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야 나중에 춤추는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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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야 나중에 춤추는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엘르 2025-12-05 19:33:09 신고

DANCING HISTERIC WOMEN! 20대부터 50대까지의 여성들, 우리는 각자의 불안을 껴안고 춤춘다. 연극 〈히스테리 앵자이어티 춤추는 할머니〉에서 연출가 이오진은 불안 속에서 계속 몸을 움직이는 ‘그녀’들과 함께 무엇을 말하려 했을까.


이오진 연출은 2023년 두산연강예술상 공연 예술부문을 수상했으며, 연출작 〈댄스 네이션〉으로 《한국연극》 선정 공연 베스트 7과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베스트 3에 이름을 올리며 작품성과 연출력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히스테리 앵자이어티〉는 11월 26일부터 12월 14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공연한다.

이오진 연출은 2023년 두산연강예술상 공연 예술부문을 수상했으며, 연출작 〈댄스 네이션〉으로 《한국연극》 선정 공연 베스트 7과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베스트 3에 이름을 올리며 작품성과 연출력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히스테리 앵자이어티〉는 11월 26일부터 12월 14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공연한다.

연극 〈히스테리 앵자이어티 춤추는 할머니〉의 공연이 한창입니다. ‘히스테리 앵자이어티’라는 의료용어가 섞인 이 복잡하고 대담한 제목에는 어떤 것들이 담겨져 있나요

‘불안(Anxiety)’은 현대인의 기본적인 상태가 아닐까요. 거의 모든 이들이 경험하는 불안에 관한 이야기를 작품 키워드로 삼고 싶었습니다. ‘히스테리(hystrie)’는 근대까지 여성들의 질병으로 여겨져 왔고, 현대 의학에 이르러서야 성별에 상관없이 발생하는 신경증으로 재정의 되었어요. 아마도 역사 속에서 줄곧 이어져 온 여성혐오의 단면들이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지속적인 ‘불안’을 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질문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나이가 들어서도 히스테리와 불안을 안고서도 기꺼이 춤을 출 수 있는 할머니가 될 수 있을지, 춤추는 듯한 태도를 견지하고 나이 들어 갈 수 있을지 질문하며 제목을 정하게 되었습니다.


연극이 탄생한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2023년, 감사하게도 두산연강예술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부상으로 공연 제작비가 주어집니다. 처음부터 여성 배우들이 많이 등장하는 공연을 만들고 싶었던 저는 말이 해내지 못하는 것을 해내는 ‘음악’의 힘을 점차 더 실감하며 음악극을 구성하게 됐습니다. 또한 배우들이 직접 쓰고 연기하며 이들에게 연출의 권한이 어느정도 부여됐으면 좋겠다는 생각 또한 들었고요. 결국 음악극과 자기 서사, 픽션과 춤 그리고 SF적 상상이 혼종된 음악극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20~50대 여성 배우 여섯 명이 모여 3개월간 삶의 불안과 분노, 가난 등 자기 서사를 직접 쓰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훗날 건강한 노인이 될 수 있을까’하는 수수께끼를 놓고 말이죠. 이는 어떤 시간이었나요

연출이 질문 리스트를 만들고, 구글독스를 이용해서 배우들이 각자 글을 쓰고 모여서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쓰인 것을 바탕으로 불규칙하게 텍스트를 엮어 작품의 1막을 만들었고요. 글을 쓰는 과정에서 각자의 불안을 똑바로 마주 보려 노력하고, 서로를 판단하지 않고 지지를 보내게 된 과정으로 기억합니다.

연극 〈히스테릭 앵자이어티 춤추는 할머니〉의 여성 배우들.

연극 〈히스테릭 앵자이어티 춤추는 할머니〉의 여성 배우들.


