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한 건설업자가 새 덤프트럭을 구매했으나 약 7개월 만에 운행 불능 상태에 빠지며 결국 법정까지 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법원이 세계 굴지의 기업인 볼보사가 차주에게 매매대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한 근거는 무엇일까.
건설업자 이모씨는 지난 2022년 3월 당시 볼보사의 신형인 덤프트럭 FH540 모델을 2억5930만원에 구매했다. 그러나 트럭을 인도받은 지 불과 한 달 만에 공포스러운 증상을 겪기 시작했다.
골재를 싣고 운행 중 좌회전을 할 때마다 차량 밑에서 "우드득, 뚝뚝" 소리와 함께 진동과 충격이 느껴졌고, 계기판에는 '뒷쪽 스티어링 오작동' 경고등이 점등된 것이다.
빈차일 때는 핸들이 좌우로 틀어지고, 물건을 적재하면 핸들이 좌측으로 쏠리는데 차량은 우측으로 심하게 쏠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심지어 핸들에서 손을 떼면 3~5초 안에 도로를 이탈했다는 것이 이씨의 주장이다.
이씨는 2022년 4월부터 10월까지 볼보사의 정비사업소를 무려 14차례 방문하면서 스티어링 샤프트, VDS 모터, 스티어링 기어 등 조향장치 관련 핵심 부품을 교체했지만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이씨는 운행을 중단한 그해 11월까지 제대로 된 영업을 하지 못하다가 일부 업체로부터 거래중단 통보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이씨는 매매대금 반환 청구 소송과 함께 2억 4000만원 상당의 일실수익 등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했다.
법원은 전문 감정인의 감정 결과를 토대로 해당 덤프트럭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보고 볼보가 이씨에게 매매대금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전지방법원 민사12단독 문춘언 부장판사는 지난달 13일 이씨가 볼보트럭코리아를 상대로 낸 매매대금반환 및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감정 결과 ▲적재 상태에서 60㎞/h 이상 고속 주행 시 지속적 우측 쏠림 ▲운전자가 좌측으로 5~10도 핸들을 보정해야 직진 ▲공차·적재 공통으로 고속 주행 시 조향 안정성 저하 ▲운전 의사와 달리 우측으로 쏠림 등이 확인됐다.
감정인은 종합 의견에서 "고속 주행에서 정상적인 조향을 유지하기 어렵고, 장거리 운행 시 피로도 증가와 집중도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정상 운행이 어렵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트럭에서 발생한 증상들은 외부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기보다는 출고 당시부터 내재돼 있다가 원고가 영업을 위해 사용·수익하는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씨가 차량을 인수한 직후부터 동일한 조향 이상을 호소한 점 ▲14회 직영센터 정비 이후에도 동일한 현상이 반복된 점 ▲사설 정비업체에서도 부품을 교체했으나 문제가 지속된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신차를 인도받은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주행 중 운전자의 의지와 다르게 차량이 쏠리는 현상이 발생돼 핸들을 보정해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됐다"며 "장거리 운행 등에서 많은 피로도와 집중도가 필요하고 조향 정밀도 및 사고위험도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트럭은 운송수단으로서 통상 갖춰야 할 안정성 또는 성상을 갖추지 못했다"며 "그로 인해 원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영업손실 손해를 입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손해배상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씨 측 하종선 변호사는 "법원이 자동차의 '중대한 하자'를 인정해서 환불을 인정한 판결은 매우 드문 사례"라며 "디스커버리 제도가 없는 등 우리나라 법·제도가 제조사에게 유리하게 돼 있어서 재판을 끝까지 가는 경향이 있는데 생계에 직결되는 사건 만큼은 전향적으로 결함 인정에 나서기를 바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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