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5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나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두 사람은 AI에 대한 접근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자는 데 뜻을 같이 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의 'AI 3대 강국' 추진 방향을 소개했고 손 회장은 우선 과제로 '에너지 확보'를 주문했다.
한편, 이날 정부와 소프트뱅크 자회사인 반도체 설계회사 ARM은 한국 반도체와 AI 산업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측은 앞으로 워킹그룹을 형성해 ARM 스쿨을 설립하고 반도체 설계 인력 약 1400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李 대통령 "AI 기본사회 만들 것"
손정의 "초인공지능 시대…인류가 금붕어, AI가 인간 될 것"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을 만나 한일 간 AI 분야 협력을 위한 가교 역할을 당부했다.
이 자리에는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정관 산업부 장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등이 배석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에는 첫눈을 귀히 여겨 서설이라고 하는데 손 회장님은 이전에도 김대중 대통령님, 문재인 대통령님 때 좋은 제안을 해서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 큰 도움이 됐다"며 "AI 3대 강국 실현을 위한 좋은 제안과 조언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어 "'AI 기본사회' 개념으로 상수도 하수도처럼 대한민국 내에서 모든 국민, 모든 기업, 모든 집단이 AI를 최소한 기본적으로는 활용하는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며 "인공지능의 위험함과 유용성을 알고 있는데 위험함을 최소화하고 유용성 측면에서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에 AI 버블 논란이 있는데, 손 회장님은 다른 견해를 가진 것 같다. 그 부분에 대한 얘길 들었으면 좋겠다"며 "대한민국은 AI가 가진 위험성과 유용성을 알고 있다. 위험성을 최소화하고 유용성 측면에 기대해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우리 국민은 손 회장께서 한미 통상 협상 과정에 상당한 도움을 주신 것을 모를 것"이라며 "협상 과정에 많은 조언과 도움을 주셨는데,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에 손 회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날 때에는 '브로드밴드'를 강조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AI를 강조했다"며 "이번에는 초인공지능(ASI)을 말씀드리고 싶다. ASI가 다음번으로 임박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 사이에서는 범용 인공지능인 AGI가 언제 실현될지 논란이지만 질문의 여지가 없는 문제"라며 "AGI는 등장할 것이고 인간 두뇌보다 똑똑해질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인류가 금붕어가 되고 AI가 인간이 되는 모습이 펼쳐질 것"이라며 "우리가 던질 질문은 AGI가 아니라 ASI가 언제 등장할 지다. ASI는 인간 두뇌보다 1만 배 뛰어난 두뇌를 의미하는데 그렇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기에 우리가 AI를 통제하고 가르치고 관리하려는 생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고방식을 통해 AI와 조화롭게 함께 살아가는 것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우리가 마치 집에 있는 강아지를 죽이려 하지 않는 것처럼 AI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AI를 통제 가르치고 관리하려는 생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고방식을 통해 AI와 조화롭게 함께 살아가는 것을 고민해야 할 때다. ASI가 우리를 공격하거나 먹을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대체적인 개와 고양이는 그러지 않겠지만 사나운 개가 있다면 걱정되는데 잘 해결 될까요"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어 "과학 분야나 분석 영역에서 ASI가 노벨상을 받는 상황이 벌어질 것 같다"며 "바람직하지 않은 건 맞는 것 같은데 노벨문학상까지 ASI가 석권하는 상황이 올 것 같으냐"고 묻기도 했다.
손정의 "한국 AI 기술이나 반도체 성숙 단계…에너지'가 약한 고리"
손 회장은 한국의 AI 산업과 관련해 "한국에는 결정적 약점이 있다. 에너지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발표하는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보면 한국이 가진 AI 국가로서의 비전과 잠재력에 비해 규모가 너무 작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상황을 고려할 때 ASI 구현을 위해서는 데이터센터 증설이 필요하고, 이를 뒷받침할 에너지가 필수적"이라며 "에너지 확보에 보다 힘써야 한다"고 했다.
김 실장은 "손 회장은 (한국의) AI 기술이나 반도체(칩)는 성숙 단계지만 AI 혁명의 약한 고리가 바로 에너지라고 봤다"며 "한국도 일본처럼 지리적, 구조적으로 에너지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고 전했다.
손 회장은 또 "오늘날 반도체는 '새로운 총'"이라고 비유하며 "AI 시대를 제대로 이끌기 위해서는 강하고 책임감 있는 지도자가 필요한데 이 대통령은 이미 현명하게 이 분야를 리드하고 있다. 존경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미국의 '메모리 동맹'이 강해져야 한국의 레버리지도 강해질 것"이라며 향후 한미 양국은 강력한 동맹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부-英 Arm, MOU 체결…반도체 설계인력 1천400명 양성
한편, 이날 정부는 영국의 반도체 설계업체인 암(Arm)과 향후 5년간 반도체 설계인력 1천400명을 양성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재명 대통령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면담을 계기로 이같은 MOU가 체결됐다고 발표했다.
김 정책실장은 "이를 기반으로 양측은 앞으로 워킹그룹을 형성해 ARM 스쿨 설립을 협의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반도체 설계 인력 약 1400명을 양성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한국 반도체 산업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팹리스 등 시스템 반도체 분야를 강화할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산업부는 반도체 특성화 대학원 지정 등을 속도감있게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산업부는 이번 MOU를 통해 기술 교류 및 생태계 강화, 대학 간 연계 강화, 연구개발(R&D)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양측은 MOU 이행을 위해 향후 워킹그룹을 설립하고 세부 성과 도출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
이번 암과의 MOU 체결은 한국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평가받는 팹리스·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암은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삼성·엔비디아·퀄컴 등의 주요 반도체 기업을 고객사로 둔 세계 최고의 컴퓨터 설계 플랫폼이다.
산업부는 동시에 반도체 특성화 대학원 지정 등에 속도를 내기로 했으며, 광주과학기술원을 우선 후보로 검토 중이라고 김 실장은 소개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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