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K리그 최초 ‘라데시마’를 이끈 거스 포옛 감독(왼쪽에서 3번째)과 다국적 코칭스태프가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열릴 광주와 코리아컵 파이널을 끝으로 한국을 떠난다. 사진제공|전북 현대
전북의 거스 포옛 감독(오른쪽)과 주장 박진섭이 지난달 전주성에서 진행된 K리그1 트로피 세리머니 도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전북 현대
복수의 K리그 소식통은 5일 “포옛 감독이 전북 지휘봉을 내려놓기로 했다. 구단과 계약해지 절차를 밟고 있다”면서 “광주FC와 코리아컵 결승전(6일 서울월드컵경기장)과 다음주 모기업(현대자동차)의 K리그 축승회를 마치면 신변정리를 끝내고 출국할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틱한 심적 변화는 지금으로선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해 초 대한축구협회(KFA)가 위르겐 클린스만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독일)의 후임을 뽑을 당시 홍명보 감독과 나란히 최종 후보군에 오르고 이임생 전 기술발전위원장과 면접까지 한 포옛 감독은 비록 태극전사들을 이끌지 못하게 됐으나 지난해 12월 전북과 2년 계약하며 한국축구와 인연을 맺었다.
지난 시즌 내내 바닥을 헤맸고 승강 플레이오프(PO)까지 치르며 가까스로 K리그1에 잔류한 전북은 ‘포옛 사단’이 최소 6위권 진입, 최대 4강 이내로 팀 성적을 올려 2026~2027시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을 확보해 주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으나 부임 첫 시즌에 K리그1 우승과 코리아컵 결승행을 일구며 기대치를 훨씬 웃돌았다.
전북은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다면 조세 모라이스 전 감독(포르투갈) 시절인 2020년 이후 5년만의 통산 두번째 더블(2관왕)을 달성한다. K리그의 더블은 2013년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이 유이하다.
그러나 화려한 성적에도 포옛 감독의 여정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구단 내부 문제가 아닌 외적이슈가 컸다. 월드컵에 아주 오랫동안 초대받지 못한 K-심판들의 ‘포옛 사단’을 향한 견제는 상상을 초월했다. 심각한 오심을 반복한 것은 물론, 이에 항의하는 전북 코치진에게 카드를 남발하고 각종 이유를 들어 벤치를 자주 비우게 만들었다.
그 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토트넘(잉글랜드)에서 현역 선수로 뛰었을 때부터 함께 했고 브라이턴~선덜랜드(이상 잉글랜드)~AEK아테네(그리스)~레알 베티스(스페인)~그리스대표팀에 이어 전북까지 동고동락한 타노스 코치를 전북 대관식 당일에 김우성 주심과 한국프로축구심판협의회(회장 이동준)가 ‘인종차별주의자’로 낙인찍은 사안이다.
K-심판들이 원하던대로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로부터 5경기 출장정지 및 제재금 2000만원 중징계를 받은 타노스 코치는 사퇴를 결정했는데, 이후 프로연맹은 ‘K리그 대상 시상식’ 당일에 이사회를 열어 전북 구단의 재심 청구마저 기각해 가뜩이나 분노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K-심판들은 ‘외세척결’을 목표한듯 기를 쓰고 ‘인종차별’ 프레임을 씌우려고 노력했으나 절대다수의 팬들은 오히려 ‘포옛 사단’이 ‘외국인 차별’ 피해를 거듭 입어왔다고 여긴다.
타노스 코치가 받은 징계를 자신을 향한 공격으로 받아들인 포옛 감독도 깊은 고민 끝에 오랜 전우와 함께 전북과 K리그를 떠나기로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팀에 대한 애정보다 K리그와 K-심판에 대한 환멸이 크게 작용했으리란 시선이 지배적이다. 물론 데뷔 시즌에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며 동기부여가 조금은 사라져 동행 지속 여부를 놓고 갈등하던 포옛 감독의 심적 부담을 K-심판이 상당 부분 덜어줬을지도 모를 일이다. 마침 강등권 팀을 빠르게 안정시키고 ‘위닝 멘탈리티’까지 심어 마침내 우승으로 이끈 그를 유럽 클럽들이 주시한 정황이 최근 꾸준히 포착됐다.
포옛 감독이 직접 밝히진 않았으나 전북 선수들도 뜨거운 한시즌을 보낸 현 코칭스태프와의 이별을 진작에 예감하고 있었다. 당연히 분위기나 사기가 꺾이긴커녕 오히려 코리아컵 우승을 향한 열의로 단단히 결속됐다.
더욱이 ‘포옛 사단’의 고별전이 될 이번 경기는 포옛 감독이 아닌. 타노스 코치가 벤치에 앉을 예정이다. 공교롭게도 앞선 강원FC와의 코리아컵 4강 2차전에서 포옛 감독이 당시 휘슬을 잡은 김 주심으로부터 퇴장당한 여파다. 결과적으로 김 주심은 세계적인 명성의 포옛 감독과 최측근을 모두 퇴장시켜본 흔치 않은 이력의 심판으로 남게 됐다.
언제나 ‘제식구 감싸기’에 골몰했고 상식 밖 결정으로 일관한 KFA 심판위원회의 코리아컵 결승전 심판진 배정에 축구계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시상대에서, 또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타노스 코치를 응원한 녹색전사들은 지극히 희박한 확률의 ‘공정한’ 판정을 기대하는 한편, ‘포옛 사단’에 오래 기억될 또 하나의 값진 선물을 안기겠다는 의지로 똘똘 뭉쳤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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