이 혼종의 음악극은 1막 ‘2025년의 여자들’과 2막 ‘2058년의 여자들’로 나뉘어 있습니다. 1막에서는 이 도시에서 오늘의 삶을 살아내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반면, 2막에서는 생활동반자법과 사회적 가족법이 법제화된 근미래에서 함께 사는 여자들을 냉소적으로 상상합니다. 두 막을 구분 지으며 어떤 것을 의도했나요

2025년의 여성들에게서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의 삶을 가감 없이 바라보고 춤과 노래를 곁들여 담대하게 기록하기 위해 노력했고, 2막의 2058년의 여성들에게서는 가능한 미래를 지나치게 낙관하거나 비관하지 않는 태도로, 되도록 명랑하게 바라보고자 했습니다. 노인의 삶을 아무리 상상해도 ‘아직은’ 젊은 우리들이 상상하기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이야기를 통해서라도 나이 든 여자들의 삶에 닿아보려고 2막에서 상속가지고 싸우는 여자들 이야기를 쓰고 함께 만들어 보았습니다.


이오진 연출 또한 “노인이 된 모습을 상상하는 게 두려웠다”라고 고백한 적 있죠. 여성들에게 노인이 된다는 것, 심지어 여성으로서 ‘가난한 노년’에 대한 공포는 늘 두렵게 작용되는데 지금 이 우리가 어떤 지점을 함께 고민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연극의 모든 과정을 통해 ‘연대’를 주 메시지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만

외려 ‘연대’가 말처럼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은 저마다 다르고, 모두가 타인이니까요. 서로 닿아보려고 해도 닿을 수 없는 순간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죠. 어찌됐든 우리가 불안한 미래를 회피하지 않고, 담백하게 마주하며 먼 미래에 다가올 일들을 외면하지 않되 현재 하루하루에 발견되는 ‘별 조각’들을 잘 간직했다가, 힘든 날 꺼내 보면서 그렇게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여성의 ‘불안’을 개인의 상태가 아닌 사회 구조와 압력의 산물로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 불안을 얘기하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입니까

불안을 단순하게 사회 구조와 압력의 산물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개인의 역사와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사람 저마다의 성격이나 사회 구조와 압력, 여성 혐오와 같은 다양한 요소들이 적용되겠지요. 그런 삶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가 불안을 잘 다루고 불안과 함께 춤추면서, 그렇게 함께 늙어갔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불안한 관객들에게, 어쩌면 나에게도 어떤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관객들의 반응이나 관람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이 작품이 보여주는 것은 완벽한 해결책이 아니라 지금 가능한 생존의 방식이다’라는 리뷰가 기억에 남습니다.


‘오늘은 어떻게 살아야 나중에 춤추는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이 연극의 출발점이 된 질문에 관해, 연출가로서 혹은 또 한 명의 여성으로서 당신은 어떤 답을 내렸나요

〈히스테리 앵자이어티 춤추는 할머니〉의 음악감독인 단편선의 노래 제목 ‘오늘보다 더 기쁜 날은 남은 생에 많지 않을 것이다’가 떠오릅니다. 삶의 유한성을 인정하되, 그것을 크게 슬퍼하지 않고 삶 속에서의 귀한 순간들을 기억하며 살아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페미니즘 연극이라는 이름 하에 수년째 작품을 만들어오고 있습니다. 이 일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극단 호랑이기운이 만들어가는 작품이 ‘페미니즘 연극’이라고만 생각지 않습니다. 작품의 여러가지 정체성 중에 하나일 뿐이죠. 누군가의 성별, 나이, 학벌, 출신 지역, 장애여부 등과 상관없이 그 사람이 ‘그 사람’일 수 있는 세계가 제가 상상하는 좋은 세계이고, 그 세계가 가능하다는 믿음 하에 그 세계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선택한 도구가 ‘연극’입니다.


지금 이오진은 어떤 것에 가장 관심이 있습니까? 앞으로 더 탐구하거나 세상에 꺼내 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우선은 연극 〈콜타임〉(2025년 12월 19일부터 12월 28일 @대학로 예술극장) 공연을 잘 올리고 싶습니다. 〈콜타임〉 공연을 올리고 나면, 올해를 돌아보고 앞으로를 생각해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향후에는 근현대사를 다뤄보고 싶은 욕심도 있고요. 여전히 세상에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좋은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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