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을 정리하다 보면 유통기한이 갓 지난 식품을 두고 고민에 빠지게 된다. 냄새는 멀쩡한데 날짜가 지나 찝찝한 마음에 결국 쓰레기통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식품에 표기된 '유통기한'은 판매자가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법적 기한일 뿐, 섭취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보관 상태만 양호하다면 표기된 날짜보다 훨씬 오래 두고 먹어도 안전한 식품들이 있다. 아래는 우리가 상했다고 오해해 버리기 쉬운 '생명력 강한' 의외의 식품 3가지를 정리했다.
1. 개봉 안 했다면 50일까지 거뜬한 '우유'
우유는 유통기한이 짧고 쉽게 상한다는 인식 때문에 날짜에 민감한 품목 중 하나다. 하지만 개봉하지 않고 0~5℃의 냉장 환경에서 보관한 우유는 유통기한 만료 후 최대 50일까지 섭취할 수 있다.
핵심은 공기 차단이다. 팩이 밀봉된 상태에서는 외부 공기가 유입되지 않아 세균 번식이 억제되기 때문이다. 섭취 전 상태가 의심스럽다면 찬물에 몇 방울 떨어뜨려 확인하면 된다. 신선한 우유는 물속에서 퍼지지 않고 그대로 가라앉지만, 상한 우유는 물과 섞여 뿌옇게 흐려진다. 단, 우유 팩이 팽창했거나 덩어리가 보인다면 즉시 폐기해야 한다.
신선도를 최대로 유지하려면 냉장고 문 쪽보다는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냉장고 안쪽 선반 깊숙이 넣어두는 것이 좋다. 문 여닫을 때 생기는 온도 변화를 막아야 변질을 늦출 수 있다.
2. 유통기한의 7배까지 버티는 '슬라이스 치즈'
슬라이스 치즈는 저장성이 매우 뛰어난 식품이다. 멸균 및 가공 과정을 거쳐 수분 함량이 낮아 미생물이 번식하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미개봉 상태로 냉장 보관할 경우, 유통기한이 지나고 무려 70일까지도 품질 변화 없이 섭취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밀봉된 상태일 때만 해당한다. 포장을 뜯어 공기에 노출된 부분이 말라 딱딱해지거나, 표면에 곰팡이가 피었다면 아깝더라도 전량 폐기해야 한다. 치즈 색이 누렇게 변하거나 식초처럼 시큼한 냄새가 난다면 부패가 시작됐다는 신호다.
치즈는 주변 냄새를 빨아들이는 성질이 강하다. 겉봉지를 뜯은 후에는 낱개 포장된 상태라 해도 지퍼백이나 밀폐 용기에 한 번 더 담아 보관해야 냉장고 잡내가 배는 것을 막고 수분이 날아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만약 냉동 보관할 경우 유통기한은 늘어나지만 식감이 푸석해질 수 있으므로, 해동 후 요리에 넣어 가열해 사용하는 것이 좋다.
3. 10년 지나도 먹을 수 있는 '통조림'
참치, 햄, 옥수수 등 통조림 식품은 '방부제 덩어리'가 아니라 '멸균 기술의 결정체'다. 고온 가열 후 진공 상태로 밀봉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영구 보관이 가능하다. 실제로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했다면 유통기한이 1년에서 길게는 10년이 지나도 섭취에 문제가 없다.
단, 캔의 외관 확인은 필수다. 캔이 찌그러지거나 녹슬지 않아야 하며, 뚜껑이 볼록하게 팽창했다면 내부에서 부패 가스가 발생한 것이므로 절대 열지 말고 버려야 한다.
보관할 때는 습기가 많은 싱크대 하부는 캔이 녹슬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통조림은 개봉하는 순간부터 부식이 시작되므로, 남은 내용물은 반드시 유리나 플라스틱 밀폐 용기에 옮겨 담아 냉장 보관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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