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솔리스트 한나래 인터뷰…발레협회 '프리마 발레리나상'
육아 병행하며 무대에 창작까지 도전…"안무는 발레와 다른 언어"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우아한 동작과 가벼운 몸놀림으로 춤을 추는 클래식 발레. 얼핏 쉬워 보이지만, 발레는 의외로 많은 체력을 요구하는 예술이다.
특히 발레리나의 경우 발끝으로 균형을 잡으며 고난도 동작을 공연 내내 선보여야 하기 때문에 웬만한 체력으로는 공연을 소화할 수 없다. 많은 발레리나가 30대 초반 이른 나이에 은퇴하는 이유다.
물론 발레리나 중에도 특별한 케이스는 존재한다. 지난 1일 '제30회 한국발레협회상' 시상식에서 올해 최고의 발레리나에게 수여되는 '프리마 발레리나상'을 받은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한나래(35)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둘째를 출산하고 올해 초 6개월 만에 현업에 복귀한 한나래는 2월 '허난설헌-수월경화'와 5월 '카멜리아 레이디'에서 활약한 데 이어 이번 달에는 '호두까기인형' 무대에 오르고 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두 아이의 엄마로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도 20대 못지않게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나래는 지난 5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솔직히 많이 어렵다"면서도 "무대 위에서 춤을 출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큰 힘이 된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는 오히려 육아가 발레에 도움이 되는 점도 있다고 너스레도 떨었다. 한나래는 "육아는 체력보다 마음의 균형이 중요한데, 오히려 그 균형이 무대에서의 표현에 큰 힘이 되기도 한다"면서 "춤출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매 순간 더욱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둘째 출산 후 체력적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던 한나래는 올해 5월 공연한 '카멜리아 레이디' 무대가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는 "제가 맡은 '마르그리트'는 감정의 결이 굉장히 섬세하고 입체적인 역할이어서 단순히 몸의 회복만으로는 표현이 불가능한 작품이었다"며 "출산 후 몸을 다잡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지만, 무엇보다도 무대에서 다시 행복하게 춤추고 싶다는 마음이 저를 가장 강하게 움직였다"고 말했다.
지난 1일부터는 전국을 순회하면서 국립발레단의 연말 대표 레퍼토리인 '호두까기인형'을 공연하고 있다. 한나래는 "클래식 발레의 정수를 보여주는 동시에 관객에게 가장 따뜻한 에너지를 전하는 공연"이라며 "이번에 첫째 아이가 엄마의 공연을 처음 보러 오기로 해서 설레는 마음으로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레 안무가로서 입지를 다지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한나래는 2022년 국립발레단의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인 'KNB 무브먼트 시리즈'를 통해 안무가로 데뷔한 바 있다. 당시 타악기 음악에 맞춰 하얀 천을 활용한 안무작 '더 웨이 투 미'(The Way to Me)를 선보였다.
한나래는 "이 작품을 통해 무용수로 살아오면서 마주한 수많은 감정과 순간들을 움직임으로 풀어내고 싶었다"면서 "안무는 발레와는 다른 언어로 소통할 수 있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새로운 창작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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