하락)라는 다층적 위협에 직면했다. 특히 형사 절차의 진행은 민사소송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NH투자증권의 법적 방어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집단소송이 허가되고 주관사의 책임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NH투자증권의 최종 배상액은 법원의 손해 인과관계(Loss Causation) 판단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과거 대법원은 증권사의 책임이 인정된 소송에서도 주가 하락의 원인이 허위 기재 외 다른 시장 요인에 기인했다고 판단하여 청구 금액의 10%만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한 선례가 있다. 따라서 NH투자증권은 주가 폭락의 상당 부분이 반도체 업황 변동이나 기타 비재무적 요인에 기인했음을 입증하는 데 방어 전략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NH투자증권에 대한 집단소송은 한국 자본시장에서 IPO 주관사의 역할이 단순한 조력자가 아닌, 투자자 보호의 최전선에 있는 독립적인 시장 문지기로 재정립되는 변곡점을 상징한다. 특히 증권시장 투자자들이 자본시장법 제178조를 통해 주관사의 공모 책임을 추궁하는 시도는 향후 IPO 주관사 리스크 관리의 기준을 높이는 중요한 선례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패러디 삽화=최로엡 화백
패러디 삽화=최로엡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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