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재범 (사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교사권익위원장은 5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제주 교사 사망 사건에 대한 경찰의 ‘무혐의 내사 종결 방침’에 대해 이같이 비판했다. 고인이 민원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혐의 없다고 결론 내린 점을 납득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조 위원장은 “한 교사가 스스로 세상을 떠났는데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교육당국의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고인의 순직 인정과 명예 회복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 5월 22일 새벽 제주도의 모 중학교 A교사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악성 민원이 도마 위에 오른 사건이다. 교무실에서 발견된 A교사의 유서에는 학생 가족과의 갈등으로 힘들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실제로 고인은 사망하기 직전까지 학생 가족들의 민원에 시달렸다고 한다. 학생이 무단결석하고 흡연을 하는 등의 문제로 생활지도를 하다가 학생 가족으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 등에 따르면 학생 가족의 민원 전화가 올해 3월 초부터 시작됐고 고인이 사망하기 직전에는 도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고인이 학생에게 폭언하는 등 아동학대를 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조 위원장은 “고인은 교사로서의 사명감으로 결석하는 학생, 흡연하는 학생에 대해 책임지고 지도하려는 마음을 가진 누구보다 성실한 교사였다”며 “단순히 교과서의 지식만 전달하는 것을 넘어 학생이 힘든 길로 가지 않도록 때로는 엄하게, 때로는 따뜻하게 붙잡는 것이 교사의 소명인데 오히려 민원 대상이 된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사건의 여파가 지속되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심리부검을 요청했고, 그 결과는 지난달 17일에 일부 언론에 보도되면서 알려졌다. 심리부검은 유족과의 면담, 유서 등을 검토해 고인 사망에 영향을 미친 원인을 유추하는 작업이다. 부검 결과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와 민원 제기’가 사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됐다. 제주동부경찰서도 지난 2일 “피혐의자의 민원 제기가 고인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민원 제기 내용이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범위에 있어 범죄 혐의를 인정하기 어려워 무혐의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이런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해 “협소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반복되는 악성 민원, 집요한 압박, 끊임없는 민원 접수에 따른 소명 요구 등은 물리적 폭행이 아니더라도 교사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의 심각한 심리적 폭행”이라며 “국과수 심리부검에서도 업무 과중과 민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망에 이르렀다고 했는데도 협박 폭행 강요 등 범죄 구성요건에 맞지 않다며 경찰이 무혐의로 결론 내렸다”고 지적했다.
제주도교육청도 이날 경찰에 이어 자체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도 교육청 진상조사단은 학교 민원 대응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학교장과 교감에 대한 경징계를 요구했다.
조 위원장은 도 교육청의 이런 발표에 대해 “고인이 고강도 업무와 지속적 민원에 시달렸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정작 악성 민원 여부에 관한 판단도 명확히 하지 않고 순직 인정 추진마저 학교에 떠넘기는 듯한 태도가 실망스럽다”며 “사망 원인을 학교에만 돌려 결과적으로 진실 규명이 아닌 책임 회피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현재 교총은 이 문제와 관련해 △악성 민원·무고성 신고 근절을 위한 법·제도 정비 △악성 민원인에 대한 접근금지 명령 도입을 위한 교원지위법 개정 △교육활동 관련 사건 국가소송 책임제 도입 △교원 순직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조 위원장은 “고인의 순직 인정과 명예 회복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며 “전국 교사들의 목소리를 모아 교권 보호 입법과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토론회, 서명운동을 이어가겠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교총 교사권익위는 현 강주호 회장이 작년 12월 취임한 이후 출범했다. 현장 교사의 목소리를 반영한 교권 보호 정책을 개발하고 이를 당국에 제안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위원회에는 현직 교사 등 총 32명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