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플러스] 어둠을 건너 빛을 기억하는 시간, 다시 찾아온 ‘긴긴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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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플러스] 어둠을 건너 빛을 기억하는 시간, 다시 찾아온 ‘긴긴밤’

뉴스컬처 2025-12-06 00:05:00 신고

[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뮤지컬 ‘긴긴밤’이 다시 대학로 무대에 오른다. 초연과 앵콜을 거쳐 이미 자신만의 서정적 결을 확고히 한 작품이지만, 귀환 소식만으로 관객에게 한 계절을 기다리게 만드는 힘이 있다. 재연 발표 직후 공연 팬들 사이에 퍼진 기대감은, 작품이 성장담 이상의 정서를 남겼기 때문일 것이다.

초연 당시 ‘긴긴밤’은 관객들에게 오래도록 남는 공연으로 기억되었다. 이야기의 구조는 명료하지만 감정의 층위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동화적 서사를 차용하면서도 아동극에 머무르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평단 또한 주목했으며, 어워즈 후보에 오른 사실은 창작뮤지컬이 성장할 수 있는 방식을 보여준 결과였다.

사진=뮤지컬 '긴긴밤'
사진=뮤지컬 '긴긴밤'

원작 소설의 서정적 힘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무대 위 ‘긴긴밤’은 그 문장을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침묵과 간극, 존재의 호흡을 더욱 섬세하게 포착한다. 이는 문학이 공연으로 확장되며 얻은 가장 큰 장점이자, 무대예술만이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이다.

연출은 이러한 확장을 영리하게 설정한다. 장면 사이의 과도한 설명이나 감정의 폭발을 배제하고, 여백 속에서 이야기의 온도를 끌어올린다. 관객은 화려한 장치 없이도 사막의 고요를 느끼고, 인물의 미묘한 마음의 기울기를 감각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소극장 규모에서 가능한 정교함이 작품을 단단하게 만드는 핵심이다.

음악은 극의 중심을 은밀하게 지탱한다. 박보윤 작곡의 음악은 감정의 아래를 조용히 흐르며, 때로는 등장인물의 목소리가 닿지 않는 곳까지 서사의 울림을 확장한다. 특정 장면에서는 인물이 말하지 못한 마음을 대신하고, 다른 장면에서는 긴 정적을 남겨 관객 스스로 감정을 완성하게 한다. 절제된 음악적 구성은 재연에서도 다시 한 번 강한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다.

재연 포스터는 작품의 근본적 방향성을 시각적으로 재확인시킨다. 초연이 인물 간 관계에 중심을 두었다면, 재연 포스터는 그 관계가 향하는 지점을 ‘바다’로 확장한다. 파도와 지평선, 은은한 색감의 조율은 작품이 품고 있는 희망의 정조를 부드럽게 강조하며, 이번 시즌 정서적 무게를 예고한다.

배우진 구성 역시 재연의 무게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노든 역을 맡은 세 배우는 이미 역할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춘 상태로 돌아오며, 초연에서 보여준 강점 위에 더 성숙한 감정을 더할 수 있다. 노든은 극을 이끄는 주체이면서 동시에 가장 조용한 인물이다.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배우들의 복귀는 재연이 지닌 안정감을 시사한다.

펭귄 역은 작품의 정서를 거의 전적으로 떠맡는 중요한 역할이다. 이번 시즌 네 배우의 조합은 역할의 폭을 넓히며, 공연의 감정선을 다층적으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 기존 배우들이 쌓아온 감정 위에 새로 합류한 배우들이 더하는 해석이 조화를 이루면, 펭귄은 한층 다면적인 캐릭터로 확장될 수 있다.

앙가부와 윔보, 치쿠 역의 배우 조합 역시 안정과 변주의 균형을 보여준다. 세 시즌 연속 무대에 오른 배우들의 경험은 작품의 리듬을 단단히 잡아주고, 새로운 배우들의 에너지는 극을 일정한 패턴에 가두지 않는 활력을 제공한다. ‘긴긴밤’은 반복되는 시즌 속에서도 해석의 폭이 좁아지지  않고 오히려 점차 결이 깊어지는 시리즈형 성장을 보여준다.

‘긴긴밤’의 귀환은 성공작의 재연에 그치지 않는다. 상실을 다루면서도 슬픔에 머물지 않고, 희망을 이야기하면서도 가볍지 않다. 동물의 형상을 빌려 인간의 마음을 비추지만 설교적 교훈으로 흐르지 않는다. 이 미묘한 균형감이 지금 공연계가 지켜야 할 감수성이자, 관객이 반복해서 찾는 이유다.

올겨울 무대에 오르는 ‘긴긴밤’은 초연과 앵콜에서 전해지던 울림 위에 한 겹의 따뜻한 숨결을 더할 것이다. 어둠을 건너는 이야기이지만, 그 어둠은 절망이 아니다. 서로에게 닿는 손길이 빛을 만들어내는 시간이며, 이를 조용하고 단단하게 보여주는 것이 이 작품의 힘이다. 2026년의 무대가 그 힘을 다시 증명할지, 조용하지만 깊은 기대가 모이고 있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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